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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자막 둘러싼 갈등 "우리말 훼손 VS 표현 자유" [ST이슈]
작성 : 2020년 10월 26일(월) 15:46

예능 자막 방심위 / 사진=MBC 놀면 뭐하니, SBS 박장데소,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한국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수 예능 프로그램의 신조어 남용을 두고 법정제재를 상정했다. 이에 한국PD연합회는 입장문을 내 해당 제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놀면 뭐하니?', SBS '박장데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JTBC '장르만 코미디',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 등 7개 방송 프로그램 모두 법정제재(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놀면뭐하니'의 "노우 The 뼈",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의 "짜치니까", "sh읏 알아",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가리지널", "Aㅏ" 등의 자막 등이 화두에 올랐다. 또 'FUN한 데이트', '똥군기 MAX' 등 무분별하게 쓰이는 영어 단어 표기와 '뉴비', '딥빡', '주작' 등 인터넷 용어가 범람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방송에서 오직 흥미만을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인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4기 위원회 출범 이후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을 방송사에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이 국민의 언어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서, 동시대에 유행하는 언어의 흐름을 뒤쫓기보다는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에 앞장서 품격 있는 방송으로 시청자와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26일, 한국PD연합회는 해당 처분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욕설, 비속어, 혐오 표현이 아닌 신조어와 인터넷 용어 등으로 법정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덕후', '찐 성덕', 'HIP한 데이트', '부캐' 등 이번에 문제된 자막들은 어떤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들이다. 현실에서 사용하는 살아 있는 말들을 배제한 채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심위가 법정 제재를 강행한다면 표현의 자유 위축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장르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국PD연합회는 신조어, 합성어의 남용이 우리말 체제를 교란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제재 대상이 된 '덕후', '핵인싸'와 같은 단어는 국어학회로부터 새로운 단어로 인정 받아 국어사전에 등용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예능프로그램 내부에서 수위가 짙은 게임 은어 등은 지양하는 등 자정 능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조어와 합성어에 대한 세대 간 이해 차이는 인정했다. 신조어가 주로 젊은 세대에서 쓰이는 만큼 기성 세대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계층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법적 제재가 아닌 권고와 의견 제시 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주다. 신조어의 법정 제재는 '실효성 없는 제재와 현장의 반발'을 자아내리라는 것.

예능 콘텐츠에서 즐비하는 유행어들이 우리말의 존엄을 해치리라는 우려는 1990년대부터 항상 존재했다. 1990년대 통신 언어부터 꾸준히 생산된 신조어, 유행어 등은 시대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 널리 사용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단어들도 있지만 현재까지 사랑 받는 단어들도 있다. 이는 언어의 창조성과 역사성이 여실히 담겨진 특징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자막 법정 제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방심위와 한국PD연합회의 목표는 같다. 우리말의 고유성을 지키고 더욱 아끼자는 취지다. 같은 목적 안에서 이에 맞춤법 표준 규격을 지켜야 한다는 방심위와 장르적 특성을 존중해달라는 PD연합회 간 이견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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