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가히 신민아의 일당백이다. 욕망이 넘실거리는 맨얼굴의 신민아는 낯설면서도 매혹적이다.
23일 개봉된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영화사 올)는 다이빙계의 디바 이영(신민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됐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세계적인 다이빙계 스타인 이영과 실력 부족으로 팀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인 수진(이유영)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절친한 친구다. 과거 어떤 사고 이후 수진은 추락했고 이영은 승승장구하며 실력 격차를 늘려가게 된다. 그로부터 9년 후, 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둔 이영은 은퇴를 선언한 수진이 못내 안타깝다. 레벨을 낮춰 수진에게 싱크로나이즈 듀엣을 제안했지만 둘의 관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영과 수진은 의문의 사고를 당한다. 이후 수진은 실종됐고 이영은 후배들로부터 1위 자리를 위협 받으며 성공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영은 점차 광기에 잠식되며 본질을 잃어간다.
이처럼 '디바'는 한 인물의 욕망을 쉴 새 없이 쫓아가는 이야기다. 잃어버린 기억과 성공을 향한 집착 속에서 광기 어린 이영의 질주가 이어진다.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신민아는 역대급 캐릭터를 만났다. 그간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강세를 보였던 신민아는 서늘한 민낯을 장착하며 '스릴러 퀸'으로 도약한다.
홀로 극을 이끄는 신민아의 얼굴은 과감하고 또 예측할 수 없다. 쫓기는 듯한 압박을 받는 이영의 심리를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감독은 화려한 기교 없이 신민아의 표정을 담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신민아의 맨얼굴은 광기 그 자체를 표현해낸다. 또 스릴러 장르인 만큼 공포감과 장르적 쾌감이 짜릿하다.
극이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주변인들의 공격성은 더욱 과격해진다. 이영의 망상과 현실이 뒤섞이며 보는 이들마저 혼란에 빠진다. 이에 관객은 이영의 두려움에 공감하며 긴장감이 배가된다. 아울러 이야기 속 깔리는 음악들과 광각 렌즈를 이용한 연출 기법이 기괴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넓은 수영장 속 홀로 서 있는 이영의 고립감은 고요한 폭풍 전야처럼 느껴진다.
극 중 이영은 의문의 사고 이후 기억을 잃고 본능대로 움직인다. 누군가는 제어하지 못해 폭발하고 마는 이영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후반부로 갈수록 친절하지 못한 서사지만 신민아의 연기력이 빈틈을 메운다.
작품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극 흐름 내내 촘촘하게 그려낸 인물들의 심리 묘사다. 이야기 내내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의뭉스러움을 자아내는 이유영과 코치이자 선배로 극의 무게감을 더하는 이규형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국내 최초로 스릴러 소재로 다뤄진 다이빙은 조슬예 감독의 의도대로 아름답게 그려졌다. 배우들 모두 실제 다이빙 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운동과 연습에 매진한 결과기도 하다. 수직 하강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이상의 '명장면'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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