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천의 얼굴'. 작품에서 매번 다른 얼굴을 꺼내는 배우에게 붙여주는 특별한 수식어다. 보는 이들에게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 배우. 박규영이 천천히 걸어가고 싶은 길의 종착점이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연출 박신우)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박규영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정신 보건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아 청순과 코믹을 오가는 반전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다. 간호사로서 프로답지만, 사랑에서는 한없이 서툴고 순수했던 남주리의 모습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박규영은 풋풋하고 순수한 짝사랑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회차를 거듭할수록 사랑도, 우정도 점점 성숙해지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박규영은 "3~4개월간 주리로 살았던 것 같은데 아픔도 있는 주리가 많이 성장하고 사랑받는 과정이 같이 느꼈던 것 같다. 선배님들, 감독님들께도 너무 많이 배워서 정말 감사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대본을 읽고 특이하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털어놨다. 박규영은 "드라마에서는 마냥 선한 인물이 드라마를 끌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좀 달랐다. 그래서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며 "대본이 잘 읽히기도 했고, 시놉시스를 보면 마냥 악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조금 다르고, 아픔이 있고,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더라. 드라마 안에서 좋은 메시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첫 방송 전부터 김수현의 복귀작으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박규영 또한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기 때문에 부담감이라는 파도가 그를 덮쳤지만, 주변의 '베테랑'들이 파도를 막아줬다고.
박규영은 "시작할 때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너무 큰 선배님들이시고 데뷔를 하기 전부터 김수현 선배님이 출연하신 '프로듀사'를 너무 재밌게 봐서 부담이 됐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선배님들께서 먼저 편안한 공기를 만들어 주셔서 먼저 다가와 주셔서 정말 부담감을 덜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수현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박규영은 "감정신이 있을 때도 '이렇게 하면 어때?' 제안도 해주시고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정말 편하게 촬영했고, 우선 에너지가 너무 좋으셔서 현장이 너무 밝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정말 '베테랑이신 선배님들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좋은 공기를 만들어 주셨다. 작업하기도 좀 편하고 저 같은 후배들이 연기하기에도 편한 공기를 만들어주신 게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선배가 된다면 좋은 공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좋은 공기 덕분인지 박규영은 호평 속에 드라마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는 "많은 분들의 반응을 확인했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 힘이 많이 됐다. 특히 '다른 작품에서 봤는데, 같은 사람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보인다면 좋겠다. 제 연기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기에서의 좋은 연기, 그리고 좋은 반응까지. 배우 박규영은 한 뼘 더 성장했지만, 고민도 늘어났다. 그는 "(제 연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고민도 많이 한다"며 "차마 점수를 매길 수는 없는데 굳이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아쉬운 장면이 있다기보다는 같이 연기한 선배님들이 너무 훌륭하셔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분에서 오는 점수"라고 밝혔다.
이어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연기를 하면 조금 더 고민을 많이 하고, 찍고 나서 많이 고통스럽다"며 "매번 현장에 갈 때마다 너무 좋은 선배님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배우는 게 끊임없이 늘어나니까 그냥의 마음가짐으로 하면 안 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고민이 많아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욕심이 많기 때문에 아쉬움도, 고민도 많아졌다. 우연한 기회에 배우에 길로 들어선 박규영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박규영은 연세대학교 의류학과 재학 중 한 잡지의 표지 모델을 하게 됐고, JYP엔터테인먼트의 러브콜을 받아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박규영은 "연기나 배우에 대한 것은 상상도 못한 사람이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던 와중에 정말 운이 좋게 캐스팅이 되고, (연기를) 접하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이 생활이 너무 재밌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배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갑작스럽게 들어선 새로운 길에 고민이 많았을 법도 하지만, 자신이 걸어가는 이 길이 운명이라고 믿었다. 부모님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박규영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크게 고민을 안 하는 것 같다. 내 운명이 이거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컸고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기 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나 싶기도 하다"라며 웃었다.
이어 "부모님께서도 제가 뭘 하든 믿어주시는 편이라서 해보고 싶으면 해보라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제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저를 많이 자랑스러워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너무 기뻤다"고 덧붙였다.
박규영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색을 입힐 수 있는 스케치북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는 배우로서 특별한 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색을 많이 입혀도 언제나 달라질 수 있어요.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저의 매력인 것 같아요. '스케치북'이라고 설명하고 싶은데, 하얀 스케치북에 어떤 색을 칠하고, 어떤 그림을 그려도 뜯거나 넘기면 또 하얀 종이가 나오잖아요. 그렇게 언제나 새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계속 그리고 칠하다 보면 한 권이 되고, 두 권이 될 텐데 두꺼운 스케치북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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