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강정호가 시간을 달라고 했다"
키움 관계자는 29일 스포츠투데이와의 통화에서 "25일 강정호 선수가 직접 김치현 키움 단장님께 전화를 걸어 구단과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시간을 주세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며칠간 시간을 가지면서 KBO 리그 복귀 신청을 철회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고, 이날 SNS에 글을 게재하기 전 키움 측에 먼저 의사 전달을 했다.
키움은 그간 강정호에 대한 징계 논의는 일절 하지 않았다. 강정호가 자신에게 내려질 징계 수위에 대해 예측할 길이 없었다. 즉, 강정호는 키움 측에서 내릴 징계 수위를 미리 알고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강정호에게 시간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을까. 강정호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아무리 키움이 '친정'이라 할지라도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감을 안고 강정호의 임의탈퇴를 해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에서 KBO가 솜방망이 처벌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인지라 키움이 함께 불구덩이로 달려드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강정호 본인은 '진심 어린 사과'라고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건 '결국 포장된 사과'라는 비난이었다. 결국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냉기가 강정호를 KBO리그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강정호는 지난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를 한 후 차를 타고 가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조사 과정에서 강정호가 과거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는 사실까지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법원은 강정호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8년 강정호는 부활을 노렸지만, 지난 시즌을 끝으로 소속팀이었던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됐다.
이후 강정호는 국내 무대로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KBO에 상벌위원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고, KBO는 강정호에게 1년 유기실격과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이는 '솜방망이' 처벌 이라는 논란은 낳았고, 강정호는 KBO를 '화살받이'로 내세우며 여전히 뒤에 숨어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움직이는 족족 비난만 만들어낸 강정호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면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며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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