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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의 세계 [인터뷰]
작성 : 2020년 08월 12일(수) 10:13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입봉작부터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홍원찬 감독이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관객들을 만났다. 오랜 시간 구상한 시나리오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홍원찬 감독이 만든 진한 캐릭터는 스크린을 압도했고, 곳곳에 심어둔 메시지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관객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홍원찬 감독이다.

홍원찬 감독은 2008년 개봉된 영화 '추격자'의 각색을 맡으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작전'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의 각색을 맡으며 작가로 활동했다. 홍 감독은 "'추격자'로 작가를 먼저 시작했다. '추격자' 반응이 좋아서 그런지 계속 작품 의뢰가 들어오더라. 일단 먹고살아야 되니까 작가를 먼저 하게 됐다. 감독님들과 같이 시나리오를 고치고 머리를 싸맨 시간이 훈련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가로 활동하던 홍 감독은 2014년 개봉된 영화 '오피스'로 첫 연출을 맡게 됐다. '오피스'의 시나리오를 고치던 중 연출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이다. 홍 감독은 "원래 감독에 대한 꿈은 계속 갖고 있었다. 대학교에서도 그렇고 대학원까지 영화 연출 전공이었다. '오피스' 모니터링을 하던 중 제작사에 연출해 보고 싶다고 얘기했고, 잘 돼서 데뷔하게 됐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입봉작 '오피스'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입봉부터 남다른 행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로 돌아왔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 영화다.

'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작품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홍 감독에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개봉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는 "영화제를 한 번 다녀오니 부담스럽긴 했다. 그래도 영화제가 영화의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은 아니지 않나. 영화제마다 방향성이 있다. 큰 자리에 불러주면 영광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국내 관객을 만나는 게 더 중요했다. 개봉일에 맞춰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며 "코로나19 시국에 극장 상황이 안 좋아서 걱정이 컸다. 그래도 연출자로서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스토리를 구상한 건 무려 10년 전이다. 영화로 1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셈이다. 홍 감독은 "작가로 활동할 때 제작사에서 아이템을 주면서 써보라고 의뢰를 했다. 그게 10년 전이다. 당시 첫 구상을 했고, 태국 방콕에 답사를 다녀온 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에 영화 '아저씨'가 개봉하더라. 비슷한 플롯이 나오면서 미뤄지다가 다른 작품을 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던 중 2019년 1월에 제작사 대표님이 내가 시나리오를 썼으니 직접 연출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몇 달을 숙고하다가 작품을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내부 시사회 당시 19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이후 홍 감독의 수정을 거쳐 15세 관람가로 연령대를 확장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홍 감독은 "촬영할 때부터 15세를 염두에 두고 찍었다. 칼로 찌르고 고문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의도는 없었고, 찍지도 않았다. 다만 전반적인 영화의 톤, 표현, 설정 등이 있기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세게 받아들인 것 같다"며 "수정을 할 때도 장면을 들어내기보다는 효과를 바꿨다. CG로 넣었던 피의 양을 조정하고, 사운드를 부드럽게 만졌다. 피의 양을 많이 줄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랜 세월 끝 탄생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홍 감독에게 어떤 작품일까. 그는 장르적 재미가 강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화의 특성 중 하나가 오락성이라고 생각한다. 또 요즘 관객들은 속도감 있는 액션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영화는 사회 현상이나 시대성을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이 작품은 오락성에 포커스를 많이 맞췄다. 한국 영화도 이런 영화가 나올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또 개인적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훨씬 이전에 시나리오를 썼던 작품인 만큼 내가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기존 누아르 장르의 진한 남성 캐릭터 말이다"라고 전했다.

홍 감독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진한 남성 캐릭터는 배우 황정민과 이정재의 연기로 완성됐다. 홍 감독은 "섭외 단계에서부터 황정민과 이정재는 1순위였다. 두 분 다 시나리오를 건넨 지 얼마 안 돼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우리 영화는 대사도 별로 없고 캐릭터 설정에 대한 설명도 잘 안 해준다. 그런 진행을 의도했다. 때문에 배우의 표정, 분위기, 아우라가 중요했다. 이 모든 것을 황정민과 이정재가 너무 잘 표현해 줬다. 말 한마디 없이 인물의 내면을 표정으로 전달한 거다. 황정민과 이정재이기에 가능한 연기였다"고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극 중 황정민과 이정재는 대사보다는 표정과 눈빛으로 내면을 전달했다. 순간의 표정이 스크린을 장악했다는 평이다. 홍 감독은 이를 홍경표 촬영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홍 감독은 "전적으로 홍경표 촬영감독의 것이었다. 그 순간의 표정과 눈빛을 잡아내는 건 대한민국 최고라 자부한다. 영화를 본 분들이 배우들의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고 많이들 해주셨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눈을 잡는 걸 좋아한다. 눈을 기준에 두고 앵글을 잡고, 눈동자에 들어가는 빛도 사전에 다 계산해서 찍었다. 감각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처럼 눈빛과 표정으로 전달하는 건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작용을 한다. 관객들이 캐릭터의 전사를 상상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홍 감독 역시 이를 위해 인물에 대한 설명을 과감히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사를 더 보여줘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레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정재와 함께 고민해서 인물을 만들었다. 레이의 전사는 대사 한 줄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장면으로 보여줬다"며 "마지막까지 사건과 상관없는 레이의 장면을 넣을까 고민했다. 인남과 마찬가지로 무료하게 밑바닥을 치고 있는 모습 말이다. 그게 인남과 어우러지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넣지 않기로 했다. 이런 대비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남과 레이는 양극단에 있는 인물 같지만,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지점이 있다. 청부살인을 한 인남을 마냥 선역이라고 볼 수 없고, 형의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레이 역시 단지 악역이라고 여길 수 없었다. 홍 감독 역시 선악이 모호하다는 게 작품에 감춰진 포인트라고 전했다. 그는 "선악에 대한 구분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선악의 구분이 명확한 캐릭터는 하고 싶지 않았다"며 "제목도 마찬가지다. '악'은 특정 대상이 아니라 어둠의 세계며 구원은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희망이다. 이게 영화 이면에 담긴 메시지"라고 말했다.

끝으로 홍 감독은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무사히 개봉됐고, 관객들의 반응을 들어보면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진 않았지만, 자료들과 책을 찾아보고 있다. 다음 작품은 사극 액션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보편적인 주제를 담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귀띔했다.

홍 감독의 바람대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빠른 흥행세를 달리고 있다. 관객들이 그의 작품에 응답한 것이다. 지친 관객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준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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