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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단순함이 갖는 미묘한 힘 [무비뷰]
작성 : 2020년 09월 29일(화) 13:02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 사진=영화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미묘한 힘이 느껴진다. 미동이 없던 입가는 어느새 올라가 있다. 생소한 전개에 갸웃거리던 고개는 위아래로 끄덕이고 있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제작 브라더픽쳐스, 이하 '죽밤')은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로, 영화 '시실리 2㎞' '차우' '점쟁이들'의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이다.

전체 이야기는 여고 동창생 소희(이정현), 세라(서영희), 양선(이미도)가 끌고 간다. 만길(김성오)은 지구 정복을 위해 맨몸으로 떨어진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다. 남편 만길의 정체를 알게 된 소희는 친구들과 함께 그를 처단하려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 사진=영화 스틸컷


단순하지만, 간결하진 않다. '언브레이커블 처단'이란 큰 줄기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지만 그 전체를 이해시키기 위해 잔가지가 뻗어져 있는 형태다. 언브레이커블이 지구에 찾아온 이유, 동창생 3인방이 다시 뭉치게 된 서사 등이 잔가지 속에 담겨 있다. 전체에 휩쓸려 놓칠 법한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설치돼 설득력을 더한다.

신정원 감독이 갖는 힘이다. 갑작스럽게 경로를 이탈하지도, 억지스러운 장치를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설계한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그러다 웃음 구간에 들어서면 소리내어 웃게 된다. 자연스럽다 보니 웃음 포인트 역시 억지스럽지 않다.

자연스러움은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묻어난다. 외계인, 그리고 불사라는 소재를 배우들이 물 흐르듯 수용한 덕에 관객들 역시 엉뚱한 흐름마저 수긍하게 된다. 이질감 없는 연기력은 '우리 주변에 한 명쯤은 언브레이커블이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익숙하지만 또 신선하다. 악의 무리와 이를 처단하려는 무리가 나뉘어진 이분법은 흔히 볼 수 있다. 그 악의 무리가 외계인이라는 플롯은 더더욱 많다. 그러나 잔혹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다. 외계인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도 웃음이 나온다. 낡은 플롯에 유쾌함을 더해 이야기를 신선하게 그려냈다.

'죽밤'은 가볍게 보기 좋은 'B급 영화'다. 내용을 이해하려 골머리를 앓을 필요는 없다. 단순하기에 지닌 이점이다. 그러나 간결하지도 않기에 지루하지도 않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 웃음 포인트가 러닝타임 110분 동안 집중하게 만든다.

이처럼 '죽밤' 속 불사의 인물은 무궁무진하다. 언브레이커블이 그랬으며 감독, 배우 역시 그렇다. 8년 만에 복귀한 감독은 명성을, 배우들은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미묘한 힘을 발휘하는 '죽밤'은 29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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