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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김영재가 쌓아갈 새 이름 [인터뷰]
작성 : 2020년 10월 19일(월) 08:29

김영재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애틋함과 행복함, 그리고 20년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기한 감정. '비밀의 숲2'를 끝낸 김영재는 자신의 감정을 단 하나로 정의내리지 못했다. 20년의 연기 인생, '비밀의 숲2'를 터닝포인트라고 밝힌 김영재는 이제 새로운 책의 페이지를 펼쳤다.

최근 종영한 '비밀의 숲2'는 검경수사권 조정 최전선의 대척점에서 다시 만난 고독한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행동파 형사 한여진(배두나)이 은폐된 사건들의 진실로 다가가는 내부 비밀 추적극. 김영재는 극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파견 위원 김사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김영재는 '비밀의 숲' 시즌 2에서 새롭게 합류한 인물. 그는 "함께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었고, 너무 행복했었다. 불러주신 작가님과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최고의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2013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마귀'에 이어 박현석 감독과 다시 한번 재회하게 된 김영재는 "처음 캐스팅 연락을 받고 드라마 사무실로 갔다. 단순한 미팅인 줄 알았는데 미팅이 아니고 확정이라고 하시더라"라며 "내색은 못했지만 너무 좋았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이수연 작가님께서 제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리둥절했고, 믿기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김영재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어쩔 수 없는 부담감이 몰려왔다. '비밀의 숲'은 시즌1의 '신드롬적인' 인기로, 유난히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김영재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전체 리딩을 할 때 기존 배우들은 자유롭고 편하게 하는데 새롭게 합류한 저나 최무성 형, 전혜진 등은 너무 긴장해서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본이 모두 나와있는 상황에서 촬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캐릭터를 해석하고 이해하고, 또 표현해 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김영재는 '디테일한' 대본의 힘에 기댔다. 김영재는 "어떤 캐릭터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시작했다. 감독님이 힌트를 주신 건 상황 대처 능력이 좋은 사람, 유연한 인물이라고 하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작가님 지문이 진짜 디테일하시다. (감정을) 눌러야 할 때 누르라고 돼있고, 또 풀어줄 때는 풀 수 있게 디테일하게 적혀있다. 심지어 잉?'이라는 짧은 말도 다 대사에 있었다"며 "상황을 융통성 있게 처리하는 사람이라서 어떤 면에서는 약삭빠르고 꼰대, 쪼잔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게 김사현의 살아남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디테일한 대본은 디테일하게 연구하고, 연습해야만 했다. 그는 "보통 혼자 연습하는데 '비밀의 숲2'는 사무실 후배들을 데려와서 몇 날 며칠을 함께 연습했다. 후배들한테 피드백을 받으니까 단조로움을 벗어나 다채로운 느낌을 만들어진 것 같다"며 "대본을 계속 들고 다니고, 후배들의 조언을 잘 활용했다. 검경협의회 회의 촬영 때 자랑이지만, NG 한 번 없이 갔다. 다들 NG 한 번씩 다 냈다"고 웃었다.

김영재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듯 대본은 물론 김영재의 캐릭터 구축과 연기에 도움을 준 것은 또 있었다. 바로 그의 곁에서 '법제단'을 함께한 배우 조승우, 최무성이다.

김영재는 조승우에 대해 '여우'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기 할 일은 다 하면서 장난치는 것도 잘한다. 컷 하면 바로 '누구 약올리지?'하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라며 "저를 너무 편하게 해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가 뭘 어떻게 하든지 있는 그대로 다 받아줬다. 동선을 바꿔도 그대로 리액션을 해주는 배우다. 편하게 다 하라고 말해줬다. 최무성 형도 저도 새롭게 투입된 인물이라서 조승우가 두 형들을 다 책임져줬다"고 말했다.

이어 최무성에 대해서는 "형이랑 연기할 때 그렇게 편했다. 서로 새로 투입됐다는 동지애도 있었을 것 같다. 캐릭터가 그래서 그렇지 원래 성격은 되게 섬세하고, 귀여우시다. 굉장히 매력 있는 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운 촬영, '비밀의 숲2'는 김영재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는 "매번 종영할 때마다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데 김사현이라는 캐릭터에 유독 애틋한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비밀의 숲2'를 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많은 분량이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SNS를 만들었을 때다 많은 분들이 반응을 보여 주셔서 깜짝 놀랐다"며 "저도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한정된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비밀의 숲2'를 통해서 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청자들이 염원하고 있는 시즌3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김영재는 "시즌1은 매회 사건이 터지는 추리 스릴러물이라면, 시즌2는 전작보다는 세계관을 확장시켜서 현실적으로 다가선 작품인 것 같다. 우태하나 최빛도 다 있을 법한 캐릭터 아닌가"라며 "시즌1도 좋지만 제가 출연해서 그런지 몰라도 시즌2에 대한 애착이 있다. 시즌1과 시즌2는 다른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영재는 "시즌3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들었다"면서도 "시즌3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김사현도 출연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김사현의 캐릭터가 완성되고 나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사현이가 갈 곳이 있을까 싶다. 결국 일처리를 잘 못했기 때문에 좌천돼서 황시목이 있는 원주로 가지 않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강원철(박성근)도 황시목이 찾아가서 연결고리가 있었듯이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는 이상 애매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김영재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20년 차 배우인 김영재는 '비밀의 숲2'로 인해 2020년을 평생 기억하게 됐다. 어렸을 때 멋모르고 시작했던 배우 생활. 누군가는 그를 무명 배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가정이 생긴 후 가족의 힘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욕심도 없었고, 기대하는 것도 없었다. 단지 '연기하면서 먹고 사는 것' 그간 김영재의 유일한 꿈이자 소망이었다.

그러나 '비밀의 숲2'를 만나면서 그에게는 새로운 욕심과 목표가 생겼다. 김영재는 "결혼 10년 차다. 그전까지는 흘러가는 대로 해왔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더 신중하고 필사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물불 안 가리고 연기를 해왔다"며 "근데 20년 만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 큰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뜻깊은 한 해가 됐다. 제 이름이 아닌 김사현이라는 캐릭터를 기억해 주셔도 좋다. 제 이름을 기억 못 하셔도 캐릭터의 이름을 불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영재라는 이름보다 캐릭터의 이름을 하나씩 쌓아가고 싶은 목표와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데뷔 때는 멜로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제 중년이 돼서 멜로를 벗어나 장르물에 도전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김영재라는 배우가 확장된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수사물, 장르물에 더 도전하고 싶다"며 "저에게 '비밀의 숲2'가 없었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고 웃었다.

'비밀의 숲2'로 제2의 배우 인생이 시작된 김영재가 앞으로 쌓아갈 여러 개의 '이름'을 기대해본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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