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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과 묵개의 상(相) 전시회, 화가·서예가의 검은 천하를 만나다
작성 : 2020년 07월 10일(금) 09:31

사진=장철과 묵개의 상 전시회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묵개와 장철이 서로 바라보고 만든 '검은 천하'를 만나다.

장철(張鐵)과 묵개(默介)의 상(相) 전시회가 10일부터 20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동양화의 수묵담채를 비롯해 오브제에 복합매체, 서예의 여러 기법을 활용한 공동 작업으로 그림이 글씨를, 혹은 글씨가 그림을 받쳐주면서 '상(相)'의 반조(返照)와 만다라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상(相)은 눈(目)과 사물(木)이 만나 이루는 각종 이미지의 표상이다.

녹파 고성학(독서인) 박사는 "작품을 보니 묵직하다. 무채색의 산에서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천지는 장구한데 검은 눈물이 흐르고 문자가 춤을 춘다. 천지개벽인가. 종말의 시작인가. 컴컴한 우주에서 몇 점의 수묵화들이 줄지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위압과 중량감에 고개를 돌려보지만 불립문자의 깊숙한 울림에 들숨이 가쁘다. 화폭과 나 사이에 알 수 없는 기운이 허공을 휘몰아친다. 순간 장엄한 영적 분위기가 그윽해진다. 저 멀리 북한산 연봉에 길게 누운 문수보살이 공중부양한 채로 점점 크게 다가온다"고 평했다.

사진=장철과 묵개의 상 전시회


이어 "두 사람은 넓지 않은 캔버스에 각각의 세계를 드러내느라 분주하다. 장철은 물감의 농담과 형체로 그림을 그리고, 묵개는 붓으로 의미와 뜻을 글씨에 담는다. 서로 바라보고 춤을 추며 또 사색한다.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고립되지 않고, 서로 교합하면서도 잡스럽지 않다. 그들의 언어는 이심전심 감정으로 응결되고 급기야 몸을 통해 터져나온다. 희로애락과 파란곡절을 거친 달관의 몸짓이다. 장철의 붓질은 절로 손이 춤추고 발을 구르는 수지무지, 족지도지의 경지다. 묵개는 붓을 가리지 않고 당황모 무심필이든 대나무펜이든 먹물만 찍히면 글씨가 나온다. 눈썹을 오물거릴 때마다 인생의 즙을 짜내듯 삶의 궤적이 글씨로 재림한다. 서로 다른 우주가 때로 충돌하고 때로 전율하며 조화롭게 만난다. 화폭 하나하나가 신묘하고 기이하다"고 덧붙였다.

장철과 묵개의 오브제는 산이다. 두 사람은 북한산 자락에서 산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산은 우리의 생명줄이고 삶의 터전이다. 우리는 산에서 태기를 얻고 결국 산으로 돌아간다. 조선의 지리지를 보면, 산줄기가 선명한 것은 그만큼 중요한 생활공간이고 경외의 대상인 까닭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산이 자연에서 일탈해 권력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태산이 그렇고 우리의 백악이 그렇다. 태산은 진시황부터 하늘과 통하는 산으로 신격화됐다. 백악은 조선시대부터 일제와 미군정 시기, 경무대와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600년 동안 한번도 권력에서 멀어본 적이 없다. 민중의 저항과 혁명을 겪었지만 최후의 승자 역시 이 공간을 차지하는데 급급했다.

묵개와 장철은 이런 세상을 검은 천하로 보여준다. 장철은 근육질의 흑산과 검은 눈물로, 묵개는 힘있게 저항하는 문자와 수적천석(水滳穿石)의 뜻을 담은 그만의 독특한 묵개체로 전한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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