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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역경 속 피운 가능성 [인터뷰]
작성 : 2020년 10월 12일(월) 11:00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이경미 감독은 전작의 흥행 실패 속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땅을 밟았다. 그 안에서 그는 도전을 불사하며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가능성을 피웠다.

이경미 감독은 2008년 '미쓰 홍당무'로 장편 영화 데뷔를 마쳤다. 이어 영화 '비밀은 없다' '아랫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 중 '러브세트' 등 자신만의 세계가 담긴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런 이경미 감독이 이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극본 정세랑·연출 이경미)으로 돌아왔다. 이경미 감독은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처음으로 시리즈 전체 연출에 도전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다.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한 이 감독은 "시리즈는 영화 찍는 것처럼 찍으면 절대 완성할 수 없는 규모다. CG까지 많은 상황인데 촬영 진행 속도는 영화에 비해 4배 이상 빨랐다. 그런데 또 프리프로덕션은 영화랑 비슷하게 진행해야 되니까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더라. 다른 시리즈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더 효율적으로 운용을 해서 더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도 처음으로 시리즈를 찍으면서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시리즈물에 도전하게 된 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도전 의식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전작 '비밀은 없다'가 실패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맨땅에서 시작해 보자고 마음먹게 됐다. 영화를 개봉시키고 싶은데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당한 기분이 들었을 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관심이 가더라. 그런데 마침 '보건교사 안은영'을 제안받았다. 모든 부분이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였다. 그런데 못할 게 뭐 있나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내 손에 쥔 게 많았으면 놓치지 싫어서 쟀을 텐데 난 아니었다. 그리고 '보건교사 안은영'은 영상화 하고 싶은 요소가 많아 욕심이 났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덥석 물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시리즈물 도전도 처음이었고, 극본을 쓰지 않고 연출만 맡게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은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며 사랑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원작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난 원작을 재현하는 사람이 아니고,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원작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았던 부분을 더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내 창작 작업이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다. 그런데 재밌는 부분은 만약 나 혼자서 이런 소재와 이런 이야기를 쓰라고 하면 못 했을 것 같다. 이미 원작의 아이템이 재기 발랄하고 명랑하고 따뜻하게 쓰여있었다. 원작자의 생각을 빌리고 덧입히는 작업이 재밌다는 걸 처음 경험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세랑 작가와 같이 극본 작업을 한 건 아니다. 정세랑 작가가 작업한 각본에 내가 소설을 보면서 좋았고, 살리고 싶던 점을 정리해서 작업했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에 내가 받은 각본은 옴니버스 식이었다. 이것을 여자 히어로의 성장 드라마로 초점을 맞추고 그 줄기에 맞춰서 에피소드를 재구성했다. 또 젤리들을 캐릭터화 시키는 작업을 했다"며 "가장 주안점을 둔 건 안은영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거였다. 캐릭터들이 계속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보건교사 안은영'은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내 작품은 늘 호불호가 있다. 좋아하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놓여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보건교사 안은영'은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주변에서 축하 전화와 문자가 정말 많이 왔다. 기쁜 일"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국내 반응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호평도 이어졌다. 이 감독은 "남편이 해외 리뷰와 기사들을 알려줘서 나도 보고 있다. 사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다 보니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볼 수 있단 점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남편이 외국인이고, 남편 친구들도 외국인들이 많다. 이들이 한국에 놀러 왔을 때 열광했던 게 뭔지 계속 생각했고, 이걸 활용해야겠다 싶었다. 예를 들어 외국 친구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굉장히 재밌어한다. 그래서 그런 공간을 보여주고 세련된 음악이나 B급 무비 정서를 녹였다. 상업 영화로 만들었으면 이런 요소를 넣기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마침 넷플릭스다 보니 이걸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이왕 이런 판이 짜인 김에 한국어를 더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어 가사가 있는 음악을 OST로 쓰고, 영화 자막이 깔린다고 하더라도 한국어가 보일 수 있도록 화면에 예쁜 캘리로 박아놓는 등 노출시키려고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보건교사 안은영'이 보여줄 점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막 프리퀄(시리즈의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작품)을 보여준 정도라고. 이 감독은 "소설 속에는 여자 히어로의 재료들이 들어있었다. 이것들이 시리즈로 가려면 프리퀄 정도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다행히 넷플릭스에서도 좋아해서 그렇게 진행하게 됐다"며 "시즌2를 위해 어떤 재료들을 만들어야 앞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요소를 깔아놓았기에 처음 본 분들은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라마의 화법에 익숙한 사람은 더욱 정보를 캐치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 목표는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으시고, 또다시 드라마를 보게 하는 거였다"고 전했다.

또 시리즈물로 풀어야 했기에 원작과 다른 점도 존재했다. 이 감독은 "여자 히어로의 프리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을 때 안은영이 싸우는 대상이 젤리만 있다고 친다면 시즌2로 가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게 주변 사람들의 스토리다. 은영이가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를 대변하는 실체가 있으며 싸워야 될 상대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다음 시즌에서 이야기할 게 더 많다. 특히 싸워야 될 상대가 조직일 때 은영이가 싸울 존재가 커지고, 미션도 커지고 군상도 커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시즌2 연출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그는 "넷플릭스에서 결정이 나서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작품이 공개되고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시즌2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 부분들을 반영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떠오르더라. 만약 기회가 된다면 못 해본 것들을 펼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경미 감독은 '보건교사 안은영'의 산뜻한 출발과 앞으로 가능성을 모두 열었다. 탄탄한 원작에 재기 발랄한 상상력, 그리고 새로운 소재들이 더해져 넷플릭스에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괄목할 성적을 거둔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감독이 시즌2와 함께 돌아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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