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스파이의 아내'가 일본이 금기시했던 전쟁 당시의 시대상을 다룬다. 이와 관련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정치적 메시지는 결코 없으며 영화로 즐기길 바란다는 취지의 설명을 이어갔다.
26일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스파이의 아내' 온라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년, 아내 사토코와 행복하게 살던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 차 만주에 갔다가, 그곳에서 엄청난 만행의 현장을 목격 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 이후 아내 사토코가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이 출연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흥행보단 작품성 선택
이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작품에 대해 "현대가 아닌 과거를 다뤘다. 시대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고 그 꿈이 이번에 이뤄졌다. 제가 선택한 시대는 현대와 이어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1940년대를 그렸다. 당시에는 일본이 대단히 위험한 체제를 선택했을 때다. 한국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소개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40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불안과 불온의 공기를 배경이자 주제로 삼아, 세 남녀의 얽히고 설킨 애정과 신념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했다.
이어 "멜로와 서스펜스를 담았다. 일본에서는 이런 식의 영화를 많이 보지 못하셨을 것 같다. 제가 보기에 이런 영화는 최근 몇년 간 만들어지지 않아 나름대로 각오를 했다. 만주, 중국, 한국을 침공하던 때다. 1920년 대에는 전쟁이 아닌 자유와 평화를 부각하던 시기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1940년대 진입해 전쟁 일색이 된다. 그런 시기를 설명했다"고 시대상의 분위기를 밝혔다.
스파이의 아내 / 사진=영화 스파이의 아내 스틸컷
◆일본 내 1940년대 소재 영화, 왜 드물까
실제로 일본 영화계에서는 1940년대 전쟁 당시를 다룬 이야기들이 암묵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금기시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가까운 과거를 다루게 되면 실제로 있었던 인물,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픽션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 작업을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제 작품 같은 경우가 드문 것은 완전히 픽션이라는 점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완전히 가공된 이야기로 다뤘다. 그런 식으로 역사 소재를 다루는 게 일본 영화계에서는 드문 일"이라 전했다.
또 "저는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말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역사적 시대를 마주하고 오락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현대가 어떻게 연결된 지에 대해 판단하진 않는다"며 관객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시대상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컸다고. 이에 대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예산이 부족해 CG 효과 처리가 어려웠다. 시대상을 느끼게 할 장소 역시 거의 남아있지 않아 한정된 장소에서 촬영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6월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영화로 재제작했다는 특이점이 있다. 이를 두고 "내용은 다르지 않다. 영화기 때문에 각색을 했다. 지난 주 일본에서 개봉했다. 이 시대상을 다룬 영화는 별로 없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반응이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다른 작품이 히트를 치고 있어서 '스파이의 아내'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한 뒤, 1997년 '큐어'를 연출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 '회로'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피프레시 상을 수상했다. 이어 '밝은 미래', '절규' 등이 칸, 베니스영화제 등에 초청 받았다. 이후 '도쿄 소나타'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스파이의 아내'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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