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누구나 한 번쯤 타인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기 마련이다. 그럴 때일 수록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 흔들리는 자신을 바로세운 이가 있다. 데뷔 18년 차를 맞은 배우 서지혜다.
서지혜는 변신의 귀재라 불릴 만하다. 전작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도도하면서도 단아한 매력을, 최근 종영한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는 유쾌하면서도 통통 튀는 모습을 선보였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극본 이수하·연출 고재현, 이하 '저같드')는 이별의 상처와 홀로(Alone) 문화로 사랑의 감정이 퇴화된 김해경(송승헌), 우도희(서지혜)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썸' 타듯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맛있는 한끼 로맨스 드라마다. 극 중 서지혜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 회사 '2N BOX' PD 우도희 역으로 활약했다.
우도희라는 인물은 서지혜가 그간 맡아온 캐릭터와 달랐다. 서지혜에게 있어 이번 작품은 마치 도전과도 같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저같드' 제안이 들어와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매번 작품을 선택할 때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중점에 둔다. 어떻게 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밝혔다.
쉽지만은 아닌 도전이었다. 서지혜는 "그간 도시적이고 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면, 우도희는 굉장히 동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다 보니 연기로 잘 풀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가 반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시나 초반에는 어색하긴 했다. 텐션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캐릭터라 어색했다. 촬영 중에도 '(연기가) 정말 괜찮은 거냐' 물어보기도 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굉장히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오히려 제가 더 할 정도였다. 재밌었다"고 했다.
역할 소화를 위해 이미지 변신에도 시도했다. 그는 "이번에 앞머리를 처음 잘라 봤다.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고, 편안하게 보일 수 있는 스타일링을 하고 싶었다"며 "저는 스타일링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숏컷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저같드'는 송승헌과 서지혜의 출연으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서지혜는 상대역이었던 송승헌에 대해 "되게 재밌는 사람이다. 처음에 봤을 땐 점잖으시고 예의 바르시고 조용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장난도 많이 치시고 재밌었다"며 "밝은 기운들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전부터 쏟아진 관심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 그다. 그는 "극을 잘 끌어나가야 된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다. 송승헌과의 호흡에 부담감을 느꼈기보다는 제 새로운 모습을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부담감 속 시작한 '저같드'는 서지혜에 많은 깨달음을 준 작품이 됐다. 그는 "작품 속처럼 나쁜 구남친을 만난 적이 있다. '되게 흔한 일이고, 다 누구나 똑같은 경험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제 특별한 사랑보다는 함께 갈 수 있는 편안한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 특별한 게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됐다. 조금은 편안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지혜에게 있어 '저같드'는 특별하다. 그는 작품 만족도를 점수 90점으로 표현했다. 그는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저도 촬영하며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있다"며 "그동안 두려움이 있었는데 거기서 날 끄집어낸 느낌이다. '저같드'는 나의 두려움을 깨준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저같드'가 서지혜에게 깨달음을 준 작품이라면, 전작 '사랑의 불시착'은 그의 저력을 입증하게 한 작품이다. 전작 '사랑의 불시착'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지금까지 그 인기를 실감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해외팬이 많이 늘었다. 인터넷이나 개인 SNS에서 다른 언어로 댓글이 써져 있을 때 인기를 실감한다"며 "특히 구승준(김정현) 얼굴에 어느 남성 팬분이 합성을 해서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또 서단(서지혜) 스타일링을 따라하고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김정현의 특별 출연을 제안하기도 한 그다. 두 사람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서단, 구승준 역을 맡아 애절한 사랑 연기를 펼친 바 있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해 김정현에게 특별 출연을 제안했다. 데이트 하는 장면이 없었어서 이번 작품에서 해보고 싶었다"며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터라 어색하지 않았다. 3년 만난 연인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색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어느새 데뷔 18년 차가 된 그는 쉼 없이 '열일' 중이다. 그 사이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그의 연기 사랑은 여전했다. 서지혜는 데뷔 시절을 떠올리며 "그땐 연기의 '연' 자도 모르고 시작했다. 패기와 열정만으로만 무작정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중후반 때는 너무 힘들었다. 이 직업이 내 적성이 맞는 건가, 내가 잘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부딪혔다"며 "그러다 대단한 인기를 얻으려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됐다. 그저 재밌어서 연기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연기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고 고백했다.
서지혜는 슬럼프를 겪으며 한층 성장했다. 그는 "예전에는 남을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했다고 하면, 이제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인가 되묻는 시간이 됐다. 연기에 대한 욕심과 책임감이 굉장히 커져 있다. 그중 달라지지 않은 것은 연기가 재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잘 몰라도 연기로 표현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지금도 연기가 재밌다"고 밝혔다.
이렇듯 서지혜는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성장을 위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데뷔 18년 차라 믿기 힘든 성실함을 보여 주고 있는 서지혜.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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