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드라마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보통 16부작~20부작으로 짜여지던 미니시리즈가 12부작, 8부작, 4부작으로 압축 편성되고 있다.
점점 드라마 회차가 짧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현재 OTT에서는 회차가 짧은 외국 드라마가 유행 중이며, 유튜브에선 소위 '숏폼 콘텐츠(15분가량의 동영상)'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장르물에 있어 짧은 회차는 더욱 적합하다. 사건이 속도 있게 흘러가며 긴장감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 실제 MBC 측은 이러한 이점을 살려 짧은 회차의 장르물을 연이어 편성 중이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십시일반'(극본 최경·연출 진창규)는 8부작으로 구성됐다. '십시일반'은 한 저택에 모인 아홉 명의 사람들이 유명 화가 유인호(남문철)의 수백억 대 재산을 두고 펼치는 두뇌 싸움을 담은 드라마다.
베일을 벗은 '십시일반'은 촘촘한 서사,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추리극이라는 특성에 맞게 사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극에서 필요한 이야기만 다뤄져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짧은 회차의 강점이다.
전작인 MBC 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극본 서영희·연출 이동현) 역시 4부작 구성돼 빠른 속도감을 자랑했다.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재건축 아파트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죽음에 얽힌 용의자를 추적하며 밝혀지는 인간의 욕망과 진실을 다룬 미스터리 사건극이다.
짧은 회차 때문일까.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살인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 매회 드러나는 비밀과 반전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안겼다. 회차를 줄인 대신, 눈을 뗄 수 없는 서사로 가득 채웠다.
지난 4월 종영한 MBC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극본 이서윤·연출 김경희) 역시 짧은 템포로 달려왔다. 완벽한 인생을 꿈꾸며 1년 전으로 돌아간 순간, 더 알 수 없는 운명에 갇혀 버린 자들의 미스터리 생존 게임을 그린 '365'는 총 12부작으로 편성됐다.
'365' 역시 첫방부터 숨 돌릴 틈 없는 전개로 매회 반전을 선사했다. 갑작스러운 등장인물의 죽음, 예측할 수 없는 변수, 진범의 실체 등으로 매회 시청자들의 이목을 모은 바 있다. 실제 '365'는 종영 후 마니아 시청들 사이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MBC 외 타 지상파, 종편 및 케이블도 짧은 드라마 편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방법', JTBC '쌍갑포차' 등도 12부작으로 편성됐다.
이렇듯 현재 안방극장은 변화를 수용 중이다. 기존의 16부작~20부작을 고수하기보단, 작품의 장르 및 구성에 맞추는 유연함을 택했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빠름'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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