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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이 기다리는 '사람 사는 이야기' [인터뷰]
작성 : 2020년 10월 01일(목) 08:44

담보 하지원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하지원의 선한 인상 뒤에는 힘 있는 연기력, 또 특유의 호소력 짙은 아우라가 있다. 그런 하지원이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그간 수많은 히트작을 품에 안으며 '흥행퀸'이라는 수식어를 받은 하지원인 만큼 복귀작 '담보'를 향한 기대감이 일찍이 모였다. 빠르지 않지만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차곡 차곡 쌓아가는 배우, 하지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29일 개봉한 영화 '담보'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그의 후배 종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5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하지원은 '담보'에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종배(김희원) 슬하에서 잘 자란 어른 승이(하지원) 역을 맡았다.

먼저 하지원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현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주는 감성을 꼽았다. 그는 "시나리오 읽었을 때부터 느낌이 잘 느껴졌다.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감정이 좋았다. 실제로 너무 멀리 있거나 안 좋은 관계의 가족이 많다. 우리 이야기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사랑이라는 감성을 진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담보 하지원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말처럼 '담보'는 피 섞이지 않은 두 남자와 한 소녀가 서로를 보듬고 안아가는 과정을 농밀하게 그려낸다. 아역배우 박소이가 극 중 승이의 어린 시절을 먹먹하게 담았다면 하지원은 잘 자란 어른의 절제된 슬픔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왜 하지원이어야 했을까. 이 과정에서는 윤제균 감독의 입김이 있었다. 그간 다수의 작품으로 하지원과 신뢰를 쌓은 윤제균 감독은 이미 서로를 향한 깊은 믿음이 있는 사이다.

하지원은 "윤제균 감독이 제게 '담보'를 추천하며 이 영화의 문을 열고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진짜처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 역시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특별한 사랑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렇다면 현장 속 배우들 간의 '케미' 역시 궁금해졌다. 앞서 예능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성동일, 김희원과 가족 같은 분위기를 선사했던 만큼 현장 분위기 역시 남달랐을 터. 하지원은 이를 두고 "특별히 한 장면이 아닌 모든 분위기에서 배우들이 다 어우러졌다. 성동일, 김희원이 귀엽게 티격태격한다. 그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너무 재밌었다. 촬영은 힘들지만 현장은 너무 즐거웠다"고 표현했다.

특히 극 중 아버지로 만난 성동일과 하지원은 가족애 이상의 감정을 전달한다. 말로 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로를 아끼며 마음을 이해하는 두 사람은 이미 아버지와 딸 그 자체였다. 이야기의 가장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두 사람의 조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하염없이 자극한다.

이처럼 실제 부녀 같은 호흡을 두고 하지원은 "성동일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그 앞에 서면 그저 딸이 됐다. 이야기가 갖고 있는 무드를 잘 만들어주셨다. 김희원과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대본에서 부족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승이의 어린 시절 역할을 맡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박소이에 대한 칭찬이 이이지기도 했다. 그는 "박소이라는 친구가 갖고 있는 본래 캐릭터가 저와 비슷하다. 현장에서 엄마를 안 찾고 즐긴다. 에너지가 엄청 넘치고 밝다. 저도 그렇다. 비슷한 사람이 해야 하는 역할이기에 캐릭터가 낯설지 않았다. 박소이와 제가 밸런스를 잘 맞췄다. 덕분에 이야기 흐름이 잘 나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원을 떠올리면 큰 눈망울 속 깊은 여운이 가장 먼저 떠올린다. 영화 '해운대'부터 드라마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등에서 하지원은 짙은 감정선으로 보는 이들을 아우른다. 이처럼 대중에게 이미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하지원이지만 '담보'는 결코 쉽지 않았던 작업이다. 극 후반부에서 모든 감정을 폭발적으로 끌어냈지만 장소 문제로 다시 재촬영을 해야 했던 것. 당시를 떠올리며 하지원은 "쏟아낸 감정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은 배우로서 너무 힘들었다. 재촬영할 때도 마음이 무거웠다. 이 감정을 안 했던 것처럼 쏟아낼 수 있을까. 기도도 해봤다. 결국 눈을 감고 감정을 다 지웠다. 다행히 그 장면이 잘 나온 것 같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다. 재촬영이 담백하게 나와 더 만족스럽다. 또 제가 저를 지워버려서 그런지 더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담보 하지원 / 사진=영화 담보 스틸컷


또 극 중 불법추방된 모친 명자(김윤진)를 헤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만난 장면 역시 난관이었다. 강제로 갈라선 모녀는 각자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은 후 두석의 도움으로 서로를 마주볼 수 있게 된 장면이었다. 이를 두고 하지원은 "이 부분이 첫 촬영이었다.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김윤진, 나문희를 그날 처음 봤다. 다만 현장에서 강대규 감독이 모두가 느끼는 호흡을 설명해 무드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또 대선배님들이어서 눈을 보고 서로 교감하는 것들이 빨랐고 좋았다. 생각한 것만큼 어렵지 않았다"며 회상했다.

이처럼 녹록치 않은 촬영을 극복한 하지원에게 '담보' 같은 보물은 무엇일까. 이에 "누구보다 나를 믿어주고 지켜주는,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을 꼽은 하지원은 "제 소중한 친구들, 회사 식구들 역시 진짜 가족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제 팬들은 제 가족보다 저를 더 많이 보호한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하지원은 연기에 대한 깊은 갈망을 전했다. 예전부터 늘 작품을 기다리며 목이 말랐다는 하지원. 그는 지금도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기적 갈증 속에서도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늘 같았다. 자신을 빛나게 할 캐릭터가 아니라 자체로 빛나는 이야기였다. 작품의 하모니를 우선시하는 만큼 하지원의 선택은 늘 확신에 차 있었다. 자신과 작품을 믿기에 하지원에게 흥행 성적표는 중요하지 않다. 오롯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슬럼프 혹은 매너리즘 역시 조용히 흘려보내는 그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원은 여전히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려 한다. 하지원이 만날 다음 이야기가 어떨지 벌써 기대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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