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7년간의 공백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배우로서의 열정은 더욱 커졌다. '그냥 연기가 재밌다'는 말만 반복하는 배우 신동욱의 눈빛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종영한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는 가족 같은 타인,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신동욱은 극중 9년 연애를 한 전 연인과 김은희(한예리) 사이에서 복잡한 애정 관계에 얽히는 출판사 부대표 임건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신동욱은 올 초 SBS '낭만닥터 김사부2'가 끝난 후 쉴 틈도 없이 '가족입니다' 출연을 결정했다. '가족입니다' 대본을 보는 순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동욱은 '가족입니다' 대본에 대해 "작가님이 영혼을 갈아 넣으셨다"고 표현했다.
그는 "작품을 연달아 한 적이 없었는데 대본을 순간에 대표님한테 바로 전화를 걸어서 '이 대본 미쳤다'고 했다. 너무 재밌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는데, 그때까지는 건주라는 역할도 몰랐다. 그냥 전체적인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낭만닥터 김사부2'가 잘 돼서 좋은 역할,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왔는데, 다 제쳐두고 무조건 '가족입니다'를 하겠다고 했다"며 "너무 일상적인 얘기인데, 그동안 다루지 않은 이야기라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청률이 안 나오고, 공감을 받지 못한다면 배우들 잘못일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작품에서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또 시청자들이 공감해 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신동욱은 '진짜'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따로 모이는 시간이 없고 대본 리딩을 한 다음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며 "(한) 예리 씨를 만난 첫날에 키스신 촬영을 엄청 했다. 키스신 전까지 예리 씨를 하루 종일 관찰했다. 최대한 진실되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사랑 이야기를 대본에 쓰여진 대로 연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은희(한예리)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어떤 부분이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는지 마음속에 그리고 생각해야 표현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예리 씨와 호흡이 잘 맞아서 표현이 잘 됐다"고 밝혔다.
신동욱이 연기한 임건주는 '줄타기'를 잘 한 결과물이다. 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건주만 따로 떨어져서 완벽남으로 표현되는데 줄타기를 잘해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느끼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캐릭터가 저랑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파악을 잘 못했는데 감독님이 담백하게 잘 구상해 주셔서 잘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었다. 연달아 작품을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어른 사랑'을 연기하기 때문에 체중을 증량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요구 때문이었다. 신동욱은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갔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 제 체형이 마른 타입인데 이런 체형으로 어른 사랑을 표현했을 때 바람둥이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듬직한 느낌이 더 좋을 것 같아서 4kg 정도 찌웠다. 코로나19로 헬스장도 못 가서 집에서 운동을 했는데, 촬영을 안 나가도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하고 싶은 작품을 호평 속에 마쳤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족'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드라마였지만, 신동욱은 가족의 일원은 아닌 탓인지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특히 원미경과 만나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고. 그는 "가족들과 겹치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원미경 선생님 같은 경우는 진짜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는데, 유일하게 만나는 장면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시청자들로부터 '예쁜 쓰레기'라는 별명을 얻은 신동욱은 이러한 반응이 마냥 행복하다고. 그는 "배역에 상관없이 너무 좋은 작품이었고 출연하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나쁜 말이 써있어도 재밌고 좋은 말이 써있어도 좋았다.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며 "인간이 풀지 못한 가장 큰 숙제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나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사랑에 대해 "아직 풀지 못한 공식"이라고 말한 신동욱은 실제 연애 스타일은 극 중 임건주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건주도 은희와 오랫동안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매력과 성향을 알게 된다"며 "저도 사람의 외형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정이 들다가 좋아하게 된다. 외형보다는 대화가 잘 통하고 관심사가 맞는 사람이 좋다. 오래 지켜보고 관찰하고 공통점을 찾는다"고 밝혔다.
그의 '관심사'는 우주, 물리학, 경제 등이라고. 신동욱은 "어려워서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웃으며 "하나에 집중하면 오래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물리학이나 과학, 경제 등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봤다. 관심을 가지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준전문가는 되자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욱은 이러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씁니다, 우주일지' 소설을 통해 작가로 데뷔한 적도 있다. 그는 "쓰다가 작품에 들어가면 잊어버린다. 출간하려던 작품도 있었다. 자다가 가위 눌릴 정도로 몰입해서 썼는데 쓰고 나서 보니까 너무 잔인해서 접었다. 지금은 흐름을 잃어버렸는데 기회가 되면 써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신동욱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신동욱은 2010년 희귀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고 7년 동안 활동을 중단한 적 있다. 그는 MBC 드라마 '파수꾼'으로 복귀했고, 이후 tvN '라이브', SBS '낭만닥터 김사부2'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신동욱은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약 먹는 정도로 유지가 되고 있고, 병원 가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촬영하면서도 불편한 건 못 느낀다. 추운 겨울에 조금씩 불편한 건 있는데 사람들마다 조금씩 안 좋은 부분은 있지 않나. 저도 자연스러운 불편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CRPS가) 많이 힘든 질병이다. 제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보고 이 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많이 용기를 얻고 도전하셔서 일상으로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동욱은 CRPS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출연료를 기부하기도 했다고. 그는 "올 초에 저를 치료해 주신 병원 교수님이 제가 출연료를 기부한 돈을 모아 CRPS 환자를 치료했다면서 제 손을 꼭 잡으시더라"라며 "형편이 어려워서 치료 못 하시던 분이었는데 치료를 받아서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공백기 이후 신동욱의 연기 인생은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그는 "공백기 이후 연기가 재밌다. 작품을 많이 하려고 하고,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신인 때는 조연을 해본 적이 없다. 데뷔 때부터 주연으로 시작해서 조연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이제는 주, 조연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에서 좋은 배우들과 만나는 걸 우선시하게 됐다. 연기를 많이 하고 싶고 좋은 작품이면 다작하고 싶다. 돈을 벌고 이런 걸 떠나서 작품 하는 게 좋고, 연기가 재밌다"고 연기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기도 한 신동욱은 몸이 허락하는 한 '열일'할 생각이다. 7년간의 공백기, 그리고 다시 시작한 연기. 배우 신동욱은 여전히 목마르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