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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김준수의 10년 [인터뷰]
작성 : 2020년 08월 09일(일) 18:16

김준수 / 사진=씨제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김준수에게 뮤지컬 '모차르트!'는 유난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0년 '모차르트!'로 국내 초연 당시 모차르트 역에 캐스팅,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해 모든 뮤지컬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후 김준수는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등 유수의 작품에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며 지금의 위치에 우뚝 올라셨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김준수는 10년 만에 같은 역할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로서의 운명과 그저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은 내면속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이번 여섯 번째 시즌은 완전히 새롭게 변화한 무대와 짜임새 깊어진 드라마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먼저 김준수는 무대에 설 때마다 연기가 아닌 실제로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를 두고 김준수는 "항상 있는 그대로 연기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제가 생각해도 모차르트의 인생이 너무나 기구해 마음이 아프다"며 느낀 바를 전했다.

특히 10년 전 '모차르트!'에 캐스팅됐던 당시에는 인물에 더 몰입해 실제 자신 이야기 같았다는 김준수는 "작품 중 모차르트가 '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을까'라면서 고민한다. 나 역시 왜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을 헤아려주지 않는지 힘들었다. 이런 공감대 때문에 무대에서 억지로 울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며 설명했다.

김준수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김준수는 10년 전 본인을 두고 연기의 '연'도 몰랐다며 겸손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뮤지컬 연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을 뿐더러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다. 그런 만큼 김준수는 진심으로 작품에 임했고 덕분에 더욱 생생하고 신선한, 김준수 만의 모차르트가 탄생했다. 김준수의 창법은 국내 뮤지컬 계에서 꽤 독보적이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과감하고 또 아낌없이 내지른다. 샤우팅에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진심 어린 울림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모차르트!'를 처음 할 땐 고민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뮤지컬은 성악 발성이 기본, 성악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나 역시 갈팡질팡했다. 그러자 한 연출가가 '네 개성을 살려서 노래하길 바란다. 관객들도 그럴 것이다. 어색하게 성악가를 따라하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냐. 너의 개성을 무너뜨리지 말아라'고 조언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았다. 지금까지 갈고 닦아온 저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완성됐다."

이처럼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내세운 김준수. 많은 비판과 냉대 속에서 그를 알아봐준 것은 다름 아닌 동료 배우들이었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신영숙, 박강현을 비롯해 동료 배우들은 김준수를 두고 계산하지 않고 또 기술적이지 않은 스타일이라 인정했다.

김준수는 10년 전 모든 게 어설프고 또 힘들었던 때를 지금과 비교하기도 했다. 당시를 두고 '전화위복의 시기'라 표현한 김준수는 "지금은 기술적으로 늘었지만 예전 그 감성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그때 '날것이 좋았다'는 평가가 생각났다. 이제는 저도 담담해지고 더 강해졌다. 돌아보니 그런 시절이 있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때로 돌아가는 건 어렵지만 기술과 당시의 초심 사이에 적정선을 찾고 싶었다.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까지도 회상할 수 있는 모차르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막상 하니까 그 시절이 다시 생각났다. 아직도 '황금별'에선 매번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매번 울었다. 원래는 울면 안되는데. 지금도 그렇다"며 깊은 소회를 밝혔다.

첫 데뷔 무대에 다시 같은 인물로 서게 된 김준수에게 이번 작품은 10년을 돌아보게 된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그때에는 뮤지컬 무대 빼고는 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다른 배우들은 방송에 나가도 저는 전혀 못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돌아보니 뿌듯하고 갈길을 잘 왔다는 감사함이 있다. 다시 10년 전으로 성공이라는 게 주어진다 하더라도 못 할 것 같다. 몰라서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10년은 항상 도전과 역경의 시기였다. 당시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김준수의 등장은 파격적으로 느껴졌다. 김준수는 자신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더 이를 악물고 무대에 섰다. 비판에 대응하기 보다 그저 긴 시간 꾸준히 공연을 통해 실력을 입증하리라는 각오가 있었다. 신념대로 많은 편견을 이겨낸 김준수는 어느덧 티켓파워 1위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뮤지컬을 시작한 이후 부정적인 평가도 있고 힘든 시기도 겪었음에도 계속 김준수가 무대에 서도록 만든 원동력이 새삼 궁금해졌다.

이를 두고 김준수는 "제겐 '뮤지컬'밖에 없었다. 뮤지컬 만이 제게 남은 마지막 칼 자루였다. 그래서 꽉 쥐고 달려들었다"면서 "당시에는 연예인으로서 무대에 서는 걸 포기했다.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무대에 다시 서겠다는 생각을 감히 못 했다. 일반인으로 살게 돼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공연을 하게 됐다. 그 자체가 감사하더라"고 전했다.

"제가 지치지 않은 이유는 관객과 팬들이 키워준 사랑 덕분이다. 가수가 앨범 활동부터 방송 활동을 해야 하지만 저로썬 그런 것들이 거의 전무했다. 그럼에도 보러 와준 분들이 있다. 감사함 때문에 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보답은 사랑에 미비하겠지만 좋은 무대로 보답하자는 것이다."

김준수의 소망은 인기와 상관 없이 나이를 먹으며 뮤지컬 위에서 배우로 남고 싶은 것이다. 한 살씩 먹으며 자연스럽게 늙어가면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공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긴 시간 많은 풍파를 겪은 덕분일까. 김준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에 대한 감사함과 겸손함으로 일관한 김준수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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