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누군가에게는 위로였고, 또 치유였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완성한 조용 작가가 드라마의 모든 것을 밝혔다.
최근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연출 박신우)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조용 작가는 스포츠투데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를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훌륭한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분들이 부족한 대본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셨다. 특히 박신우 감독님을 통해 진짜 많이 배우게 됐고,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호연을 보며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조용 작가는 작품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은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로 인해 드라마가 완성됐다고 극찬했다. 그는 "세 배우 모두 그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호흡과 '케미'였다"고 평가했다.
문강태 역을 연기한 김수현에 대해서는 "김수현이 아닌 강태를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조용 작가는 "특히 9화 엔딩에서 싹싹 빌며 오열하는 장면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쓸 때도 정말 괴로운 신이었는데 볼 때는 더 괴로워서 잠시 패닉이 될 정도로 너무나 혼신의 연기를 보여줬고, 심지어 능청을 떨거나 요염을 부리거나 취해서 앙탈을 부리는 신들도 자유자재로 색깔을 확확 바꿔가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로 하여금 '쓰는 즐거움'을 주게 만드는 탁월한 배우구나라고 감탄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넘어 극 전체의 밸런스까지 맞춰서 강약을 조절해 연기하는 모습에 특히 더 감동했다"고 했다.
조용 작가에게 문상태는 참 고민도, 걱정도 많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걱정을 덜어준 것은 바로 문상태 역을 맡은 배우 오정세였다. 조용 작가는 "문상태가 자폐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심어주면 안 되니까 조심스러웠고 걱정도 많이 됐다. 오정세 씨는 자폐인 분들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과 가까워지려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간 오정세를 존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과정을 거쳐 오정세는 상태가 되었고, 상태는 곧 오정세였다. 대본의 대사와 지문을 건조하게 써도, 배우님이 눈물이 터지거나 감정이 솟구치면 그 감정대로 연기를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고문영 역을 맡은 서예지에 대해서는 "배우가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캐릭터였는데 특유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의 반전 매력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어 줬다"며 "특히 고라니에게 고함치는 장면과 강태에게 사랑고백하는 장면은 서예지이기에 가능한 장면들이었다"며 "그 특유의 저음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보는 저도 사랑에 빠질 뻔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보는 내내 소름이었고, 정말 최고의 연기였다. 아름다운 비주얼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예지 씨의 진짜 매력은 중저음 목소리에 감춰진 러블리함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출발은 조용 작가의 실제 연애에서부터였다. 그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던 한 남자와의 제 연애담에서 출발했다. 인정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편견 어린 시선과 배척을 넘어 도망으로 새드엔딩을 내버린 편협했던 저의 반성문 같은 드라마"라며 "그래서 저와 반대인 강태라는 단단한 인물을 통해 그때 제가 하지 못했던 인정과 포용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아가 사과하고 싶었다. 이 드라마를 집필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많은 치유를 받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강태라는 캐릭터에게 감사했다"고 밝혔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대체 누가, 어떻게, 왜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있었다던 조용 작가는 그저 다수가 정상이 되는 건 폭력이 되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복을 입었지만 실은 내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만큼 아파 죽을 것 같고 환자복을 입었지만 누구보다 몸과 마음이 평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환자복을 입은 그들에게 오히려 위안을 받고 깨달음을 얻으며 성장의 동력을 발견한다. 위로를 주고받는 관계는 환자복을 입고 안 입고가 아니라 자기가 아프다는 걸 아는 자와, 아직 모르는 자 간에 주고받는 게 아닌가 싶다. 누구나 다 하자가 있고 안 괜찮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린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한다"고 했다.
조용 작가는 '동화'를 통해 인상 깊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동화를 쓰는 과정에서 색다른 즐거움과 함께 대본과는 별개의 창작의 고통이 따르기도 했지만 참 신선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잠산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너무나 훌륭했고 작가님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분들이 동화책에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동화의 내용은 고문영이라는 캐릭터와 깊이 연계돼 있었다. 동화는 곧 고문영의 숨구멍이자 소통 창구였던 셈. 조용 작가는 "딸을 또 다른 자신으로 만들려던 엄마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반사회적인 인격 성향을 지니게 된 고문영이 이 세상에 대고 '나 좀 살려주세요. 구해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동화였다. 그 표현방식이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그건 한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었고 잘못된 어른들을 향한 호소였다"고 설명했다.
조용 작가는 "아무리 감정이 없는 사람도 '외로움'은 느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외로움을 채워줄 온기를 찾아 더듬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면 외로워서, 치유받고 싶어서, 또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어서 저마다의 이유로 온기를 찾아 힘겹게 뻗어오는 그 손을 부디 외면하지 말고 잡아주시길 바란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서로의 온기를 통해 치유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조용 작가는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그는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이야기를 좋아한다. 일상에 지친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잠시나마 웃게 되는 소소한 행복을 안겨드리고 싶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감히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열심히 써보려고 발악 중"이라며 "절대 포기 못 하는 게 개그코드이기 때문에 코믹을 베이스로 해서 치열하고 치졸한 리얼 연애물이나 서로 상극인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는 휴먼 가족극을 써보고 싶다"고 차기작의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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