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2이닝 3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9.00에서 3.86으로 낮췄다.
김광현은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개막전에 구원으로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첫 세이브를 따낸 뒤 무려 24일 만에 선발로 보직을 바꿔 이날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1회말과 3회말 두 차례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낸 김광현은 4회초 이안 햅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1-1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2사를 잡은 뒤 교체됐다. 비록 승리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몸 쪽 승부, 안정적인 제구를 선보이며 무난한 첫 등판을 마쳤다.
한편 더블헤더로 7회까지만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는 컵스를 3-1로 꺾었다.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에 따르면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김광현은 "실전 피칭을 한지 오래됐기 때문에 조금 긴장됐다"며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김광현은 자신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어떤 보직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그는 내심 선발로 뛰기를 원했다.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 4차례 등판해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5선발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메이저리그가 무기한 중단됐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미주리주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에서 외롭게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올해 단축 시즌으로 60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어렵사리 개막했지만,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라는 낯선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김광현이 그토록 원했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원치 않은 강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이후 세인트루이스가 17일 만에 다시 돌아온 가운데 선발 투수진에 부상 공백이 생기면서 드디어 김광현에게 선발 등판 기회가 돌아왔다.
긴장된 탓에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초반 현지 중계 화면에서 김광현의 두 가지 모습을 비교하는 장면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언뜻 보기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모자의 마크가 달랐다. 1회에 썼던 모자가 정규시즌 모자라면 2회에 착용한 모자는 스프링캠프 및 훈련 때 사용하는 연습용 모자였다.
또한 1회 만루 위기를 탈출하고 더그아웃으로 복귀할 때는 갑자기 마운드에 돌아가는 모습도 포착됐고, 4회 교체될 때도 마운드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무언가를 받은 뒤 그제야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긴장 탓인지 자신의 로진백을 뒤늦게 챙겨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KBO 리그에서 13시즌을 뛰며 통산 298경기를 뛴 베테랑 김광현에게도 빅리그 선발 등판은 그의 가슴 졸이게 만들었다.
빅리그 신인 김광현은 작은 해프닝 속에서도 제 몫을 다하며 첫 선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 경기 등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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