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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조권, 단단한 뿌리 속 피어난 나무 [인터뷰]
작성 : 2020년 08월 06일(목) 10:00

제이미 조권 / 사진=쇼노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가느다란 미성에서 오히려 단단함이 느껴진다. 뮤지컬 '제이미'를 만나 뿌리를 내리게 된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조권이 모진 풍파를 이겨낼 힘을 얻게 됐다.

출연작을 향한 애정을 쏟아내는 배우에게선 진정성이 느껴진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제이미'(연출 심설인)에 매료된 조권이 그렇다. 그는 "이런 작품을 두번 다시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이미'를 놓치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제이미'와 사랑에 빠진 듯한 상기된 모습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킬 정도다.

'제이미'는 드랙퀸(여장 남성)이 되고 싶은 17세 고등학생 제이미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제이미와 조권에겐 공통 분모가 많다. 하이힐을 사랑하는 남성이라는 점, 세상에 편견과 맞서 싸운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조권은 "저도 제이미처럼 집에 하이힐이 있다. 스무 켤레 정도 소장 중"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있어 힐은 페르소나다. "힐을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없었던 에너지도 생긴다"고 말하며 그는 "하이힐을 신으면 마치 슈퍼 히어로가 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슈퍼 히어로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군 복무 시절, '제이미' 오디션 참가를 희망했으나 출연이 확정된 뮤지컬 '귀환' 공연과 오디션 일정이 맞물리며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운명처럼 '귀환' 공연이 불발됐고, 조권은 '제이미'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1차, 2차 오디션을 합격한 그는 제작사가 있는 런던으로부터 최종 합격을 통보받고 주인공 제이미 역을 꿰찼다.

한차례 장애물을 넘어선 그에겐 17살이라는 제이미의 나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조권은 하이힐을 선물받고 방방 뛰고, 친구의 위로에 눈물을 글썽일 줄 아는 어린 제이미 그 자체였다. 섬세한 연기 변신이 가능했던 이유는 인물의 서사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17살이라는 연령도 중요하지만 제이미라는 인물, 사람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특히 제이미라는 인물에 대한 서사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제이미 조권 / 사진=쇼노트 제공


'제이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세상의 편견에 맞섰던 실존 인물 제이미 캠벨이 있었기에,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진정성 있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그다. 작품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는 조권은 "편견에 맞서는 모든 제이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권이 편견에 휘둘리는 제이미들을 위로하려 했던 이유는 자신 역시 제이미였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제게 힐을 신어서도, 화장을 해서도, 매니큐어도 칠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발라드 가수다 보니 예능에서 골반을 털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하셨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꾸준함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순 그다. 시간이 흐르니 대중이 조권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줬다고. 그는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저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도 정말 많이 온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제이미'를 보고 살았다' '조권 씨 덕분에 저희 같은 사람이 산다'고 하는 메시지들이 온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서 힘을 얻고 위로도 받고 용기를 얻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어머니, 지인들의 응원도 그에겐 큰 힘이 된다. 실제 조권의 친모는 '제이미' 공연 관람 후 눈물을 쏟아냈다. 조권은 "어머니가 첫 공연에 오셨는데 눈이 퉁퉁 부우실 정도로 우셨다"며 "어머니가 제가 살아온 인생을 너무 잘 아시고, 앞으로의 삶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 제가 앞으로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눈물로 전해진 진한 진심이자 응원이었다.

배우 김혜수 역시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는 "김혜수 선배가 8월 초 '제이미'를 보러 오신다고 했다. 선배는 전작 뮤지컬 '프리실라' 할 때도 서너 번 오셨다"며 "선배가 무대 위 제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고 말했다.

제이미 조권 / 사진=쇼노트 제공


수많은 응원 속 조권은 용기와 당당함을 얻게 됐다. 자아를 되찾고 성장한 제이미처럼 말이다. 그는 "20대에는 수많은 악플과 가십에 휘말리고 모든 걸 다 신경 쓰면서 살았다. 그런데 그런 삶이 너무 피곤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겠다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삶을 되돌아보니 남의 시선에만 맞춰서 살았던 것 같다"며 "모든 걸 다 신경 쓰다 보니 진정한 제가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제 정말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하고자 하는 길과 아티스트다운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조권은 뿌리를 단단히 내렸고, 다양한 방면으로 가지를 뻗어낼 에너지를 지녔다. 그는 "제가 10대 때는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20대에는 발라더의 모습을 많이 보였다. 30대에는 뮤지컬 배우, 가수로서의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겠지만 더불어 우물쭈물하지 않는 모습도 함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권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장르의 개척이다. 그는 "'조권이 장르'라는 말을 듣고 싶다. 다른 작품을 하게 돼도 기대가 되는 배우, '조권 아니면 누가 해'라는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장르가 될 조권, 그가 계속해서 뻗어갈 성장을 기대해 본다.

제이미 조권 / 사진=쇼노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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