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하위권 SK 와이번스가 반란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150km '안조 듀오' 안우진과 조상우(이상 키움 히어로즈)를 격침시켰다.
SK는 17일 오후 6시30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홈경기에서 12-9로 이겼다. 이로써 2연패를 탈출한 SK는 시즌 20승43패를 기록하며 9위를 유지했다.
이날 SK는 3회초 김혜성의 만루 홈런, 4회초에는 이정후의 스리런 홈런을 묶어 4-8로 뒤졌다. SK는 최정의 2타점, 고종욱의 적시타 등으로 차근차근 추격에 나섰다.
키움과 SK 두 팀 모두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간 터라 경기 흐름에 따라 추격조나 필승조 또는 패전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초는 8회초 수비 상황에서 나온 김강민의 멋진 슈퍼 캐치다. 1사 1루 상황에서 대타 허정협이 신재웅의 3구를 그대로 밀어쳐 타구가 가운데 담장 근처로 날아갔다. 이때 중견수 김강민이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해 홈런성 타구를 잡아냈다. 1루주자 전병우도 포스아웃 처리했다. 이에 키움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원심인 중견수 플라이 아웃이 유지됐다.
김강민의 호수비로 분위기를 탄 SK는 8-9로 뒤진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동민을 대타 카드로 꺼냈다. 박경완 감동대행의 노림수가 그대로 적중했다. 한 방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동민은 키움의 구원 안우진을 2구째를 노려쳐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안우진은 동점을 내준 탓에서 일까.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SK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준우(볼넷)-최정(중전 안타)-제이미 로맥(볼넷) 순으로 이어지는 타선이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끝내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키움의 더그아웃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믿었던 안우진이 주춤하자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등판시켰다. 키움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조상우는 대타 채태인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주며 8-9 역전을 허용했고, 다음 타자 김강민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까지 얻어맞았다.
키움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두 선수가 무너진 것은 올해 처음이다. 기록 상으로는 안우진의 1이닝 4실점으로 남게 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7회말 예기치 못한 김상수의 부상까지 상처만 남았다.
반대로 SK는 김정빈(1이닝 1실점), 박민호(0.2이닝 무실점), 정영일(1.1이닝 무실점), 신재웅(1이닝 무실점), 서진용(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의 활약이 빛났다. 마무리 투수 하재훈이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제 몫 이상을 발휘했다.
또한 최지훈과 한동민의 적재적소에 터진 한 방과 김강민의 호수비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두가 만든 값진 승리였다. 특히 리그 정상급 불펜진과 국가대표 타선을 보유한 키움을 상대로 해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올 시즌 성적 부진, 염경엽 감독의 건강 악화, 2군 선수들의 일탈 행위 등 안팎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SK 입장에서 이날 경기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다. 무엇보다 침체된 타선의 부활이 고무적이다. 그 중심에는 최정, 김강민 등의 베테랑들의 활약과 신인급 최지훈과 최준우의 성장이 뒷받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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