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오늘 감각 좋았다"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의 갑작스러운 부상 공백에 이른 시간 마운드에 오른 두산 베어스 투수 박치국이 경기 후 전한 말이다.
두산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K와이번스와의 맞대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이날 두산은 1회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바로 선발 등판한 플렉센이 SK 최지훈의 내야안타 타구에 맞아 조기 강판된 것. 1회는 통증을 참고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2회 시작 전 박치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어깨가 무서웠을 박치국이지만, 담담했다. '감각이 좋다'고 느끼며 마운드로 향했다. 허상이 아니었다. 4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두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구원승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2회부터 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박치국은 5회 선두타자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준 후 수비 오재원의 실책이 더해져 1실점 했다. 그 점이 다소 아쉽지만, 플렉센 공백을 잘 채운 박치국이다.
경기 후 박치국은 "플렉센이 타구에 맞은 줄 몰랐지만, 갑자기 몸 풀라는 지시가 떨어져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아야 2~3이닝 던질 줄 알았다. 긴 이닝 던질 줄은 예상 못 했고, 구원승도 마찬가지"라고 수줍어했다.
그러면서 선발 투수 임무는 '아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불펜으로 나서는 게 더 좋다"면서 "5일 기다려야 등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볼을 던지고 싶다. 또한 선발로 나가는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5회 오재원의 악송구가 실점의 빌미가 된 데 대해서는 "수비에서 도움을 그동안 많이 받아왔다. 오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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