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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매력적인 아이러니의 연속 [무비뷰]
작성 : 2020년 10월 15일(목) 11:32

소리도 없이 유아인 유재명 / 사진=영화 소리도 없이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소리도 없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긴장감과 유머러스함을 적절하게 배치한 작품이다. 이들이 묵묵히 걸어가는 행보를 지켜보는 것 자체로 좋다.

15일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제작 루이스픽쳐스)가 아이러니의 미학을 한껏 담은 채 관객들과 만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SF 단편 '서식지'로 호평을 받은 신예 홍의정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입봉에 나섰다.

작품은 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범죄 생활을 그렸다. 범죄 청소부라는 독특한 소재와 납치 당한 여자 아이의 아이러니한 감정 유대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자의적으로 입을 닫아버린 청소부 태인(유아인)과 범죄 조직의 신실한 청소부 창복(유재명)은 나름의 철저한 규칙 안에서 직업의식을 갖고 생활하는 소시민이다. 범죄의 테두리 안에서 시체를 처리하며 살지만 그 이상의 죄를 짓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극 중 창복은 시체를 처리하며 "남의 것을 탐하면 불구덩이에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 대사는 꽤 오래 뇌리에 남아 후반부 엔딩까지 여파를 미친다. 창복과 태인은 예기치 못하게 유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특히 도덕과 신념으로 살아온 창복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다. 태인은 초희(문승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감금한다. 이 과정에서 태인은 초희와 묘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작품을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아이러니'다. 먼저 시각적인 아이러니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화사한 톤과 색채, 평온한 시골 밭 배경, 화창한 낮의 하늘과 노을 지는 앞 마당 등 영화는 시각적으로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체를 파묻는 인물들과 쫓고 쫓기는 납치범들, 유아 인신매매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들이 나열된다. 통상적으로 범죄 장르물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전개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소리도 없이'는 제법 경쾌한 음악으로 작품만의 매력을 양산한다. 일상적인 톤으로 범죄극을 다룬다는 아이러니한 강점이 있다. 아울러 예상치 못한 장면과 대사들이 극 내내 깔린 긴장감에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들이 유대감이 아이러니를 극대화시킨다. 앞서 설명된 의도치 않게 유괴범이 된 창복과 태인의 양심적인 모습, 납치된 집에서 태인과 그의 여동생의 생활을 조금씩 바꿔 놓는 초희의 모습, 그 안에서 형성되는 묘한 유대감이 전개 내내 깔려 있다. 러닝타임 99분 동안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태인과 그의 여동생, 감금 당한 초희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며 조금씩 달라진다. 유괴범을 따라다니며 시체를 묻고 집을 청소하는 초희의 모습은 전형적인 납치 당한 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이러한 장면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존하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기에 납득이 가능하다.

유아인 소리도 없이 / 사진=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컷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묵언을 이어가는 태인이지만 전혀 조용하지 않다는 점 역시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극 중 한숨, 혀차는 소리 등 비언어적 요소를 영리하게 활용한 유아인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감정을 전달한다. 태인 그 자체가 된 유아인의 변신은 새롭고 또 인상 깊다. 유아인은 대사 없이 이야기를 채운다는 어려운 미션을 여실히 해내며 자신의 역량을 톡톡히 과시한다.

작품은 전, 후반부 내내 치열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장면 곳곳이 주는 메시지와 연출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숨 가쁜 전개가 쏟아지며 결말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또 극중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다. 이는 홍의정 감독이 치밀하게 계산한 지점이다. 입봉작 '소리도 없이'로 충무로의 빛나는 별이 될 홍의정 감독은 작품을 통해 "소리도 없이 우리는 괴물이 된다"는 말을 전한다. 그의 메시지처럼 보는 이들 역시 태인과 창복에 녹아 들어 생존을 향해 같이 뛰어가게 된다. 15일 개봉 예정.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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