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그토록 원하던 뉴스 앵커 자리에 올랐지만, 가슴 설레는 곳은 다름 아닌 축구장이었다. 방송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면 힘이 빠져 있다가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흘러나오는 응원 소리에 몸이 들썩였다. 퇴근 후 경기장을 찾은 적도 수차례다. 결국 앵커 자리를 뒤로하고 축구 콘텐츠로 1인 방송에 나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축·덕(축구 덕후)' 곽민선 아나운서다.
곽민선 아나운서는 31일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 2016년 MTN 머니투데이방송을 시작으로 2017년 수원 티브로드 뉴스 앵커, 2018년 채널A, 삼성전자 사내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이후 1년은 SPOTV GAMES에서 E-스포츠 아나운서로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올해부턴 축구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는 곽민선 아나운서에게 '모 아니면 도'였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뉴스를 진행했지만, 규칙적인 생활 패턴에 수입도 일정했다. 회사 내 인간관계도 만족할 만큼 좋았다. 정규직으로 일했던 E-스포츠 아나운서 자리도 불만을 가질만한 부분은 없었다. 안정감을 뿌리치고 새로운 도전을 해도 되는지 고민했지만, 도전을 택했다.
곽민선 아나운서는 "저의 본 모습과 경제 프로를 진행하는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꼈다. 경제 관련 이슈를 전하고 나서 퇴근 후에는 피파온라인4 등의 축구 관련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괴리감은 커졌고, 축구 콘텐츠를 활용하는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자는 결단을 내렸다"며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을 찾은 곽민선 아나운서 / 사진=팽현준 기자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처음에는 축구라는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닥치는대로 영상을 올렸다. 축구 유니폼에 관한 영상, 게임 플레이 영상, 브이로그(일상 담기) 콘텐츠 등을 제작했다.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채널 연구 및 영상제작과 편집 기술을 익히는 데 할애했다. 곽민선 아나운서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편집을 혼자 하다 보니 24시간이 모자랄 때가 많았다. 지금은 편집자 한 분이 계시지만 처음 시작할 땐 혼자 분투했다"고 회상했다.
유튜브에 익숙해져갈 때쯤 곽민선 아나운서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축구 경기를 직관하고, 퇴근길에 들려오던 응원가에 설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곤 축구 콘텐츠로 채널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면 저를 경기장에 자주 데리고 가셨다. 그때 처음으로 '보는 재미'를 느꼈다"며 "축구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보여주고, 팬분들께 제가 느꼈던 '보는 재미'를 선물한다면 나만의 색을 갖춘 채널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맞아떨어졌다. E-스포츠계에 몸담고 있을 때 진행했던 피파온라인4를 직접 플레이하는 것을 영상에 담았고, 단기간에 7만 명의 구독자가 몰려들었다. 곽민선 아나운서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채널 몸집을 키워나갔다. 그는 "평소 팬이었던 토트넘 경기를 유튜브로 팬들과 함께 보기도 했다. 축구를 해설가 수준으로 잘 알지 못하기에 경기 전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자신의 노력을 설명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이 빠르게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곽민선 아나운서가 뽑은 포인트는 바로 '반전매력'이다. "감독의 전술이나 선수들의 장점을 설명할 때도 있지만, 저는 엉뚱한 부분을 발견해낼 때가 있다. 선수들의 달라진 수염 모양, 헤어스타일을 재치 있게 설명하는 게 그 예"라면서 "또 게임 방송을 하지만 실력이 좋지 않다. 너무 못해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을까(웃음). 방송 중간에 춤도 추고 노래하는 모습도 의외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며 구독자들의 관심을 살 수 있던 이유를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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