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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연상호 감독,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다 [인터뷰]
작성 : 2020년 07월 20일(월) 23:25

반도 연상호 감독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K-좀비(한국형 좀비)의 시초를 알린 연상호 감독의 머릿속에는 거대한 세계관이 존재한다. 판타지의 공간에서 판타지 적을 다루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까지 세심하게 창조했다.

2016년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연상호 감독. 국내외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 그가 '부산행'의 속편인 '반도'로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두운 극장가를 밝힐 만큼 강렬하다.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레드피터)로 돌아왔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연 감독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원래대로 개봉을 진행했다. 그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 개봉하게 됐다. 감회가 새롭다. 오랜만에 언론시사회를 했는데, 극장이 북적거려서 더 감회가 새롭더라. '반도'는 가족 단위로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하기 좋은 영화다. 시원하게 즐길 수 있으니 나들이 계획을 세운다면 극장에 오는 게 어떨까"라고 말했다.

화제성을 입증하듯 '반도'는 개봉 전부터 80%가 넘는 예매율을 자랑했으며 무서운 속도로 관객수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영화 손익분기점(250만)과는 별개로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 숫자가 힘든 영화계에 남다른 지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반도 연상호 감독 / 사진=NEW 제공


이미 큰 인기를 자랑한 '부산행'의 속편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을까. 연 감독은 "속편을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요청이 있었다. 내부에서도 속편을 해보자고 했는데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그냥 기획 계발을 해서 해 볼 만한 게 나오면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기획하면서 잡았던 이미지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업하는 입장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도 매력적이었다. 이전에 안 해 본 것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지 않을까 싶어서 접근하게 됐다"며 "또 '부산행'이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어린 시절도 회상하게 됐다.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극장에서의 설렘과 예고편을 봤을 때의 흥분을 기억하면서 이번에도 그 친구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행'과 세계관은 동일하게 가되 차별점을 둬서 승부를 봤다. 가장 큰 차별점은 배경이다. 좁은 기차에서 넓은 곳으로 간 것도 차이가 있고, 좀비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완전히 외부 환경으로 보는 거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전환되면서 좀비가 등장한 지도 4년이다. 그만큼 환경이 됐다는 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부산행'에 비해 좀비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연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숙명이다. '부산행'의 배경인 초기 아포칼립스에서는 좀비가 발병하는 시기니까 힘이 있다. 그러나 좀비가 진화하지 않는 이상 배경의 형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습들이 더 부각된다고 생각한다. 631부대가 딱 그렇다. 인간성을 잃고 자극만 쫓는 존재다. 모험을 즐기고 숨바꼭질을 즐긴다. 이들은 공허한 존재로 일종의 좀비들과 비슷한 형태가 아닐가"라고 했다.

다만 '반도'가 '부산행2'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건 속편이지만 독자적인 영화기 때문이다. 연 감독은 "일단 부산이 안 나오기 때문에 '부산행2'라고 할 수 없었다. '부산행'이라는 제목의 인지도가 높은데 버리고 가면 어쩌냐는 주변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부산행2'라고 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부산행' 후속인지 다 안다. 모두 마케팅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보는 시대가 아니지 않냐. 다른 제목이어도 세계관이 이어진다는 건 마케팅으로 모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좀비에 포스트 아포칼립스까지 더해진 엄청난 세계관이다. 그만큼 제작비도 많이 들 터. 연 감독은 이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프리프로덕션을 계획했다. 그는 "'반도' 기획안이 나왔지만 예산 때문에 영화화를 망설였다. 전에 찍던 방식으로 촬영했을 때 250억 원이 나올지, 300억 원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한국 극장 시스템에서 어느 정도 관객수가 들지 모르는 시점에서 그 예산은 맞지 않았다. 무조건 150억 원에 맞춰서 촬영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것보다 조금 더 나오긴 했다"고 밝혔다.

촬영 시간은 곧 제작비다. 프리프로덕션 대로 찍지 않으면 자칫 몇 십억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다. 연 감독이 철저히 프리프로덕션을 준비한 이유다. 그는 "과거는 현장의 변수를 끄집어내는 게 영화의 미덕이었다. 지금은 그 관점으로 영화를 하면, 특히 이런 규모의 영화를 하면 몇 십억이 오갈 수 있다. 한 회차만 밀려도 나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변수까지 계산해서 가야 된다. 물론 변수가 필요한 장면도 있다. 날 것의 느낌이 필요한 장면이다. 그럴 때는 일단 촬영 전에 배우를 불러서 마음껏 연기하게 한다. 난 그걸 찍고 골라서 현장에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작비를 줄이면서도 영화의 퀄리티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연 감독은 "미술 팀과 처음으로 얘기한 건 쓰레기 몇 개 깔아놓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하지 말자는 거였다. 정말 화끈하게 하고 싶었다. 제한된 예산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회의를 많이 했다. 우선 하나의 세트에서 세팅만 다시 하고 CG를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줄였다. 다 세트를 만들려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같은 세트지만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미술팀이 가장 고생을 많이 했다. 홍콩 장면도 실제 홍콩에 간 게 아니다. 한국의 느낌이 가장 안 나는 동네를 찾아서 세팅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 연상호 감독 / 사진=NEW 제공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이미지와 더불어 망해버린 한국은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며 연 감독이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는 "우선 아포칼립스 이미지는 후쿠시마 등 실제 도시에서 찾으려고 했다"며 "또 폐허가 된 공간에서 절망한 인물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631부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또 아이들이 등장하는 건, 아이들이 가장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 이 세계는 멸망한 곳이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다. 아이들이 훨씬 강한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이 세계는 절망이 아니고 삶이기에 631부대처럼 타락하지 않았다는 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망하지 않은 아이들과 모성애를 지닌 여자가 활약한다는 것도 의도했다. '부산행'에서는 남성 캐릭터들이 주로 활약했는데, 그때와 지금은 시대적으로 다르다. '반도'의 스토리라인 특성상 트위스트를 주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트위스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영화의 주인공을 맡지 못한 캐릭터가 끌고 간다면 다른 지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연 감독은 '부산행'과 '반도'를 잇는 또 다른 속편의 가능성을 전했다. 그는 "모두 열려 있다. 일단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이제는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형식으로 푸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며 "다른 장르로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 감독의 세계관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2편의 영화를 선보였지만, 아직도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자신 있게 말했다. 그가 만든 세계관에서 관객들은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더불어 한국 영화의 위상도 높아졌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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