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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의 느낌표 [인터뷰]
작성 : 2020년 06월 27일(토) 17:00

유아인 #살아있다 / 사진=UAA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유아인이 새로운 결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품을 통해 불완전한 청년의 표상을 대신해왔던 그가 도전과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고 신선한 인물을 입었다. 특유의 무거움을 한껏 벗어던진 유아인은 '#살아있다'를 통해 맘껏 날아다닌다.

유아인이 출연한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제작 영화사집)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극 중 유아인은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유일한 생존자 준우 역으로 분해 그간의 강렬함을 벗고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선보였다.

먼저 영화 관련 반응을 하나씩 다 찾아본다며 의외의 모습을 드러낸 유아인은 "이렇게 좋은 평가를 오랜만에 들어본다. 최근 작품들로 물음표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 느낌표를 받게 됐다. '베테랑'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때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신선하게 봐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좋았다. 관객들이 영화의 장단점을 즐겨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출연 계기에 대해 "'28일' 시리즈 부터 '좀비랜드', '킹덤' '부산행' 등 공포영화를 워낙 좋아한다"면서 "'#살아있다'는 아주 비현실적이면서도 근대 디스토피아 배경을 담았다. 작품을 읽었을 때 시작하자마자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좀비영화를 좋아하면서도 배우로서는 참여할 기회가 없다. 오히려 현실의 연장선을 담은 영화에 주로 참여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물의 힘을 차별화 하기 위해 배우가 할 일이 있었다. 좀비물이 가져야 할 상징성, 물고 뜯고 도망치는 것 외에도 독특한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아인 #살아있다 / 사진=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유아인의 말을 빌리자면 작품은 장르적 쾌감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물 감정과 변화에 초점을 맞춰 깊이 담아내는 것이 '#살아있다'의 장점이다. 또 한국적인 공간과 상황, 그림들이 관객의 몰입감을 부여하며 K-좀비의 열풍을 자아내고 있다. 이를 두고 유아인은 "'#살아있다'처럼 한국적 특성을 녹여낸 장르, 색다른 시도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담은 것들"이라며 "도전해볼 만 했다. 전에는 못 해봤던 시도다.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능력치를 스스로 시현하는 무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임했다. 이 인물을 내가 어디까지 표현해낼 수 있을까. 인물을 소화하며 내 스스로를 잘 판단하고 싶었다"고 웃어보이기도 했다.

'베테랑'부터 '국가부도의 날'까지 현실과 타협하는 청춘을 주로 맡아온 그다. 극 중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인물인 준우가 그의 필모그래피와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평범하고 또 소탈하다. 유아인은 준우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을 '평범함'이라 꼽으며 평범함을 어디까지 담아야 할지 꾸준히 고민하며 준우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아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픈 마음에 가발까지 써봤다고. 실제 제작 단계에서는 유아인의 탈색 삭발 머리가 너무 강한 개성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원래는 긴 앞머리로 우수의 찬 느낌을 주는 설정이었으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줬고 최종적으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지금의 머리가 선택됐다.

"개인적으로 유아인의 색다른 지점을 보이고 싶었다. 또 시각적으로 뻔한 남자 주인공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합리화를 통해 연기에 임한다. 거슬리는 것을 억지로 연기하지 않는다. 맥락 안에서 선택과 감정, 연결고리를 이해한다. 모든 것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래도 감정적인 설득력이나 전달력이 떨어지면 이해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부담도 있어 안 하던 연습도 많이 했다. 극 중 집 안에서 술을 마시고 혼란에 빠진 준우의 감정을 관객이 이해 못했다면 제가 연기를 못 한 것이다. 그 장면은 아무도 제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직접 집에서 영상을 찍어 조일형 감독에게 보냈다. 모노드라마 같은 면이 있기에 즉흥성보다는 세심한 조율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유아인은 왜 새로운 시도를 욕심냈을까. 실제로 진지한 성격이라는 그는 지금까지 맡았던 인물들 역시 그처럼 진지했노라 표현했다. 유아인은 "그동안 젊은이의 이면을 드러내는 함축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정말 있을 법한, 상징적이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인물의 이야기다. 가공이 필요없다는 것이 준우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 '사도' '버닝' '국가부도의 날' 등 묵직한 스토리와 캐릭터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스크린 위주의 활약을 보여왔다. 그런 만큼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유아인에겐 새로운 도전일 터. 또 유아인은 '#살아있다' 홍보를 위해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화제성까지 입증했다.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유아인은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알게 됐다. 덕분에 조금 더 풀어지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개하는 법을 배운 그다. 20대와 30대의 감정적 변화가 새삼 궁금해졌다.

이를 두고 "20대 배우는 보통 본질적인 것보다 인기와 스타성으로 소비된다. 배우인데 아이돌처럼 해석되곤 한다. 그 나이 때 저는 전략적으로 진지하고, 또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선택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무게를 제가 감당하기 어렵다. 관객들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지금 보여줄 수 있는 측면은 평범하면서 친구 같은 모습이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 막을 걷어내고 싶다"며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유아인은 인터뷰 말미 스스로를 두고 '일종의 퍼포머'라 표현했다.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연결된 시대의 퍼포머라고. 덕분에 유아인은 순간 순간 만들어가고 즐기는 입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자세를 갖게 됐다. 그의 목표는 제법 복잡하다. 큰 덩어리에서의 호흡, 대중과 만들어 갈 수 있는 호흡을 생각하는 그다. 이처럼 배우라는 스펙트럼을 두 발로 한껏 넘어선 유아인을 응원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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