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지도자, 선배 선수들의 가혹 행위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가운데 동료 선수들의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숙현 선수와 동료 경주시청 선수들의 추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최숙현 선수는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철인3종팀에서 지도자와 팀 닥터, 선배 선수들로부터 오랜 시간 폭행을 당하는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이에 최숙현 선수는 팀을 옮긴 뒤 지난 2월 가해자들을 고소하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숙현 선수의 경주시청 동료 선수들은 최숙현 선수와 본인들이 당했던 가혹행위에 대해 증언했다.
선수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의 왕국이었고,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이뤄졌다"면서 "콜라를 한잔 먹었다는 이유로 빵 20만 원어치를 먹게 했고 먹고 토하게 만들었다.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목을 때리고 벽으로 밀쳤다"고 참혹했던 폭행 과정을 밝혔다.
이어 "2019년 3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면서 폭행했다"며 "이처럼 경주시청 선수 시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하곤 했다. 욕을 먹지 않으면 이상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폭행을 벌인 핵심 인물로 감독과 '실세'로 알려진 주장 선수 A씨를 지목했다. 이들은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 상습적인 폭행과 욕을 일삼았다.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도록 막았다"면서 "또한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까지 했다"며 주장 선수의 만행을 전했다.
선수들은 "대회 성적에 따라 나오는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어 경찰 조사 과정에 대한 충격적인 증언을 이어갔다. 선수들은 "경찰서 참고인 조사 때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면서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팀닥터에 대해서 "팀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이어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대상으로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충격적인 내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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