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신비롭고 짜릿한 '한국형 판타지'의 서막이 열렸다. "캐릭터, 비주얼, 스토리 모든 게 자신 있다"고 말한 강신효 감독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7일 tvN 새 수목드라마 '구미호뎐'(극본 한우리·연출 강신효)이 첫 방송됐다. '구미호뎐'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 드라마다.
이날 방송에서는 1999년 여우고개 사고로 부모가 사라지고 홀로 남은 남지아(조보아)가 21년 뒤, 괴담 프로그램 PD가 돼 구미호 이연(이동욱)의 정체에 다가서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긴장감을 높였다.
이후 또 다른 구미호 이랑(김범)의 계략으로 여우고개를 찾은 남지아는 여우고개에서 일어난 의문의 버스 사고 속, 사라져버린 이연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다. 일을 해결한 뒤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던 이연은 남지아의 기억도 지웠지만, 남지아의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남지아는 이연과 이랑의 영상이 담긴 USB를 미끼로 이연 앞에서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이연은 뛰어내리는 남지아를 구했다. 남지아는 자신을 구한 이연에 "역시 사람이 아니었다"며 미소 짓고 "나는 너를 기다렸다"며 이연의 목에 이상한 주사를 놔 향후 전개에 기대감을 높였다.
'구미호뎐'은 전설 속 인물들이 우리와 같은 현재에 살고 있다는 세계관에 맞춰 익숙하고도 독특한 재미를 안겼다. 특히 그간 흔하게 다뤘던 여자 구미호가 아닌 남자 구미호의 모습이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여기에는 '남자 구미호' 이동욱, 김범의 역할이 컸다. 이동욱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부터 '판타지적인' 구미호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동욱의 배다른 동생이자 구미호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이랑 역을 맡은 김범은 순진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덫을 놓는 영악함과 냉기 어린 모습을 넘나들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판타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배우의 아우라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이동욱이 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범 씨도 캐스팅 하기 직전에 실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랑 역을 하기 위해 태어나고, 때맞춰 전역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는 강신효 감독의 말을 100% 입증해낸 셈이다.
CG도 두 사람의 열연을 빛내며 완벽한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구미호의 스펙터클한 액션과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다이내믹한 동작, 내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웅장한 실내와 초월적인 액션 장면에 담긴 CG 등은 신비로운 미쟝센을 완성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선물했다.
조보아 또한 괴담 프로그램 PD 남지아 역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구미호라는 '인외존재'들 속 유일한 인간인 역할이지만, 가만히 구미호들에게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인간임에도 똑똑하고 나약하지 않은 매력으로 예측을 벗어나는 '신선함'을 발산했다.
또한 구미호는 물론, 밤마다 인간의 간을 빼먹는 여우누이, 구미호에게 밥을 주는 우렁각시, 남지아가 버스를 타지 못하게 막은 마을의 장승 할아버지 등 우리나라의 민간설화 소재를 다룬 장면이 등장하며 '한국형 판타지'로서 흥미로움을 배가시켰다.
이렇듯 '구미호뎐'은 신선하고 빠른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홀렸다. '구미호뎐'은 첫 방송 시청률 5.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왕좌를 차지했다. 이는 tvN 역대 수목드라마 첫 방송 2위의 기록이기도 하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