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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웅에게 녹아든 여유로움의 미학 [인터뷰]
작성 : 2020년 07월 07일(화) 11:55

박기웅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상반된 매력을 갖춘 이는 매력적이다. 진중함 속에도 여유로움의 미학을 아는 이에게서 프로의 냄새가 난다. 바로 데뷔 17년 차를 맞은 배우 박기웅의 이야기다.

박기은 최근 서울시 강남구 한 카페에서 스포츠투데이와 만나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극본 신소라·연출 남성우)을 마친 소회를 털어놨다.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부장(김응수)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박해진)의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을 그린 오피스 코미디다. 극 중 박기웅은 준수그룹 총수인 남궁표(고인범) 회장의 외아들이자 준수식품의 대표이사인 안하무인 남궁준수 역을 맡았다.

그는 여전히 작품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 종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직 작품이 끝나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한 그는 "회차가 짧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열린 결말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작품 속 캐릭터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촬영이 끝난 지 수일이 흘렀지만, 남궁준수를 연기하던 순간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그다. 박기웅은 "남궁준수를 밉지 않게 표현하려 체중을 증량했다. 동글동글하게 나와 덜 미워 보이려고 하는 등 외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시각적인 요소 역시 연기의 한 부분이라 강조하는 그에게선 프로 다운 모습이 돋보였다. 그는 "배우는 의상과 분장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연기를 더 설득력 있게 그려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박기웅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안하무인 남궁준수의 결은 악역에 가깝다. 드라마 '각시탈' '리턴' 등 다수 작품에서 줄곧 악역을 맡아온 그는 "악역을 맡으면 (작품 흥행) 승률이 100%"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박기웅은 악연 연기에 '신선함'이 있다. 다수의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하지만, 전작 속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이유에는 그의 노력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 나름대로 악역을 연기할 때마다 결을 조금씩 다르게 하려고 한다. 다르되 신선하게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궁준수는 성격이 세고 눈에 띄는 성향을 지닌 캐릭터다. 그래서 그 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큰 줄기에서 엇나가지 않는 선에 표현하려 했다"며 "악의는 없었으나 남궁준수라는 인물은 갈등이나 사건을 일으키는 장치와 같았다. 그래서 복합적인 일들을 밉지 않게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은 이러한 연기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던 분위기였다. 그는 '꼰대인턴' 촬영 분위기에 대해 "정말 좋았다.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좋은 성향을 지닌 배우들에게서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며 "큰 줄기에서 벗어나면 감독님이 중재해 주시고, 그 틀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샘솟았다"고 말했다.

해가 갈수록 제작 환경의 개선을 몸소 깨닫는 그다. 박기웅은 "예전에는 밤을 새우는 시스템이었다면, 이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 작년부터 확 체감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다작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시간적으로 배우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팀워크를 다질 수 있게 됐다. 그런 부분이 순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기웅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17년 차를 맞은 박기웅은 어엿한 선배 배우가 됐다. 지난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치즈 인 더 트랩'부터 드라마 '각시탈' '몬스터' '리턴' '신입사관 구해령'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박기웅은 이제 책임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점점 책임감이 들기 시작한다. 오히려 현장 막내였을 때가 편했을 정도"라고 밝힌 그는 "이제 형, 오빠가 되고 선배님이 되기 시작했다. 책임감도 들고 어려운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연출하는 분들이 제게 주시는 디렉션도 줄었다. 가장 큰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인데, 디렉션이 줄게 되니 오히려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배움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진중함 속 여유도 돋보이는 박기웅이다. 그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거창하기보다 담백했다. "예전에는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들이 많았다. 실제로 알파치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 그는 "지금은 오히려 그런 게 많이 없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대신 믿음이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축구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에게 공이 넘어가면 믿음이 생기지 않냐.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며 "성공을 좇았던 적도 있고, 배역의 크기를 따진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돈보단 대본이 재밌는 쪽을, 롤보단 하고 싶은 배역을 하고 싶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듯 박기웅에게는 여유로움의 미학이 녹아 있다. 이러한 여유로움에서 설득력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후회 없는 발자취를 남겨 왔기 때문이다. 가볍고도 내구성을 탄탄히 갖춘 발걸음을 옮기는 배우가 된 박기웅, 그의 전진에 기대와 응원이 모아지는 이유다.

박기웅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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