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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가 될 순 없어' 유쾌한 자막으로 포장한 막장 드라마 [ST포커스]
작성 : 2020년 10월 12일(월) 16:00

정경미 윤형빈 김지혜 박준형 / 사진=JTBC 1호가 될 순 없어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남편의 무관심, 외도가 예능 소재로 변질됐다. 아내의 눈물은 '예능'이라는 정체성을 위해 웃음으로 승화됐다. 불편한 웃음으로 점철된 '1호가 될 순 없어'다.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이하 '1호가')에서는 새롭게 합류한 8년차 코미디언 부부 윤형빈, 정경미의 일상이 공개됐다.

윤형빈은 무심함의 극치였다. 과거 연애 시절 "정경미 포에버"라는 말을 외쳤던 '사랑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결혼 직후 부산에서 공연을 하게 된 윤형빈으로 인해 두 사람은 오랜 기간 떨어져 생활했다. 연휴, 주말을 같이 보낸 적이 없는 두 사람은 8년차 부부라고 믿기 힘들 만큼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정경미는 "초반에는 남편에게 많이 서운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쌓여 봤자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해탈한 모습을 보였다. 윤형빈은 그런 아내에게 어색함을 느꼈다. 그는 "아내와 같이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색하다"고 말했다.

남편의 무관심 속 정경미는 홀로 산부인과를 다니며 첫째를 출산했다. 그는 "산부인과에 갔는데 문득 옆을 보니 다 부부였다. 나만 혼자 앉아 있었다. 옆에서는 부부들이 함께 초음파 사진을 보며 '귀엽다' 하며 행복해하고 있을 때 나 혼자 초음파 사진을 접어 가방에 넣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산 당시 일화도 공개됐다. 정경미는 "윤형빈에게 출산 예정일 앞뒤 일주일은 조심해 달라고 했는데 (진통이 왔을 때) 윤형빈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그날 밤에 혼자 있는데 진통이 와서 친오빠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 새벽에 오빠 차가 방전이 됐다. 방전 수리해 주시는 분을 급히 불러 병원에 갔다"고 고백했다.

무관심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윤형빈은 둘째 임신 22주차에 접어든 정경미의 입덧 사실, 임신 주기, 산부인과 병원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급기야 둘째 임신 후 정경미와 산부인과를 동행한 사실이 없다고 고백했다.

윤형빈, 정경미 부부의 사연은 '예능 소재'로 사용됐다. 김지혜는 스튜디오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정경미에게 "박준형과 함께하는 라디오 끝나면 둘이 같이 산부인과에 가라"며 상황에 맞지 않게 장난식으로 농담을 건넸다. '1호가' 역시 박준형을 '오피스 허스밴드'라고 칭하며 "오피스 허스밴드의 영역 확장"이라는 자막을 덧붙였다. 속상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던 정경미는 김지혜의 말에 웃음을 보였다. 여기에는 '10초 만에 되찾은 정체성'이라는 자막이 더해졌다. 웃음에만 급급했던 경솔한 연출이었다.

'1호가'가 불편한 소재를 개그로 소비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방송분에서는 코미디언 김학래의 불륜을 폭로하는 아내 임미숙의 모습이 그려졌다.

당시 임미숙은 김학래의 외도, 도박 등으로 공황장애를 앓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김학래와 결혼 후에 1년 뒤에 공황장애에 걸렸는데 10년을 말도 못 하고 교회에서 기도하면서 매일 울었다. 이유도 없는 공포로 인해 살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남편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임미숙이 오해한 외도 사건 역시 웃음으로 포장됐다. 임미숙은 김학래의 폰에서 명품을 사달라는 한 여성의 문자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농담으로 오간 문자라는 김학래의 설명에 "오해 노노. 농담처럼 오간 말일 뿐"이라는 자막을 적었다. 오해로 힘든 시간을 보낸 임미숙의 사연을 '오해 노노'라며 가볍게 치부한 셈이다.

'1호가'는 코미디언 부부들 중 '이혼 1호가' 탄생하지 않는 이유를 집중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매번 화제가 되는 것은 이혼 사유가 될 법한 불편한 소재들이다. 제작진 측은 이를 유쾌한 연출, 자막들로 포장하려 하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우면서 웃음도 함께 종용하려 하는 '1호가'의 기획 의도는 한참 벗어났다. 오히려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방향성에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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