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룹 블랙핑크가 간호사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휘말렸다.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속 멤버 제니의 간호복 차림이 문제시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5일 논평에서 제니의 복장에 대해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으나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지적했다.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에서 제니는 간호사 역으로 등장해 90년대 초 사라진 간호사 모자를 쓰고 타이트한 간호복에 짧은 치마, 높은 빨간색 하이힐을 신고 출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는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이 여성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적대상화와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음에도 어느 때보다도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2020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해 등장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은 병원 노동자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며 YG의 책임감 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SNS에는 '#간호사는코스튬이 아니다' 'nurse_is_profession' '#Stop_Sexualizing_Nurses' 등 간호사의 성적대상화와 성상품화를 반대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또 다른 SNS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도 "아직도 미디어는 간호사 성적 대상화를 버리지 못했네요. 몇십 년 전에 없어진 널스캡, 짧은 치마와 허리라인을 부각시키는 허리띠, 빨간 하이힐 등… 언제쯤이면 간호사가 저런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블랙핑크는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팝스타 저스틴 비버에 이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수를 보유하는 등 글로벌 걸그룹으로 영향력을 끼쳐왔다. 이토록 한류를 선도하고 있는 걸그룹이 같은 여성을 성적대상화했다는 비판인 데다 코로나19 시국으로 간호사들의 노고를 감사하는 분위기에서 불거진 논란이라 더욱 아쉬웠다.
뮤비 공개 직후 관련 논란이 일었으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도리어 뮤비가 1억뷰를 돌파했다며 보도자료로 자축하던 YG는 보건의료노조의 논평으로 사태가 커지자 6일 오전, 공식입장을 내며 해명에 나섰다.
YG는 "러브식 걸즈'는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 안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곡"이라며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을 반영했다.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간호복을 '코스튬'으로 활용한 것에 대한 비난이 인 상황. 그러나 YG는 사과나 인정보다는 자신들의 의도에만 집중하며 책임감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가사 속 의사를 왜 간호사로 표현한 것인지, 왜 타이트한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매치한 여성으로 그린 것인지에 대한 해명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도리어 YG는 "왜곡된" 시선에 우려를 표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측을 역으로 문제삼기까지 했다.
다만 앞선 사례를 의식한 탓인지 YG는 "해당 장면의 편집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가수 이효리는 3집 타이틀곡 '유고걸(U-Go-Girl)' 홍보 뮤직비디오에 간호사 복장으로 등장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효리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가슴골이 보이는 간호사 복장에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항의했고, 결국 이효리는 '유고걸' 본편 뮤직비디오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하며 사태를 수습한 바 있다.
"편집 논의 중"이라는 YG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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