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뮤지컬 배우 박강현이 찢어진 청바지와 붉은색 자켓을 입고 시대의 천재 모차르트를 만났다. 청춘답게 반짝 반짝 빛나는 그의 아우라가 제법 잘 어울리는 지점이다. 2017년 '팬덤싱어2'에서 독보적인 목소리와 스타성으로 극찬을 받은 후 수많은 작품을 거쳤고 어느덧 신예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박강현이다.
‘모차르트!’는 뮤지컬계 전설적인 콤비로 40여년간 최고의 작품들을 배출한 미하엘 쿤체 극작가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의 손꼽히는 걸작으로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초연 이후, 해를 거듭하며 독일부터 스웨덴, 일본, 헝가리, 한국 등 전세계 9개국 2200회 이상 공연을 선보였다.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로서의 운명과 그저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은 내면 속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인간적 고뇌를 섬세하게 다뤘다.
먼저 박강현은 코로나19 속 관객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마스크 쓴 관객들을 보면 정말 이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저도 모니터를 하면서 정말 숨쉬기 불편하고 답답하다. 3시간 동안 불편을 감내하며 살면서 느끼지 못한 감동이다.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모차르트!’는 수도권 전역 공공부문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6월 14일까지 중단한다는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를 따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의 운영이 한시적으로 중단되며 개막 연기를 알린 바 있다. 이에 박강현은 “공연이 5일 미뤄졌었다. 그것 때문에 배우들도 엎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미뤄져서 아쉽지만 결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굉장히 소중함과 감사함을 특별히 더 느끼게 됐다. 커튼콜할 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무대들은 더 특별한 것 같다. 관객들이 없다면 무대에서 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무대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모차르트!’에 뉴캐스트로 임하게 된 박강현. 다른 이들보다 더욱 진한 소회가 있을 터. 이에 대해 박강현은 “저처럼 연극영화과를 나온 친구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이다. 모든 이들이 넘버를 한 번쯤은 따라 불렀을 것”이라며 “(출연이)굉장 부담이었다. 10주년이라는 타이틀도 있다. 더욱이 저는 다른 모차르트들과 달리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그동안 작품을 사랑해온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겠더라”며 그간의 고민을 솔직하게 밝혔다.
김준수, 박은태과 달리 새롭게 합류한 만큼 작품에 임하는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도 박강현은 그저 대본에 충실히 캐릭터를 분석했다. 인물을 완성하는데 정답은 없다는 신념 하나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일념했다. 박강현은 “작품에는 모차르트라는 사람의 인생이 들어가 있다.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지.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를 잡는 것이 쉽진 않았다. 장면 마다 성격이 바뀐다. 점점 더 성숙해지면서 내면이 달라지는 부분을 중점으로 뒀다. 또 모차르트를 소재로한 영화, 연극을 참고하며 제 안의 모습을 잘 결합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공연 중 가장 제 마음대로 캐릭터 분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어보였다.
이처럼 털털하게 부담을 이겨낸 듯 보이지만 사실 박강현은 첫 공연을 앞두고 많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부담이 정말 많이 됐다. 첫공 전날 눈을 감고도 몇 시간 동안 잠이 안 와 지쳐서 잠이 든다. 공연 직전, 임박해서 무대에 서는 순간 부담이 되지만 무대 들어가면 그 안에서 제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잘하든 못하든 어쨌든 하고 있더라. 그 시간에서 내가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컨트롤하려 노력했다. 다행히 첫 공 이후 부담이 점점 덜어지고 있다”며 조금씩 나아가는 자신을 돌이켜봤다.
그러면서 박강현은 실제로 공연을 하면 할수록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고백했다. 매 순간 살아있길 원하기 때문에 순간 순간 노력하고 또 그만큼 무언가를 찾아지게 된다는 박강현이다. 붉은 자켓과 찢어진 청바지, 마치 록스타 같은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차르트와 늘 생동감을 느끼고 싶다는 박강현의 모습은 어딘가 닿아있었다. 박강현의 모차르트이 주는 강점을 묻자 그는 한껏 웃으며 “한 번도 못 봤던 모차르트다. 제 인생의 마지막 모차르트 일 수 있다. 제가 젊기 때문에 무대에 쏟아내는 것이 다를 것이다. 제가 많이 유명해질 수도 있으니 본 사람으로 남으려면 봐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처럼 캐릭터와 유독 결이 비슷한 까닭일까. 박강현은 ‘모차르트!’ 무대를 할수록 감정적으로 변하게 된다며 “32살, 어린 나이지만 감성적으로 변하게 됐다. 공연 끝나고 집에 가면서 센치한 노래를 틀어놓고 바람을 맞으면서 모차르트에 대해 생각 하곤 했다. 캐릭터에 못 빠져 나온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깊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연을 하는 사람이라면 평소 공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나는 쉴 땐 쉬고 잘 빠져 나오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번 무대에는 쉴 때도 생각에 차 있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부담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2015년 뮤지컬 '라이어타임'으로 데뷔한 박강현은 '베어 더 뮤지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뮤지컬 '킹키부츠' '광화문연가'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등, 본인 실력으로 5년 만에 당당히 주연으로 자리 잡았다. 데뷔 6년 만에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박강현을 두고 많은 이들이 ‘라이징스타’라 부른다. 사실 그에겐 특별하고 거창한 목표가 존재하지 않았다. 박강현은 어린 시절에는 그저 무대에 서고 싶었을 뿐이라며 뚜렷한 계획 없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의 겸손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만족보다 후회를 더 많이 느낀다는 의외의 답변이 이어졌다.
“제 공연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순 없지만 만족보단 후회를 많이 한다. 물론 만족스러운 공연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항상 느끼고 생각한다. 그래도 늘 할 만큼 했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막공까지 에너지를 다 쓰고 난 후에는 마치 해방된 것처럼 확 놓아버린다. 공연이라는 게 항상 부담되는 것이 있다.”
그러면서 박강현은 데뷔 당시를 두고 “최근 내가 여태 어떤 작품을 했는지 돌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했더라. 지금 보니 그 시간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그 안에서 많은 배움도 있었지만 외적으로 제가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일에 몰두한 탓에 너무 주변 사람들을 놓친 게 아닐까, 뿌듯하면서도 반성하게 됐다. 많이 부지런했으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았겠지만 멀티태스킹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면서 살아가려 한다”고 짐짓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박강현의 강점은 ‘끈기’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노래와 연기 실력를 ‘고만고만하게’ 하고 비주얼도 평범한 편인 박강현이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끈기’였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포기를 할 줄 모른다는 박강현에게서 짐짓 모차르트의 패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되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성실함과 집념이 지금 박강현 만의 볼프강 모차르트의 원천이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로서의 운명과 그저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은 내면속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박강현은 '모차르트!'에서 메인 타이틀롤 모차르트를 맡아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보인다. 박강현의 '모차르트!'는 8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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