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빠른 템포와 절묘한 완급조절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김광현은 28일(한국시각) 오전 4시15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0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더블헤더(DH)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빅리그 데뷔 첫 승을 올렸던 김광현은 이날 경기에서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펼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로써 김광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1.08을 마크했다.
김광현은 이날 1회초 선두타자 에릭 곤잘레스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피츠버그 타선을 9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위력을 떨쳤다.
순항하던 김광현은 4회초 콜 터커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실책으로 10타자 만에 베이스를 내줬다. 이후 조쉬 벨에게 볼넷, 제이콥 스탈링스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줬지만 그 전까지 13타자 연속 피안타를 맞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6회초에는 무사 1,2루에 몰렸지만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광현은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 92.4마일(약 148.7km)을 기록했다. KBO시절 150km를 상회하는 공을 뿌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구속이다. 그만큼 김광현의 구위가 아직 모두 발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김광현은 특히 이날 경기에서 제구력도 정교한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신시내티전보다 좀 더 가운데로 몰리거나, 빠지는 공들이 많았다. 지난 경기에서 무사사구 피칭이었다면 이날 경기에서는 볼넷도 있었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피츠버그 타선을 완벽히 요리했다. 그 비결은 빠른 템포와 완급조절이었다. 김광현은 빠른 템포로 투구 동작을 이어가면서 피츠버그 타선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 신인인 김광현이 빠른 템포의 투구를 펼치자, 피츠버그 타자들은 그의 투구 패턴을 분석하고 적응할 새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광현의 완급조절은 빛을 발했다. 허를 찌르는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을 통해 타자의 타이밍을 늦춘 뒤 패스트볼과 빠르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로 상대 타선을 묶었다. 구속이 빠르지 않았지만 속도의 차이로 경기를 지배한 셈이다.
김광현이 빠른 템포와 완급조절로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안착하며 선발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김광현의 호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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