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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K좀비와 카체이싱으로 진화하다 [무비뷰]
작성 : 2020년 07월 15일(수) 09:33

반도 / 사진=영화 반도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K-좀비(한국형 좀비)의 시작을 알린 영화 '부산행'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반도'가 관객들을 찾는다. 기차에서 벗어나 더 큰 무대에서 좀비들과 한바탕 격투를 벌인다. 마치 '매드맥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카체이싱(차량 추격전)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여기에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과 가족애, 그리고 휴머니즘이 더해진다.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 레드피터)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다.

작품은 좀비가 장악한 한반도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버려진 땅, 고립된 한반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류 문명이 거의 멸망한 뒤의 세계관)다. 좀비 창궐 이후 한반도는 더 이상 국가의 기능을 잃었으며, 정석(강동원)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은 앞다투어 다른 나라로 피신한다.

갑작스럽게 나라를 잃은 국민은 그저 난민일 뿐이다. 더군다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곳에서 왔다는 이유로 멸시를 당한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을 한계로 몰고 갈 때, 정석은 반도에 남겨진 돈 트럭을 인생 역전의 기회로 삼는다. 정석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버려진 땅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반도로 향한다.

K-좀비의 시작을 알린 연상호 감독의 작품답다. 그간 서양의 장르라고 여겨졌던 좀비물에 연상호 감독만의 색채를 더했다. '부산행'의 좀비가 빠른 스피드, 어둠에 취약한 점으로 특별함을 선사했듯 세계관을 공유하는 '반도' 역시 이 점을 십분 활용했다.

특히 어둠과 빛을 활용한 좀비 액션은 화룡정점이다. '부산행'에서는 좀비와 사람의 대결에 집중했다면, '반도'는 사람과 사람의 대결에서 좀비를 도구로 이용했다. 빛을 이용해 좀비를 유인한 후 상대방을 공격한다. K-좀비물의 진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추가된 카체이싱은 짜릿함을 더한다. 한국의 '매드맥스'다. 디스토피아적인 공간에서 속도감 있는 추격전은 무더위를 날릴 만큼 강력하다. 카체이싱과 좀비의 조합은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명장면이다. 이들의 만남만으로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하다.

카체이싱이 배우 이정현과 이레의 손에서 탄생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자식을 지키기 위한 엄마와 천진한 소녀가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를 거침없이 운전한다. 화끈한 드래프트, 기어 변속,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은 신선할 정도다.

'부산행'의 세계관을 계승한 건 K-좀비뿐만이 아니다. '부산행'에서 진한 가족애와 희생을 다뤘듯 '반도' 역시 가족애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전투는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해 극 후반부까지 몰입도 있게 끌고 간다.

가족애와 더불어 인간 존엄성 자체에 던지는 질문은 휴머니즘을 느끼게 만든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과 인간 간의 갈등은 어쩌면 좀비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인간 존엄성과 생명에 대해 반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모든 건 연상호 감독의 깔끔한 연출과 실감 나는 CG로 구현된다. '반도'는 연상호 감독의 세계다. '부산행'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가 창조한 또 하나의 세계다. 그의 상상력이 집약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CG로 완성된 현실 지옥이다. 우리가 익히 알던 서울이 폐허로 변한 충격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반도'는 '부산행'보다 확장된 세계관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부산행'의 시퀄(속편)이 어떻게 펼쳐질지 함께 상상하면서 영화를 따라가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부산행'과 '반도'를 잇는 또 다른 시퀄이 탄생하길 바란다. 15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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