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뮬란'이 전 세계적인 비판 속에서 국내 개봉을 시작했다. 개봉 전부터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입증했지만 앞으로의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뮬란'은 개봉 첫날인 17일 하루동안 3만1441명을 기록했다. 이는 '테넷'의 일일관객수 1만7481명과 큰 격차다. 이에 힘입어 극장 총관객수도 전날 4만6741명에서 6만7232명으로 상승했다.
'뮬란'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잔인무도한 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병사가 돼 역경과 고난에 맞서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1998년 개봉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22년 만에 실사화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뮬란'의 개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극 중 뮬란을 맡은 배우 유역비(류이페이)의 홍콩 경찰 지지 발언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됐다. 홍콩 경찰이 반중 민주화 시위대를 과잉 진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역비는 지난달 8월경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후 홍콩뿐만 아니라 아시아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유역비는 2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복잡한 상황이며,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이 일이 곧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트위터 등 SNS를 통해 "#BoycottMulan #BanMulan"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며 '뮬란' 보이콧 운동이 불거졌다.
이후 지난 4일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서 '뮬란'이 선개봉되며 보이콧 운동은 더욱 과열됐다. 공개된 영상 중 엔딩 크레딧에 "투르판시 공안국에 감사를 전한다"는 내용이 문제시됐다. 최근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100만 명의 위구르인(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소수민족)들을 강제로 구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신장위구르는 중국 내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디즈니가 중국 공안 당국, 인권 탄압 의혹이 제기된 지역의 감사를 전하며 부정적 여론이 짙어진 것이다.
결국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는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준 국가의 정부나 지역 당국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 해명해야 했다. 외신의 이목이 집중되자 중국은 '뮬란' 개봉 관련 보도를 전면 금지시켰다. 해당 현상에 대해 '뮬란'이 중국 공산당 정책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주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 주관으로 17일 '뮬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세계시민선언 측은 '뮬란' 보이콧 운동을 두고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내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며 "우리가 해외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국내 인권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디즈니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세계시민선언 측은 "시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오히려 시민을 학살했다. 홍콩 시민을 탄압했던 배우들의 캐스팅이 문제 없이 진행됐으며 디즈니는 자본의 논리 아래 이를 묵인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은 인권 논란에 '뮬란' 보이콧 운동은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홍콩, 대만 등 아시아권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거센 비판이 몰아쳤다. 미국 현지 매체들과 정치권 인사들은 디즈니가 중국과 부끄러운 협상을 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처럼 개봉 전후로 논란의 중심에 선 '뮬란'이 제작비 2억 달러(약 2376억 원)을 회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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