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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 끝낸 양동근, '표현가'로 인생 2막 시작 [인터뷰]
작성 : 2020년 10월 02일(금) 10:00

양동근 / 사진=TCO 콘텐츠온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이제 막 워밍업을 마친 그는 주저할 것이 없다. 자신을 조여오던 프레임에서 벗어나 '예술가'가 아닌 '표현가'로 배우 인생 2막을 펼쳐나갈 배우 양동근이다.

40대에 접어 양동근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제작 브라더픽쳐스, 이하 '죽밤)을 택한 이유에 대해 "외계인을 소재로 했다는 게 구미가 당겼다"며 "누구나, 언제든 다룰 수 있는 신파라든지 흥행을 위한 안정적인 소재에 이골이 난 상태에서 외계인이란 소재는 신선하고 참신했다"고 말했다.

소재는 물론 신정원 감독의 매력에도 푹 빠진 그다. 양동근은 "신정원 감독이 아예 작정을 하시고 작품을 만든 것 같다. 저도 많이 웃게 됐다"며 "제가 감독님의 코드와 맞는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죽밤'에서 양동근은 언브레이커블의 비밀을 알고 있는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 역을 연기했다. 양동근은 작품 속 역할에 대해 "두드러진 역할이 아니다 보니 사랑을 받을 거란 예상을 못 했다. 그저 흐름에 맞춰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양동근은 등장신마다 폭소를 유발하며 하드캐리했다. 그러나 양동근은 오히려 겸손했다. 그는 "(하드캐리할 것을) 계산하고 연기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저 현장에서 많이 만들어진 캐릭터"라며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감독님의 디렉션에 의해 만들어지고, 후반 작업 등을 거치며 만들어진 캐릭터라 그런 좋은 반응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새롭게 시도한 연기인데 반응이 좋으니 생소하다. 영화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고 얼떨떨한 심경을 표했다.

양동근 / 사진=TCO 콘텐츠온 제공


작품 속 호연 탓에 관객들은 그의 얼굴만 봐도 웃음을 터트린다. 이런 반응에 대해 양동근은 "예전에는 진중한 작품도 많이 하고 또 실제로 진중한 성격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게 말을 붙이기 어려워했다. 이 부분을 개선하려고 많이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저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 부분이 영화에서도 보여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과거 진지했던 이미지를 씻고 천천히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알게 된 그다. 양동근은 "제가 원래 현장에서 거의 말을 섞지 않는다. 그런데 결혼 후 아기가 생기고 나니 아기 이야기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섞이게 된다"며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현장에서 친근하고 편안하게 지냈다. 그런 편안한 분위기가 작품에 담겼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며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20대 때는 저를 '예술가'로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표현가'라고 정의하고 있다"며"20대 때는 스스로 뭘 표현하기 보다는 감독님들의 도구처럼 사용됐다. 그러다 짓눌린 부분은 힙합을 통해 터트렸다. 응어리진 것을 쏟아내고 싶어서 음악 작업을 했다. 음악을 하며 나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30대 때는 '양동근'이라는 사람의 상태를 보게 됐다. (누군가의 도구로서) 표현하는 걸 잠시 멈추고 누에, 번데기 과정을 거쳤다. 40대 때는 '죽밤'을 필두로 배우 인생이 새롭게 시작됐다. 이전 시기는 워밍업이었다. 남자 배우는 40대 때부터가 시작이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저 역시 이제 시작인 것"이라고 말했다.

양동근 / 사진=TCO 콘텐츠온 제공


배우로서의 열정을 갖춘 그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지녔다. 연기를 위해 결혼을 결심한 그는 이제 가족을 위해 못 할 것이 없는 '표현가'로 재탄생했다.

그는 "과거 30대에 접어들면서 20대에 맡았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삼촌, 아빠, 나아가 할아버지 역뿐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아빠가 돼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결혼을 결심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그저 골목길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될 것만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결혼을 한 그는 인생의 큰 변환점을 맞았다. 양동근은 "예전의 저는 저를 '예술가'라고 생각해 제 예술관에 맞지 않거나 이와 동떨어져 있으면 그 작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지금의 처절함을 표현하는 '표현가'가 됐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 못할 게 없어졌다"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쉴 수가 없다. 처자식이 절 바라보고 있는데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가족을 위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그리며 달려왔던 그는 이제 현재의 소중함도 깨닫게 됐다. 그는 "결혼 전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나, 새로운 목적지·목표 등만 지향하고 쫓아가느라 오늘을 살지 못했다. 이제 다음을 모색하고 바라보기보다 오늘을 열심히 살기로 했다"며 "더 바라는 건 없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오든 즐길 수 있겠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양동근의 연기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단순히 도구로 사용됐던 '예술가' 아닌, 스스로를 누구보다 잘 표현해낼 수 있는 '표현가'가 될 준비를 마쳤다. 실을 뽑아내기 위해 존재했던 누에고치가 아니다. 날갯짓하며 스스로 날아갈 준비가 된 나비 같은 양동근의 인생 2막에 기대를 걸어 본다.

양동근 / 사진=TCO 콘텐츠온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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