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무엇을 위한 고집일까. 기안84과 거듭된 논란으로 국민청원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럼에도 '나 혼자 산다'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안84의 출연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안84는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의 새로운 에피소드 '광어인간' 편을 업로드했다.
에피소드는 회사 인턴인 여자 주인공 봉지은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봉지은이 배 위에 조개를 올려 스스로 깨는 장면이 표현됐고, 봉지은은 조개를 깨는 수달로 묘사됐다. 또한 기안84는 '학벌, 스펙, 사회성으로 무장한 다른 경쟁자들이 생존 전략 앞에, 봉지은은 완전히 새로운 생존 전략을 들이댔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 이라는 문구로 봉지은을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성은 능력이 아닌 성관계로 취업에 성공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여성 혐오'적 발상이었다. 독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문제점은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산됐고 해당 회차는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태가 커지자 기안84는 일부 장면과 대사를 수정한 뒤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해당 장면에 조개가 왜 사용돼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 기안84의 해명은 문제점을 제기한 일부 대중의 의견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안84의 발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누나는 늙어서 맛없다' '서른 살의 여자가 명품으로 치장해봤자 스무 살의 어린 여성에게 비할 수 없다'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적절하게 묘사해 희화화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도 기안84는 사과했고 약속했다. 그는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기안84 웹툰, 국민청원 / 사진=네이버웹툰, 청와대 홈페이지
그러나 여전히 바뀐 게 없는 기안84다. 사실 큰 논란이 됐던 에피소드 외에도 기안84의 웹툰에는 문제점이 많다. 지인인 전현무와 화사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를 이용해 두 사람이 유흥업소에서 고객과 접대 여성으로 만나는 장면 역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과 요구도 한 두 번이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기안84의 논란에 대중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기안84의 웹툰에는 '풍자'를 내세운 그의 다소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젠더 감성이 녹아있다. 그러다 보니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독자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 예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복학왕'의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고, 18일 기준 11만 명이 참여했다.
"불편하면 안 보면 된다"는 의견도 맞다. 그렇기에 불편한 독자들은 기안84가 고정으로 출연하는 MBC '나 혼자 산다' 하차를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에서조차 보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안84도 '나 혼자 산다'도 출연을 고집 중이다.
최근 논란 후, 14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곽도원 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안84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장했고, 제작진은 그의 말 한마디마다 최고의 리액션인 것처럼 조명했다.
이전에도 '나 혼자 산다' 측은 기안84의 하차는커녕 도리어 '제 식구 감싸기'에 열심이었다. 방송 중간중간 기안84에게 사과할 시간을 주고 장난을 섞는 등 '편한 자리'를 마련했다. 논란은 가벼운 실수가 되고 하차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도 쉽게 무마되는 '나 혼자 산다'의 방식이었다.
또한 매주 사과할 일을 만드는 기안84에게 '애플84' 별칭을 붙여주는 등 캐릭터까지 부여했다. 오히려 기안84가 과한 비난에 시달리는 불쌍한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아무리 제 식구를 감싼다지만, 그러기 위해 지적하는 네티즌들을 역으로 예민하게 만드는 모양새는 좋게 비칠 리 없었다.
결국 '나 혼자 산다'를 향한 비판까지 쇄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꿋꿋이 기안84를 보호하는 '나 혼자 산다'다. 분명한 건 이들의 관계는 '상생'이 되지 못한다. 시청자의 요구를 계속해서 외면한 '나 혼자 산다'가 반대로 시청자에게 외면받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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