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지도자, 선배 선수들의 가혹 행위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체육계의 관행에 대해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최근 체육계 폭행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할 선수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최숙현 선수는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철인3종팀에서 지도자와 팀 닥터, 선배 선수들로부터 오랜 시간 폭행과 폭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에 최숙현 선수는 팀을 이적한 뒤 지난 2월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또한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최숙현 선수의 피해 사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최윤희 문화체육부 차관이 나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는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체육계 폭력근절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식과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메달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다. 성적이 선수의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면서 "선수가 경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극복을 위해 스스로 흘리는 땀방울은 아름답다. 하지만 훈련에 가혹행위와 폭행이 따른다면, 설령 메달을 딴다 하더라도 값진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경찰과 협회, 대한체육회, 경주시청 등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끝으로 "스포츠 인권을 위한 법과 제도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면서 "관계부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체육계와 함께 실질적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스포츠계의 폭력적인 환경과 구조를 바꾸기 위해 대통령에게 승리지상주의 패러다임 변혁의 전면에 나서 줄 것을 권고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