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한때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던 MBC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든 면에서 성적 부진이 길어지면서 MBC의 한숨도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MBC 드라마는 시청률 10%를 넘는 작품을 단 하나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상파 최초로 방송 시간대를 밤 10시대에서 9시대로 옮기며 변화를 줬지만, 시청률에서는 웃지 못했다.
최고 흥행작은 최고 시청률 9.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검법남녀2'고, 한지민, 정해인 주연의 '봄밤', 김동욱 주연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했을 뿐이었다.
SBS 'VIP', '열혈사제', '배가본드' 등이 흥행하고, KBS가 '왜그래 풍상씨', '동백꽃 필 무렵' 등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쟁쟁한 작품들이 포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2020년 상반기, 지상파 드라마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MBC의 부진이 더욱 심각해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렇듯 MBC는 2019년의 냉혹한 평가와 부진한 성적을 딛고 야심찬 라인업으로 재정비에 나섰지만, 확실한 반전을 꾀하지는 못했다.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그 남자의 기억법' 등 훌륭한 작품성으로 매니아층을 잡은 드라마는 있지만, 현재까지 '대박'이 난 작품은 전무(全無)하다고 볼 수 있다.
더게임, 그 남자의 기억법, 꼰대인턴 / 사진=MBC 제공
지난해 9월 '웰컴2라이프' 이후 폐지됐던 월화극 부활의 첫 주자였던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흥미로운 소재와 연출, 배우들의 호연까지 어우러지며 호평을 받았지만 최고 시청률 5.1%를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에 머물렀다.
방송 전 기대를 받은 작품도 여럿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7년 만에 로맨스 연기에 복귀한 송승헌의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대표적이다. 송승헌은 물론 여자주인공인 서지혜 또한 tvN '사랑의 불시착' 이후 선택한 차기작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에 많이 기대가 쏠렸지만, 최고 시청률은 3~4%에 머무르고 있다.
수목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연희, 옥택연 주연의 '더 게임'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종영했고, '그 남자의 기억법'과 '꼰대인턴'은 매니아층을 잡으며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지만 시청률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연스레 시선은 차기작으로 쏠린다. 2020년 하반기 반드시 분발해야 하는 MBC의 입장에서는 차기작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꼰대인턴' 후속으로 방송된 4부작 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3~4%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이번 주 종영한다. 후속작은 김혜준, 오나라 주연의 '십시일반'이다. '십시일반'은 유명 화가의 수백억 대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 미스터리 추리극. 22일 밤 9시 30분에 첫 방송된다.
가장 기대가 쏠리는 프로젝트는 역시 'SF8'이다. MBC가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웨이브(Wavve)와 손잡고 제작한 프로젝트 'SF8'은 한국영화감독조합에 소속된 8명의 감독이 각각 미래의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초능력, 재난 등의 소재를 다뤄 완성한 프로젝트다.
'간호중' '만신' '블링크' '인간증명' '우주인 조안'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수 없다' '증강 콩깍지' '하얀 까마귀'까지 총 8편으로 구성된 'SF8'은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시나리오로 완성됐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 소속된 8명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최시원, 유이, 이연희, 문소리, 이동휘 등 배우진도 화려하다.
단편 영화 형식의 콘텐츠를 안방극장으로 가져온 셈. MBC 입장에서는 실험적인 도전이다. MBC의 끊임없는 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던 MBC가 다시금 날아오를 수 있을까. '십시일반', 'SF8'을 시작으로 2020년 하반기 MBC가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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