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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강동원, 타협하지 않는 삶 [인터뷰]
작성 : 2020년 07월 21일(화) 10:46

반도 강동원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한때 미소년의 대명사였던 강동원이 소년의 얼굴에서 강인한 남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차근차근 쌓은 액션 내공은 무르익었으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더욱 진중하다. 그럼에도 스스로 타협하는 삶은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배우 강동원이다.

강동원은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전설의 우산씬을 만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그는 훤칠한 키에 미소년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부응하듯 필모그래피도 차근차근 쌓았다. 그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전우치' '의형제' '군도'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마스터' '인랑' 등에 출연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레드피터)로 돌아왔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극 중 강동원은 난민 취급도 받지 못하는 홍콩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폐허가 된 반도로 향하는 한정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의 속편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강동원은 "아무래도 '부산행' 속편이나 보니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다른 작품보다 고민할 게 더 많았다. 그런데 연상호 감독의 비전을 듣고, 시나리오를 본 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재밌더라. 재밌는 시나리오에 내가 생각한 비주얼을 이입해 읽으니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부산행'은 K-좀비(한국형 좀비)의 시초를 알린 작품이다. '반도' 역시 '부산행' K-좀비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당초 좀비물에 관심이 없던 강동원마저 촬영하면서 좀비 세계에 푹 빠질 정도였다. 그는 "좀비물에 크게 관심은 없었다. 오컬트는 조금 좋아했다. 그런데 찍으면서 좀비물의 매력을 알게 되더라"며 "사실 '반도'는 좀비물을 가장한 액션 영화였다. 이게 큰 장점이었다. 분명 호런데 왜 이렇게 몸이 힘들지 싶었는데 이게 호러를 가장한 액션 영화구나 깨달았다. 좀비물은 사실 액션 영화였다"고 말했다.

또 강동원은 K-좀비 만의 매력을 꼽았다. 그는 "다들 K-좀비는 빠른 게 매력이라고 하지 않냐. 그런데 난 그 부분보다 다른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좀비물이 외국에서는 B급인데, 한국에서는 메이저 장르다. 제작비를 엄청나게 쏟아붓고 상업 영화로 만든다. 그게 큰 매력이다. 어떻게 보면 상업적인 프로세스에 B급 좀비를 올려놓으니 외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며 "호러 장르를 메이저로 만들기는 어렵다. 호러 영화가 카메라 무빙이 많으면 감정이 깨진다. 이런 모순에서 좀비는 메이저에 특화돼 있다. 카메라 무빙이 많이 들어가도 감정이 깨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의 말대로 좀비물은 액션이다. 좀비와 몸으로 부딪히면서 싸우는 장면이 많다. 그렇다면 일반 액션과 좀비 액션의 차이는 무엇일까. 강동원은 "총기 액션은 예전에도 많이 했다. 무술팀과 미리 합을 잘 맞추고 잘 체크하면 다칠 염려도 없고 잘 나온다"며 "그런데 좀비 액션은 힘들더라. 일단 좀비가 주먹으로 날 때리는 게 아니고 머리로 들이미니까 잘못하면 얼굴이 다칠 위험도 있다. 그렇다고 손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침도 많이 튀더라"고 밝혔다.

반도 강동원 / 사진=NEW 제공


'반도'의 매력은 화려한 좀비 액션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류 문명이 거의 멸망한 뒤의 세계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정석은 해외에서 난민 취급도 받지 못하는 비참함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임팩트 있는 장면 대신 이런 캐릭터에 녹아드는 쪽을 선택했다. 그는 "관객들이 한정석의 감정을 잘 따라와야 극이 산다. 임팩트 있는 장면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 내가 욕심을 냈으면 이 씬 저 씬 넣자고 했겠지만 그런 캐릭터가 아니기에 주어진 것에서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 모든 것은 연상호 감독의 철저한 프리프로덕션으로 완성됐다. 연 감독의 프리프로덕션 덕분에 현장에서 촬영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너무 빨리 끝나서 부담이 되냐고 묻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만 이 시간에 더 찍을 수 있으면 더 찍어 놓고, 나중에 편집할 때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연 감독은 얄짤없더라. 본인이 생각한 대로 찍고 끝냈다. 현장 편집본이 114분 나왔는데, 본편 러닝타임이 116분이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며 "딱 찍을 것만 찍어서 남는 게 없는 거다. 다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빨리 끝나고, 안 맞을 때는 조금 늦게 끝나기도 했다. 그렇게 늦은 적은 거의 없다. 연 감독에게 자신이 있으니 확실히 좋았다. 무엇보다 스태프들이 행복해해서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반도'의 대부분은 CG로 작업됐다. 블루,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강동원은 "블루나 그린 스크린에서 찍는 건 익숙하다. 또 쫄쫄이를 입고 싸우는 무술팀과 싸우는 것도 익숙하다. 요즘 편해진 건 현장 CG가 가능하다는 거다. 그래서 특별히 어렵진 않았다. 미리 작업을 했고 즉석에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 재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매력들이 어우러진 '반도'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90개국에 선판매 됐으며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강동원은 "칸 영화제 초청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잘 돼서 너무 좋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결국 발표만 하고 끝났다. 칸 측에서 정말 좋게 봤다고 하더라. 초청된 거 자체도 좋은데 호평을 받아서 더 즐겁다"고 말했다.

이처럼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체감한다는 강동원이다. 그는 "'버닝'이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외국인 친구들이 '버닝'을 보고 '이렇게 좋은 영화에 왜 출연을 안 했냐'고 하더라. 또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을 때도 뜨거운 반응이었다. 내가 '기생충'에 출연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한국 영화도 세계적으로 개봉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이제는 친구들이 내가 '부산행' 속편을 찍는다고 하니 다들 엄청 기대했다. 난 또 놀랐다. 외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부산행'을 많이 알았다"고 기쁨을 표했다.

반도 강동원 / 사진=NEW 제공


'반도'로 해외 시장까지 노리게 된 강동원은 어느덧 40대가 됐다. 미소년 이미지로 데뷔한 그가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는 "점점 아는 것도 많아지고 좀 더 마음도 넓어지면서 바뀐 것 같다. 나이가 든 게 피부로 와닿는 건 존중받는다는 거다. 과거에는 어딜 가면 사람들이 막 대할 때가 있는데, 요즘은 존중해 주는 것 같다. 다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같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 어른들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강동원은 40대가 된 후 지켜야 할 신념을 꼽았다. 그는 "내가 생각한 가치관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다. 남한테 피해주면서 살지 말자. 이런 것들을 타협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 다 돌아가는데 묻어가야지라는 마음으로는 살기 싫다"며 "예전에는 강하게만 했다면, 이제는 슬기롭고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달려와 여유가 생긴 강동원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을까. 그는 "열심히 하는 배우, 다양한 걸 시도하는 배우가 적당할 것 같다. 내 생각에 영화계에서는 내가 캐릭터 준비를 열심히 하는 걸 알아주는 것 같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그래도 항상 촬영을 열심히 하는 걸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처럼 강동원은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듯, 항상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을 보여주는 그에게 대중의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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