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김희선과 주원이 돌아왔다. 김희선은 폭넓은 나이대부터 절절한 모성애까지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줬으며, 반대로 주원은 무감정증 캐릭터인 만큼 절제되고 미세한 표현으로 화면을 채웠다. 반대된 감정이 앙상블을 이뤄 시너지를 낸 것이다. 시간 여행에 신선함, 인간적인 매력을 더한 '앨리스'다.
SBS 새 금토드라마 '앨리스'(극본 김규원·연출 백수찬)가 28일 첫 방송됐다. '앨리스'는 죽은 엄마를 닮은 여자, 감정을 잃어버린 남자의 마법 같은 시간여 행을 그린 휴먼 SF다.
이날 방송은 2050년의 시간여행자 윤태이(김희선)와 유민혁(곽시양)이 예언서를 찾기 위해 1992년으로 향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1992년에 도착해 예언서를 손에 넣었다. 그러나 복귀를 위해 준비하던 중 윤태이는 유민혁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간 여행을 위해선 웜홀(우주에서 먼 거리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여행할 수 있다고 하는 가설적 통로)을 통과해야 하고, 웜홀에는 다량의 방사능이 존재했다. 윤태이는 이미 임신한 상태로 웜홀을 통과했고 복귀를 위해서는 다시 웜홀을 통과해야 돼 방사능에 치명적이었다. 이에 윤태이는 홀로 1992년에 남아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윤태이는 박선영으로 개명한 후 아들 박진겸(주원)을 낳았다. 박진겸은 방사능의 여파로 무감정증을 갖고 태어난 아이였다. 그는 엄마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기쁨과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박선영은 박진겸과 행복한 생일을 파티를 했고, 잠시 술을 사기 위해 슈퍼로 향했다. 박진겸은 집 앞 슈퍼에 간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의아한 마음에 따라나섰으나 어디에도 박선영은 없었다. 다시 집에 돌아온 박진겸은 피를 흘리고 죽어가는 박선영을 발견했다. 이때 박진겸은 처음으로 슬픔의 감정을 느끼고 오열했다. 박선영은 "언젠가 엄마를 닮은 사람을 만나면 절대 아는 척해선 안돼"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했다.
10년 후 형사가 된 박진겸은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박진겸은 엄마가 죽었을 때 봤던 드론을 발견하고 따라갔다. 그곳에서 그는 엄마를 닮은 여자가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마무리됐다.
이처럼 '앨리스'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를 높였다. 그간 시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다수의 드라마에서 다뤄왔다. '시그널',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 등이 있다. '시그널'은 다른 시간대의 형사가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고,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고려 시대로 떨어진 현대 여성의 삶을 다뤘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은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를 바꾼다는 점을 그렸다.
'앨리스'는 앞선 시간 여행 드라마와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시간 여행이 가능하며 조직이 얽혀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미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미래를 바꾸고 이것들이 뒤엉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추리하는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모자 관계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선 시간 여행 드라마들은 대게 연인 간의 사랑을 다뤘다. 그러나 '앨리스'는 이 자리에 모성애를 넣으며 차별점을 뒀다. 사랑보다 짙고 깊은 감정으로 누구든 공감하기 쉽게 만드는 영리함이었다.
중심에는 김희선이 있다. 그는 극 초반부터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특히 다양한 나이대와 상황이 달라진 인물을 한순간에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였다. 그는 순식간에 달라진 표정과 얼굴을 보여줘 '역시 김희선'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주원과의 모자 연기도 김희선이기에 가능했다. 그는 절절한 모성애를 표현해 시청자들도 덩달아 몰입하게 만들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주원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박진겸은 무감정증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10년 동안 범인을 쫓는 절절한 가슴을 가진 남자다. 이런 인물 설정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주원은 이를 영리하게 연기로 풀었다. 무감정증일 때는 한없이 차갑다가도 자신의 곁에서 묵묵하게 지켜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 등을 미세한 표정으로 그린 것. 군 제대 후 복귀작인 만큼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출도 탄탄했다. '앨리스'는 장르적 특성이 강한 작품으로 연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시청자들에게 쉽게 이해를 시켜 작품을 따라오게 만들어야 된다는 숙제를 안은 것이다. '앨리스'는 2050년부터 1992년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속도감 있게 그리며 몰입도를 높였다. 폭이 넓은 시간대를 다뤘고, SF 장르인 만큼 자칫 이해도를 떨어트릴 수 있지만, '앨리스'는 군더더기 없는 장면과 간결한 설명으로 시청자들의 고감과 이해를 더한 것이다. 또 캐릭터 위주 서사와 감정이 연결되면서 어려운 장르를 쉽게 풀었다는 반응이다.
'앨리스'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앞으로의 재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우선 시간 여행 특성상 CG는 필수다. '앨리스'는 자연스럽고 정교한 CG로 볼거리를 더했다. 또 미래를 다룬 만큼 미래에 사용되는 무기나 물건들이 제작진의 상상력과 더해져 곳곳에 비치됐다. 이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미래 무기를 이용한 액션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액션에 신선함까지 더한 '앨리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처럼 '앨리스'는 연출, 대본, 연기, 볼거리 등이 앙상블을 이뤘다. 여기에 모성애, 가족 등 휴머니즘 요소들이 비치돼 감성적인 드라마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