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1선발' 류현진(토론토)이 예상치 못한 부진을 보였다.
류현진은 25일 오전 7시40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2020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4.2이닝 동안 사사구 4개(볼넷 3개, 몸에 맞는 공 1개), 4탈삼진 4피안타 3실점을 기록,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투구 수는 97개. 팀은 6-4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선발진이 약했던 토론토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마음 먹고 류현진과 4년에 8000만 달러(약 930억 원)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투수 최고액이며, 타자를 포함시키더라도 3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그만큼 선발진 보강이 간절했던 토론토였다.
그러나 이날 탬파베이전만 놓고 보면 토론토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공들여 1선발로 데려온 류현진이 '볼넷과 장타' 패턴으로 점수를 허용하며 '2% 부족한 토론토 마운드' 평가에 반전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출발은 좋았다. 1,2회말을 삼자범퇴로 마친 류현진은 3회 첫 안타를 허용하는 등 2사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렌프로를 삼진 처리 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4회말에 첫 1실점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4회초 토론토 타선의 3점 지원을 받은 류현진이었지만, 실점과는 별개였다. 선두타자 쓰쓰고에게 몸에 맞는 볼로 1루를 내주더니, 2사 1루 상황에서 브로소에게 1타점 중전 2루타를 얻어맞았다.
5회말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점수를 잃었다. 주니오와 디아즈를 나란히 땅볼로 처리하며 쉽게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싶었지만, 이후 제구력을 찾지 못했다. 렌프로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곧바로 쓰쓰고에게 좌중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올 시즌 첫 피홈런. 앞선 두 타석에서 땅볼과 몸에 맞는 볼로 비교적 잘 쓰쓰고를 처리했던 류현진이 한·일 투타 대결에서 와르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후 조단 로마노와 교체돼 경기를 먼저 마쳤다. 개막전 승리투수 요건까지 단 1개의 아웃카운트만 남겨뒀지만, 더그아웃에서 단호하게 교체 사인을 보냈다.
류현진은 볼넷을 많이 내주는 편이 아니다. 직전 시즌 리그 개막 이후 초반 1달 동안 2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129명 중 삼진/볼넷 비율 1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 4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3개의 볼넷을 헌납했다. 결국 제구력 난조를 이겨내지 못하고 홈런까지 두들겨 맞으며 올 시즌을 평균 자책점 5.79로 시작하게 됐다. 지난 시즌 개막전서 6이닝 1실점, 평균 자책점 1.50으로 시즌을 출발했기에,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수치다.
하지만 아직 마냥 아쉬워하긴 이르다. 이제 한 경기 치렀을 뿐이다. 첫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볼넷과 홈런으로 아쉬움을 남긴 류현진이지만 1,2회 6타자 연속 출루를 막고, 3회 2사 1,3루 위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모습에서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류현진이 이날 결과로 '2년 연속 MLB 개막전 승리투수' 대업을 이루는 데 실패했지만, 그만큼 다음 경기에 대한 동기부여는 확실히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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