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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죽음으로 드러난 체육계 실태…달라진 건 없었다 [ST스페셜]
작성 : 2020년 07월 04일(토) 11:16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하는가?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질문이다.

오랜 기간 소속팀 지도자와 팀 닥터, 선배 선수들의 괴롭힘에 시달린 최숙현 선수는 지난 26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7년 철인3종팀에 입단한 최숙현 선수는 오랜 기간 폭행 등 가혹행위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팀을 옮긴 최숙현 선수는 지난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를 고소하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폭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깊은 절망감에 빠진 최숙현 선수는 결국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최숙현 선수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도 최소 두 달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체육계는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 알려지고 나서야 뒤늦은 죄에 나섰다.

경주시체육회는 지난 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감독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오는 9일로 예정됐던 스포츠공정위원회를 6일로 앞당겨 열기로 했다. 또한 대한체육회는 지난 1일 입장문, 2일 성명을 연달아 내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 모든 조치는 만시지탄일 뿐이다. 위의 조치가 두 달만 앞서 이뤄졌더라면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세상을 떠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체육계의 무관심과 방관이 어린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해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력, 성폭력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체육계는 자정을 약속하며 체육계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여전히 수직적인 체육계 문화 속에 지도자와 선배는 제왕처럼 군림했고, 피라미드 맨 밑에 위치한 힘없는 선수들은 고통을 참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비판에 직면한 여러 체육 관련 단체들이 진상규명과 후속조치 등을 하나 둘 꺼내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1년 반 전 나왔던 이야기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책이나 조치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체육계가 스스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과연 체육계가 스스로 자정할 능력과 뜻이 있는지 의문만 남을 뿐이다.

자정 능력을 잃은 조직에는 외부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미 지난 1년 반을 통해 체육계 내부에서의 개혁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음이 드러났다.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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