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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보다 무서운 '막장'의 맛 ['펜트하우스' 첫방]
작성 : 2020년 10월 27일(화) 09:41

펜트하우스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막장'계의 대모 김순옥 작가가 돌아왔다.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소재와 각양각색의 캐릭터로 빈틈없이 드라마를 채웠다. 여기에 이지아, 김소연, 유진, 엄기준, 신은경 등 존재감 강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아는 맛이 무서운 맛이라고 했던가. '펜트하우스'는 아는 '막장'의 맛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6일 밤 SBS 새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가 첫 방송됐다. '펜트하우스'는 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불가 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상류사회 입성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가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벌이는 부동산과 교육 전쟁을 그린다.

극은 꿈의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에 거주하는 주단태(엄기준) 심수련(이지아) 부부, 하윤철(윤종훈) 천서진(김소연) 부부, 이규진(봉태규) 고상아(윤주희) 부부, 강마리(신은경) 가족이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헤라팰리스는 최고의 집값을 자랑하는 곳으로 그 중 주단태 심수련 부부는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상위 클래스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부부지만 이들에게는 결함이 있었다. 주단태는 완벽주의자로 심수련을 억압했고, 하윤철은 사람들 앞에서 천서진을 대놓고 면박 줬다. 이규진은 지독한 마마보이에 눈치까지 없었으며 시댁 식구들 앞에서 꼼짝 못 하는 고상아를 모르는 척했다. 강마리는 안하무인이었다. 특히 주단태와 천서진은 각자 남편과 아내가 있는 공간에서 키스할 정도로 불륜을 즐겼다.

천서진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더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소프라노인 천서진은 과거 예고 시절 오윤희(유진)와 다툼 중 그의 목을 그어놓고 도리어 자신이 다친 척하는 자작극을 벌인 바 있다. 해당 사건으로 성대가 다친 오윤희는 성악을 포기하고 대학도 가지 못했다. 이후 천서진은 승승장구해 프리마돈나 자리까지 올라간 것.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 같던 천서진과 오윤희가 헤라팰리스에서 재회했다. 엄마를 닮아 성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오윤희의 딸 배로나(김현수)가 천서진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헤라팰리스를 찾았고, 이를 반대하는 오윤희가 따라 들어와 두 사람이 만난 것이다. 오윤희는 천서진 앞에서 딸에게 절대 성악을 시키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경비에게 끌려나갔다.

한편 배로나는 강마리의 딸 유제니(진지희)의 계략에 휘말려 학교폭력위원회에 소집됐다. 배로나의 재능을 질투한 유제니가 자작극을 벌였고, 이를 목격한 오윤희는 자신의 과거 상황을 떠올리며 폭발했다. 결국 오윤희는 배로나를 데리고 천서진을 다시 찾았다. 오윤희는 천서진을 향해 과거 자신의 성대를 다치게 한 트로피로 협박했고, 레슨을 종용하며 마무리됐다.

펜트하우스 / 사진=SBS


그야말로 '마라 맛'이다. 자극적이고 독한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다. 불륜, 부동산, 교육, 돈, 복수, 폭력 등 소위 '막장'의 요소는 다 집어넣은 모양새다. 차린 게 많으니 시청자의 폭을 넓히기에 충분하다. '펜트하우스'의 여러 소재 중 하나라도 흥미를 느낀다면 빨려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불륜과 복수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시청자, 부동산과 돈을 좋아하는 시청자, 학교 폭력과 교육에 관심 있는 시청자를 모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언니는 살아있다' '황후의 품격'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와 '리턴' '황후의 품격'을 연출한 주동민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칫 너무 많은 소재는 극을 산만하게 만들어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김순옥 작가의 맛깔스러운 대본 위에 주동민 감독의 세련된 영상미가 더해져 각각의 요소들이 명확히 살아 움직였다.

스타 작가와 감독이 만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보여준 것이다. '황후의 품격' 이후 다시 뭉친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이 끝까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작가와 감독이 판을 깔아줬다면, 배우들은 각각의 캐릭터를 입고 물 만난 듯 열연을 펼쳤다. 김소연은 '이브의 모든 것' 이후 20년 만에 악역에 도전해 극의 중심을 잡았다. 그는 주단태와의 불륜부터 무서운 성악가의 모습, 과거 오윤희와의 난투극까지 품위 있으면서도 섬뜩한 캐릭터를 만들어내 감탄을 자아냈다. 차가운 캐릭터 속에서도 순간의 표정 변화를 섬세하게 만들며 감정선을 이어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준 유진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맡은 오윤희는 딸을 위해서라면 억척스럽게 돈을 버는 인물이다. 여기에 딸을 위해 교장에게 발차기를 날리고, 원수 앞에 다시 찾아갈 정도로 용감하기 그지없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인 유진이 제 몸에 맞는 캐릭터를 입은 모양새다.

여기에 불륜을 예고한 엄기준, 마마보이 봉태규, '시월드'에 빠진 윤주희 등 각각 사연 있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앞으로 극이 진행될수록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는 게 관전 포인트다.

또 청소년 배우들의 서사와 연기도 작품의 중요한 줄기가 될 전망이다. 작품은 학업, 연애, 돈 등 아이들의 욕망도 다루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헤라팰리스 아이들의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온 민설아(조수민)는 첫 등장부터 100층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 전개에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소품과 배경은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답게 소품과 배경은 과할 정도로 화려하다. 오디오 하나가 6억 원이 넘는다고. 특히 펜트하우스 아래로 보이는 한강과 야경은 장관을 이룬다. 또 배우들의 의상과 스타일링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펜트하우스'의 소품, 배경, 스타일링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펜트하우스'는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연출이라는 탄탄한 바탕에 관록 있는 배우들이 어우러졌다. 중독성 강한 '막장'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 톡톡 튀는 캐릭터가 앞으로 극을 어떻게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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