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지현 기자] “삶의 의욕을 잃었어요. 제 명예를 되찾기 위해 고백합니다.”
배우 신현준(52)의 전 매니저 김광섭 대표(52)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인연 25년, 동반 세월 13년. 신현준과 긴 시간을 보낸 그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깊은 실망감에 죽음까지 생각했다는 그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니저 비하는 물론 개XX 욕설 문자까지
1994년 신현준과 친구로 인연을 맺게 된 김 대표는 배우의 제안으로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 당시 로드였던 그의 월급은 60만 원. 김 대표는 신현준이 영화 ‘장군의 아들’, ‘은행나무 침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에도 2년 여간 60만 원의 월급을 받는데 그쳤다. 생활하기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지만 배우에게 헌신하는 것이 매니저의 숙명이라며 받아들였다.
김 대표를 힘들게 하는 건 신현준의 잦은 불만이었다. 7~8년 간 매니저 20명을 교체해줬지만 배우는 언제나 불만 투성이었다고 한다. 2015년 한 로드 매니저가 감기로 마스크를 착용하자 신현준은 김 대표에게 문자로 해당 매니저의 마스크 미착용을 주문하며 “무능병이 있냐”부터 ‘문둥병’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불만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언제나 매니저들에게 불만이 있었다. 만족을 위해 자주 매니저를 바꿔줬지만 그만두기 일쑤였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도 불만의 대상이었다. 타 매니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김 대표에게는 “개XX"라는 육두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서로 친구라 부르며 지내는 사이었지만 배우의 욕설과 불만 앞에서는 김 대표도 속수무책. 그런 세월을 오래도록 견뎠다.
김 대표는 업무에 대한 압박감 역시 심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신현준과 인연을 맺은 후 ‘퇴마록’, ‘비천무’, ‘사이렌’, ‘킬러들의 수다’, ‘맨발의 기봉이’ 등 다수의 영화를 성사시켰다. 2010년 이후부터는 신현준에 대한 영화계의 니즈가 소원해지면서 드라마에 집중했다. ‘각시탈’, ‘바보엄마’, ‘울랄라 부부’ 등이다. 김 대표는 신현준에게 MC로도 눈을 돌려보라고 제안했다. 배우의 영역이 확대되길 바라서다. 이후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를 비롯해 KBS2 ‘연예가중계’ MC 자리를 제안했고, 신현준은 현재 연기와 MC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하지만 신현준은 늘 영화를 갈망했다. 김 대표를 ‘야’라고 부르며 영화를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작품에 대한 배우의 요구가 있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매니저의 일 아닌가”라며“하지만 짜증을 내며 ‘야’ 혹은 ‘쌔끼’라고 부르며 압박하는 건 힘들었다. 신현준에 대한 영화계의 니즈가 많지 않은 시기에도 빨리 가져오라고 재촉해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신현준 母, 심부름 물론 매일 보고 요구
김 대표는 배우의 불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문제는 그의 케어 대상이 배우 신현준을 넘어 그의 친모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심부름부터 신현준에 대한 보고 등이다.
“한 때 배우의 스케줄이 많아서 오전부터 촬영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7시에 깨우려면 난 새벽 5~6시에 일어나 신현준의 집으로 갔다. 당시 신현준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아침밥을 제 것까지 차려주셨더라. ‘새벽부터 오니 안쓰러워서 챙겨주시는 건가’하며 먹었는데 제가 눈치가 없었나 보다. 어머니가 ‘여기 밥 먹으러 왔냐?’며 화를 내시더라. 그때 ‘아, 가족 같은 매니저는 없구나’ 깨달았다. 나중에는 숙소 지하주차장에서 그냥 새우잠을 잤다. 그 때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허무하다.”
신현준의 어머니는 매일 아들의 상황과 안부를 보고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사실상 또 다른 상사와도 같았다. 문제는 공휴일에도 부탁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머니로부터 교회에 같이 가자고 전화가 왔다. 사실상 교회에 데려다 주고, 예배가 끝나면 집까지 운전을 해달라는 뜻이다. 연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배우의 가족이고, 어르신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됐고 김 대표는 결국 배우에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이를 들은 신현준은 짜증을 냈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허리가 안 좋아서 그런데 그런 것도 못 해주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모친의 요구는 대부분 소소한 것들이었다. 개인 세차부터 커피 우유 5개 사오기 등 장보기 등이다. 가장 싫었던 건 무턱대고 은행에서 사은품을 가지고 오라고 할 때였다고 한다. 은행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사탕을 한 봉지 채 가져오라는 황당한 심부름도 해야 했다. 김 대표는 “한 개인을 매도하려는 게 아니다. 매니저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상황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런 일은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9:1 유리한 배분에도 약속 거의 안 지켜“
본지는 김 대표로부터 상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신현준의 예민한 사생활을 처리하는 일에 동원된 일부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는 일 등이다. 사생활 영역은 말 그대로 예민하기에 배우를 케어하는 일 보다 사생활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한다.
공과 사의 구분이 없는 과도한 업무. 과연 정산은 제대로 이뤄진 것일까.
“함께 일하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계약서는 없다. 한 때 계약서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월급은 없었고 구두로 약속한 10분의 1 수익 배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현준 씨와 일하면서 얻은 순수한 수익은 1억 원도 되지 않는다.”
신현준은 1995년 김 대표를 로드로 채용하고 2년 여간 60만 원의 월급을 지급했다. 이후 월급을 100만 원으로 올려줬지만 이마저도 6개월 밖에 가지 않았다. 신현준이 김 대표에게 로드에 머물지 말고 정식 매니저가 해달라고 부탁하면서다. 신현준은 김 대표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작품이나 광고 등을 가져오면 해당 수익의 10분의 1을 지급하겠다고 구두 약속했다.
김 대표는 “90년대 후반 2~3억 원 상당의 의류, 휴대폰 광고를 성사시켰지만 당시 내가 받은 돈은 200만 원 뿐”이라고 주장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크게 항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매니저가 배우에게 싫은 소리를 한다는 건 지금도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더욱 힘든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친구지만 계약서가 없기에 배우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끝날 수 있는 갑을 등 관계였다.
정산은 규칙적이거나 체계적이지 않았다. 3백만 원, 2백여 만원 등 신현준 개인의 명의로 간헐적으로 김 대표 계좌에 입금됐을 뿐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자책했다. 배우를 넘어 친구라고 믿었기에 부당한 대우가 있어도 감내하며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순진하게 믿음 하나로 수많은 시간을 보내 온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본지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전달하기 위해 신현준 본인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문자도 남겼지만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함께 한 이관용 대표는 현재 신현준의 일을 보지 않는 상태로 확인됐다 현 소속사인 HJ 필름 표기된 신현준의 OOO 매니저 실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그 역시 6월에 일을 그만뒀다. 이 실장은 신현준이 강의를 나가는 한 대학의 제자로 확인됐다.
[스포츠투데이 김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