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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블루아워', 인생이 특별해지는 시간 [무비뷰]
작성 : 2020년 07월 20일(월) 21:30

심은경 카호 / 사진=영화 블루아워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해 뜰 녁과 해 질 녁, 완전히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으면서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시간. '블루아워'는 문뜩 잠에서 깼을 때 지금이 새벽인지 아침인지 분간이 되지 않은 경험에 인생을 빗댔다. 지금이 언제인지 의심이 들 때처럼 자신의 존재에 의심이 들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블루아워'는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인생의 구원은 결국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블루아워'(감독 하코타 유코·제작 트윈스 재팬)는 지칠 대로 지친 CF 감독 스나다(카호) 고향으로 오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자유로운 친구 기요우라(심은경)와 고향으로 떠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겉으로는 잘나가는 CF 감독이지만 속은 곪고 피폐한 스나다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는 직장에서 독설을 퍼붓고, 남편과의 결혼생활도 알맹이가 빈 듯하다. 번아웃 직전의 어느 날 스나다는 친구 기요우라와 만나 수다를 떤다.

그러던 중 고향에 내려오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이를 들은 기요우라는 지금 당장 떠나자고 제안한다. 스나다에게 썩 내키지 않은 제안이었지만, 기요우라는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스나다의 고향인 시골 마을로 향한다. 스나마는 여전히 시골이 싫다. 아빠는 이상한 골동품을 자랑하고, 엄마는 잔소리를 하고, 오빠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나 늘어놓는다. 그저 건강이 조금 괜찮아진 할머니를 보겠다는 마음뿐이다.

기요우라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스나다의 가족들과 어울리고 시골의 모습에 눈을 반짝인다. 스나다는 기요우라에게 에너지를 받고 위로도 받는 듯하다. 그러나 다친 마음을 위로하는 건 나 자신이며 내가 자라온 고향이고 그곳에서의 기억임을 전하면서 마무리된다.

'블루아워'라는 해 뜰 녁 잠에서 깬 스나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스나다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해 뜰 녁에 잠에서 깨면 누구보다 자유롭게 활보한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은 그야말로 스나다의 세상이다. 스나다는 이곳에서 뛰고 마음껏 노래 부르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어른이 된 스나다에게 도시의 해 뜰 녁은 만취한 시간이거나 일상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저 무미건조하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시골에서는 목청껏 부를 수 있지만, 도시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사람들의 눈총만 받는다. 스나다는 누구보다 시골을 싫어하고, 도시를 좋아한다고 내내 말하지만 결국 시골에서의 삶이 행복했음을 전한다. 이와 함께 푸르스름한 이미지는 관객들에게 신비로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새벽의 차가움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기요우라는 극도로 밝은 인물이다. 축 처진 스나다에게 힘을 주고 시골로 이끈다. 인간 비타민을 넘어서 현실에 존재할까 싶을 정도다. 인간에게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듯 스나다의 시니컬함이 한쪽 면이라면 기요우라의 밝음도 동시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블루아워 / 사진=영화 블루아워 스틸컷


영화는 카호와 심은경의 호흡으로 전개된다. 특별한 사건이나 서사 없이 두 사람의 대사와 감정선으로만 흘러가는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호흡과 연기력으로 꽉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호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과 감정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한다. 세밀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과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놀라운 건 심은경이다. 그는 오롯이 일본어로만 돼 있는 대사를 소화한다. 더 놀라운 건 한 번도 보지 못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다. 그간 심은경은 영화 '써니' '수상한 그녀'에서 밝은 캐릭터를 소화한 바 있다. 그러나 기요우라는 사뭇 다르다. 과감하고 유머러스하며 어디서든 적응하는 적응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심은경 특유의 연기력이 만든 묵직함이 담겨 있다.

이들의 호흡은 시상식으로 입증됐다. 카호와 심은경은 '블루아워'로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심은경은 처음으로 찍은 일본 영화에서 일본인 역을 맡아 일본어로 연기해 수상까지 이어갔다는 데서 의미를 더했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을 터. 그가 얼마큼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것은 하코타 유코 감독의 연출로 완성됐다. 우선 큰 서사 없이 감정으로 이어진 대본을 과감하게 썼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오직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이다. 아름다운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세련된 카메라 워킹 역시 그만의 승부수다.

이처럼 '블루아워'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아름다운 연출로 꽉 찼다. 도시의 일상이 지친 이들에게 힐링ㅇ르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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