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스스로 세상을 떠난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의 생전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는 3일 '헤비멘탈' 프로그램을 통해 고 고유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고유민은 스포츠 멘털 코치 최선호 씨와 함께 그간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적막함이 흐르는 한 스튜디오에 마련된 의자에 앉은 고유민은 "나의 '마음 점수'를 6점으로 매긴다"고 입을 떼면서 "선수 시절보다 지금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어떻게 운동할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더는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 (현역 때는) 하루하루 견디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무엇이 이토록 그를 짓눌렀던 것일까. 2013년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한 고유민은 7시즌 동안 팀에서 뛰며 공격형 레프트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리베로 역할도 도맡았다. 주전 김연견의 발목 부상으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어둠이 드리웠다. 자신의 포지션이 아니기에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중요한 경기에서 몇 차례 부진했던 고유민은 경기 후 '네가 리베로냐', '배구선수냐', '내가 발로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등의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고유민은 리베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는 "당시 너무 힘들었다. 악성 댓글 받기도 싫었고, 리베로도 못 하겠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많이 힘들어해서 감독님도 저를 부르셨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투입된) 리베로가 다음 경기에서 바로 수훈선수가 되더라. 나도 6년간 못해본 수훈선수를…"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고유민은 마음이 복잡했다. 후배 선수가 잘하고, 팀이 승리하는 것에 기뻐해야 하는데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스스로를 '못된 사람'이라고 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유민은 "열린 마음으로 후배를 응원해줘야 하는데 내가 힘들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행복한 척을 했던 것 같다. 그냥 척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너져내린 고유민은 5월 은퇴를 결심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운동도, 시합도 하기 싫었다. 내가 다 잘못한 것 같았다. 나를 모두 그렇게 쳐다보는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게 어긋나 있었다"고 돌아봤다.
모두 자신을 비난한 것 같다고 느낀 고유민 곁에는 응원해 주는 사람도 존재했다. 시간이 흐리고 나니 고유민도 이제는 그분들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응원 메시지를 남겨주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배구선수가 아니지만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안 좋은 것들만 계속 듣다 보니 좋은 분들이 생각 안 났다. 판단력이 흐렸다"라고 말했다.
고유민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갈 때쯤, 또다시 무너졌다. 계속된 악성 댓글은 고유민에게 비수로 내리꽂혔고, 결국 그는 스스로 세상 끝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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