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엄정화가 돌아왔다. 엄정화의 5년 만 스크린 복귀작 '오케이 마담'에는 18년 차의 내공 뿐만 아니라 그의 염원이 가득 담겼다.
1993년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스크린 데뷔를 한 엄정화는 어느덧 20년차 배우다. 그간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오로라 공주', '해운대'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거쳐왔다. 스릴러,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 충무로에서 입지를 다졌다.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초특급 액션 코미디다. 극 중 엄정화는 꽈배기 맛집 사장님 역을 맡아 비행기 안에서 화려한 생활 액션을 선보인다.
먼저 엄정화는 "시사회에서 너무 긴장을 했다. 이 영화가 어떻게 보여질 지도 너무 긴장됐고 영화의 특성상 코믹한 부분이 어떻게 보여지는지 궁금했다. 좋은 반응이 있어야 더 많은 작품들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또 굉장히 오랜만이라 벅찼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선공개된 '오케이 마담'은 호평을 받으며 예비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를 두고 엄정화는 "좋은 반응이 나와서 기쁘다. 긴장이 됐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굉장히 좋게 봐주셨다. 감사한 마음이 들고 또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실제로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 상황도 상황인지라 기대감 반, 우려 반이 있다"며 여전히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엄정화 오케이 마담 / 사진=영화 오케이 마담 스틸컷
특히 엄정화의 5년 만 스크린 복귀에 대해 많은 이목이 모였다. 5년이라는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통통 튀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영화를 채운 엄정화다.
앞서의 공백기를 두고 엄정화는 "그동안 좋은 작품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마음에 들어도 투자가 되지 않았다.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작품들이 굉장히 없다.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는 작품 고민을 하고 촬영장에 있을 때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까 '언제 오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기다렸다"며 복귀에 대한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다만 엄정화에게도 유사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수많은 작품들 속 유독 사랑을 받은 '댄싱퀸', '미쓰와이프'가 가족애를 그린 이야기인 만큼 비슷한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이에 엄정화는 "부부 연기가 전작들로 인해 이어질까봐 걱정했다. 이번 작품은 특히 닭살 연기를 해야 한다. 관객들에게 와닿을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내가 오버 연기를 하고 있는지, 과하진 않을지 정도를 지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엄정화를 이끈 '오케이 마담'의 매력은 무엇일까. 먼저 엄정화는 쉽고 간결한 '오케이 마담'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며 '오케이'라는 사인을 받은 기분이라 말했다. 또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혼자 키득대며 웃었다. 저만 정해지고 상대 역을 논의 중일 때부터 액션스쿨을 다녔다. 이 영화가 제작이 안 돼도 나중에 제 몸에 딱 맞는 액션을 해야 하는데 어설플까봐 서둘렀다"며 기다려온 보람을 드러냈다.
특히 작품은 한국 영화 최초 비행기 납치극이라는 소재 안에서 쉴틈 없는 액션신을 자랑한다. 극 중 미영(엄정화)는 비행기 안에서 온갖 도구들을 활요하며 적과 대치한다. 승무원 의상을 입고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엄정화의 액션은 영화의 주 관전 포인트다. 이처럼 화려하면서도 통쾌한 액션신에는 엄정화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동안 액션에 로망이 있었다는 엄정화는 "체육관에 들어갔는데 그 넓은 공간에서 무술 팀, 배우들이 날아다니더라. 한 편의 영화처럼 열기와 열정이 넘쳤다. 사실 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지만 나중에는 즐기게 됐다"고 회상했다.
"여배우가 액션을 하는 게 너무 멋있지 않냐. 헐리우드, 홍콩영화를 보고 자랐다. 배우 생활을 시작하면서 기대햇지만 저한테 (그런 배역이) 와주지 않았다. 이번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저런 역할을 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아마 춤을 췄던 경험이 액션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단점은 자꾸 춤처럼 춘다. 맞는 동작, 발차기를 잘 하지만 춤처럼 보여져 답답했다. 계속 영상을 찍으면서 연습했다."
작품이 결정되자 마자 엄정화는 크랭크인 수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서 훈련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카트와 밧줄, 나이프 등 기내 소품들을 이용한 액션신을 완벽히 소화한 엄정화는 아직도 액션이 고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액션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금 모자라다고 느낄 정도로 더 많이 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그래도 무술 감독님이 액션이 너무 좋았다고 해줬다"면서 "극 중 박성웅 뺨 때리는 장면을 보니 너무 아파보였다. 촬영할 때 서로 실제로 세게 때리자고 약속을 했다. 무술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제 손이 그렇게 강하게 나갈지 몰랐다. 당시 박성웅 얼굴에 내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오케이 마담'인 만큼 더욱 엄정화에게는 의미가 깊을 터. 엄정화는 모든 작품이 후회가 남기 마련이라면서도 이번 작품에서는 온전히 즐겼다고 밝혔다. 뭐든 서로 채워 주고 받는 팀 워크가 유독 좋았다고. '오케이 마담' 팀은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즐길 수 있었다.
이에 엄정화는 배우진에 대한 각별한 의리를 자랑했다. 그는 "배정남이랑 연기를 같이 하게 될지 몰랐다. 알고 지낸 지 엄청나게 오래 됐다. 항상 마실 나가면 만나는 사이이자 패션쇼, 모임에서 만나는 편한 동생이다. 현장에서 만나서 연기하니 너무 감회가 달랐다. 떨리는 모습도 보고 새로운 즐거움이었다"면서 "이상윤은 항상 궁금했다. 보기에 참 점잖고 스마트하고 젠틀하다. 실제로 만나본 이상윤은 생각 의외로 선배들을 너무 잘 챙긴다. 경력이 짧은 배우가 아닌데도 잘 챙겨줬다. 앉아있으면 자리를 양보하고 모니터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화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주연으로서 영화에 대한 막대한 책임감을 갖게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두고 엄정화는 "영화가 흥행해야 한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다 같이 살아야 한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어떤 시나리오라도 다 달라고 하고 있다. 사실 여배우들끼리 뭉치는 영화가 너무 하고 싶다. 이정재, 황정민이 나오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처럼 여배우들도 장르와 상관 없이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정화의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새삼 궁금해졌다. 최근 데뷔 10000일을 맞이했다는 엄정화는 길고 긴 시간을 돌이켜봤다. 그는 "일을 시작한 후 시간을 헤아리지 않았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나는 매 순간 순간 이 일을 너무 좋아한다.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좋아한다. 괴로움보다 기쁨이 더 커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현재의 행복을 만끽했다.
배우 뿐만 아니라 가요계에서도 맏언니를 맡고 있는 그다. 과거 활동을 두고 엄정화는 "그땐 항상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또 나이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힘들었다. 그런 과정을 후배들은 안 겪었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프레임에 갇혀서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 김희애를 비롯해 제 또래 배우들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서로에게 힘을 받고 또 너무 도움이 된다"며 말했다.
"윤여정처럼 큰 선배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이를 보며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배우나 가수 활동이 끝나면 못 살 것 같아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현재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선물처럼. 오래 오래 배우로 살고 싶다. 저는 지금 제 시간을 처음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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