[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작품에 애정을 가진 배우에겐 빛이 난다. '임수향이 가장 예뻤을 때'라는 질문이 주어진다면 고민 없이 답을 내릴 수 있다. 임수향은 작품과 사랑에 빠진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임수향은 MBC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극본 조현경·연출 오경훈, 이하 '내가예')를 통해 첫 정통 멜로에 도전했다. '내가예'는 오예지(임수향)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서환(지수), 서진(하석진) 형제와 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운명에 갇혀버린 오예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임수향은 서진, 서환 형제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오예지 역을 맡았다.

'내가예'는 형제와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자칫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오예지를 연기하는 임수향에게 이번 작품은 큰 산과도 같았다. 임수향은 "두 형제 사이에 있다는 설정으로 욕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됐다. 삼각멜로 가운데 있는 사람이 잘하지 않으면 그런 반응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우려는 작품의 독특한 색으로 씻어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독특한 색에 이끌렸다.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이 깔려 있지만 그림은 청량했다. 마치 청순함을 가장한 섹시함이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소재에 대한 우려를 넘어서니 세밀한 감정 표현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임수향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이번 작품은 감정선이 전부인 드라마다. 묘한 심리 상태를 표현해야 해서 많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처음 데뷔했을 때 연기를 가르쳐주신 연기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과 함께 대본을 분석을 하는 등 어느 때보다 연기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대본을 들고 있지 않아도 머릿속에 남게끔 대본을 외우기도 하고 역할에 과몰입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작품에 푹 빠져든 임수향은 누구보다 오예지를 사랑했다. 그는 "오예지의 삶이 너무 기구했다.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모든 대사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흐른다는 지문이 대본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다 몰입이 돼서 눈물이 나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 소모로 너무 힘들었다. 감정을 쏟아내는 신이 많아 울고 나서 멍해지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감독님과 연기를 '전투'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나 보시는 분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 강약조절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임수향이 바라본 '내가예'는 삼각관계가 전부가 아니다. 그는 "작품 속에는 상대방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랑, 행복하길 바라는 사랑, 엄마의 사랑, 인류애 등 여러 종류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장르를 정통 멜로로 표현하긴 했지만 주인공들의 성장, 인생사를 사랑으로 포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예지는 사랑을 통해, 가족을 통해 성장한 인물이다. 임수향은 "오예지가 처음엔 수동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친구도 없이 자라온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성장의 계기는 서환, 서진, 엄마의 사랑이 힘이 크다.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사랑이다. 나를 버린 사람인 줄 알았던 엄마가 사실 나를 지키려고 했던 게 밝혀졌다. 자신의 편이 생겼다는 그 자체가 오예지의 자존감을 올려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성장에 있어 서환, 서진의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서진은 가족이 필요할 때 끌렸던 나쁜 남자다. 이 사람과 있으면 불안하지만 거칠고 단호한 매력에 빨려들어갔다. 사실 그 당시 오예지에겐 가족과 도망갈 곳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환은 오예지를 지켜줄 것 같은 듬직한 남자였다. "마음적으로는 서환에게 더 의지를 했고 소울메이트 같은 관계였다"고 말한 임수향은 "그러나 서환을 향한 사랑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남편이 7년 동안 떠나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아픔을 공유했던 서환에게 조금씩 사랑을 키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예지는 서환을 사랑했지만 자신을 더욱 아꼈던 인물이다. 때문에 서환을 떠나고만 오예지의 선택이 이해된다는 임수향이다. 그는 "저는 결말이 새드 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오예지가 사랑을 받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환을 찼다기보다는 서로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서환에게 '네 가족을 뺏어갈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수향 역시 동일한 상황에 처한다면 오예지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 했다. 그는 "저 역시 서진, 서환 모두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서진의 집에서 남편을 7년 동안 기다리는 오예지를 보며 '거기서 살지 말고 그냥 나오지. 젋고 어리고 예쁜데 왜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내가예'는 임수향에게 많은 걸 깨우치게 한 작품이다. 그는 "작품에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주제가 던져진다. 드라마를 통해 '지금'이라는 답을 내리게 됐다. 늘 내가 예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괴롭고 아프고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왜 이러지' 하는 고민을 하며 살아가지만 지나서 생각을 해 보면 그때의 나는 예뻤다. 그걸 그 당시에는 모르고 살아가다 지금에서야 아는 걸 보니, 지금 역시 나는 예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인생을 작품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한 임수향은 아직 목이 마르다.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는 그는 "밝은 연기, 전문직 여성 연기, 생활력이 강한 연기, 사극도 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 "연기를 할 때는 여러 가지 연기법들이 있다. 캐릭터에 동기되는 경우, 제 매력을 보여주며 연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전자에 속한다. 그래서 이번엔 임수향의 매력이 섞일 수 있는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꿈을 꾸기에 미래를 향하는 발걸음마저 행복하다. 그는 "제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그래서 행복한 일을 찾으면 지금 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이상 행복한 걸 찾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질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하고 싶은 게 뭔가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일이 좋아지고,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감사하게 됐다. 저는 이제 한단계, 한단계씩 올라가는 상황이다. 그것마저 요즘 감사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임수향은 작품을 통해 더욱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찾은 그는 확신까지 얻게 됐다. 확신의 걸음을 내딛으며 내내 어여쁠 임수향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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