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최혜진 기자]
"데뷔 실패한 아이돌 연습생이요? 학원강사로 빠지면 다행이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이 존재하기 위해 거쳐가야 되는 관문이 있다. 아이돌 연습생이다. 그러나 연습생 생활부터 데뷔까지의 과정은 장애물의 연속이다. 조명 속 빛나는 '아이돌',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현실은 화려하지만은 않다.
◆ 연습생 수 늘고, 데뷔 비율 줄고 '높아진 데뷔 문턱'
아이돌 연습생은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해 고등학생 연습생이 대부분이다. 늦으면 20대 초반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데뷔하게 되는 나이는 대게 18~20살이다. 이들의 운명은 너무 어린 나이에 결정된다.
그야말로 아이돌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매해 아이돌 연습생은 증가하고 있지만, 데뷔 비중은 감소 중이다. 실제 한국진흥원콘텐츠가 발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속 연습생이 있는 기획업 기준, 소속 연습생 전체 인력 규모는 1671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6년 발표된 수치보다 231명(16%) 증가한 수치다.
반면 데뷔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실제 '실태조사'에 기록된 연습생들의 데뷔 비중은 평균 70.2%다. 이는 2016년 대비 9.7%P 하락한 수치다. 이러한 수치는 기획사들의 연습생 관리 시스템으로부터 도출된다. 중소기획사의 경우 데뷔조를 구성한 후, 특별한 변동 없는 한 해당 인원을 데뷔까지 이끌어나가는 경우가 다반수다.
대형기획사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이곳에서 데뷔의 기회를 잃는 연습생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한 연예기획사 A씨는 "대형기획사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많아 데뷔조 멤버들의 변동이 심하다. 실제 연습생의 실력이 좋으면 뽑고, 따라오질 못하면 정리한다. 또 데뷔조 정원이 정해지더라도, 데뷔 전에 이가 엎어지거나 다시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습생들은 '대형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놓칠 수 없다. '대형 기획사'에서의 데뷔는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소속사 선배 가수들의 후광 효과를 얻는 것은 물론, 다양한 홍보로 데뷔 전부터 이름을 알리기 때문.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 B씨는 "대형 기획사에 가려는 친구들이 많아 회사들 입장에선 괜찮은 연습생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그래서 그에 준하는 연습생들을 찾기 위해 전국으로 뛰어다닌다. 요즘에는 해외에서 많이 데리고 오는 편이다. 다국적 그룹을 만드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대형 기획사에 쏠리는 지망생으로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져만 간다. 중소 기획사 경우 실력 좋은 지망생을 찾기란 어렵다. 기획사, 아이돌 지망생 모두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된 연습량·높아진 눈높이로 여전히 가시밭길
어렵게 '기획사 입성'이라는 첫 관문을 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연습생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에 매진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습생들의 교육은 평균 주 3~4회 이뤄지고 있다. 그중 '주 5회 이상'이라 답한 업체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주 5회 이상'을 연습하고 있는 업체는 37.8%, 이는 지난 2016년이 기록한 23.0%보다 14.8%P 증가한 수치다.
연습생이 하루에 교육받는 시간은 1시간부터 4시간 이상까지 다양하다. 특히 기획사 소속 직원이 많을수록 4시간 이상 교육을 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강도 높은 연습이 이어지며 이를 포기하는 연습생도 늘어나고 있다.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연습생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있다. 실제 회사와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 위약금을 물고 나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 B씨 역시 "연습생들이 일찍 일어나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런 부분이 힘들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습생이 연습 생활을 포기하는 경우, 위약금 부담은 그들의 몫이 된다. B씨는 "대형 소속사에서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경우, 그동안 연습생들에게 지출된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강의료, 식비, 숙소 비용 등에 따라 위약금이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형 기획사의 경우는 다르다. 소형 기획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연습생에게 레슨을 해주는 시스템이 아닌, 연습생이 따로 학원 등을 다니며 레슨을 받는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 C씨는 "소형 기획사에서는 연습생들의 트레이닝 비용을 내지 않아 금액이 적은 편이다. 그렇기에 빚 정산이 쉽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에서 먼저 계약해지를 요구하느냐와 연습생이 먼저 계약해지를 요구하느냐는 연습생 비용 정산에서 큰 쟁점이다. 회사가 먼저 계약해지를 할 경우 연습생은 회사에게 빌린 식비 등을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개인이 먼저 요구할 경우 빚을 갚아야 된다. 다만 개인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어 보통 연습생 빚은 회사에서 감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는 설명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속 연습생에 대한 월평균 1인당 지출 비용은 116.9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 비용 부문은 2016년보다 9.3만원이 증가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속사에서 연습생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한 해 수천만원을 기록, 위약금은 최고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생들을 지치게 하는 것은 연습량뿐만이 아니다. B씨는 "연습생들은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윤리 의식, 도덕적인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대중의 눈이 점점 높아지며 프로같은 모습을 요구한다. 그래서 연습생들은 프로의 모습을 갖춰야한다"고 밝혔다.
◆ 실제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 밝힌 세계
가시밭길을 걷지 못하고 포기를 택한 연습생들. 그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관계자 A씨는 "포기한 연습생을 다른 기획사에 소개시켜주거나 오디션을 제안한다. 아니면 이쪽 일과 관련해 대학교에 간다든지 보컬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며 "연습생을 그만두더라도 이쪽 업계에 포기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돌 연습생 출신 C는 "그만 둔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가 크다. 회사 이미지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면 집안에서 지원을 해줘야 되는데 쉽지 않다. 식비는 회사가 부담하지만, 전부 빚이라고 보면 된다"며 "몰래 야간 아르바이트나 물류창고에서 당일 지급 받을 수 있는 일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연습생을 그만 둔 이들의 생활은 녹록치 않다. 이들이 연습생을 그만 두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다. 회사에서 계약해지를 알린 경우와 연습생 본인이 계약해지를 요구한 경우다. C는 "회사에서 먼저 계약해지를 하자고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비중이 더 크다고 보면 된다. 어떤 소형 기획사는 투자를 받기로 하고 연습생을 모았는데, 결국 투자를 못 받아 무산된 경우가 있다. 또 회사가 봤을 때 연습생 이미지가 맞지 않거나 불화가 있을 때 내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연습생 본인이 먼저 나간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연습생 생활을 접는 사람도 이고, 배우 쪽으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연습생 출신들은 사회로 돌아가 무슨 일을 할까. C는 "연습생들이 고등학생이면 입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성인이면 조금 힘들다. 실용음악 대학교를 다니면 학원강사로 전향하기 쉽다. 거기에서 노래, 춤, 연기 등을 가르친다. 소형 기획사라도 연습생 생활을 한 걸 어느정도 경력으로 쳐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고 일반 회사원을 준비하면 어려운 상황이다. 원래 하던 게 있으면 살려서 해도 되는데, 그런 게 없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 간혹 연습생 중에 중, 고등학교를 자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뜨면 다행이다. 그런데 뜨지도 못하고 중, 고등학교 중퇴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그래서 요즘 소속사들이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권유하는 편이다. 남자 연습생들은 대학교도 가라고 한다. 아마 군대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아이돌 연습생에겐 꿈과 현실의 괴리가 유독 크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선망을 가지지만, 그 길은 험난하고 녹록치 않다. 화려한 빛에 가려져 조명되지 못한 그림자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