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영혼수선공'이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막을 열었으나 주연 배우 신하균과 정소민의 연기력 차이를 비롯해 동시간대 방송되는 타 예능프로그램의 인기에 밀려 결국 저조한 결과를 내고 쓸쓸히 퇴장했다.
25일 밤 방송된 '영혼수선공'(극본 이향희·연출 유현기) 마지막 회에서는 정신과 과장 박대하(정해균)의 추천으로 마침내 정신의학 센터장의 자리에 오른 이시준(신하균)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경계성 성격장애로 치료를 받던 한우주(정소민)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연극 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 성장해 나가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또 방송 말미에는 '찾아가는 영혼수선공'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캠핑카를 타고 마을로 왕진에 나선 이시준과 정신과 의사들의 모습이 담기며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지난 5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영혼수선공'의 첫 방송 시청률은 4.7%, 무난한 결과로 막을 올렸다. 하지만 마음을 치유한다는 참신한 주제로 큰 기대 속 시작된 것과 달리 회차가 거듭되면서 시청률은 4%대에서 1%대까지 하락하며 힘을 잃었고 상반기 부진했던 KBS '1%대 시청률 드라마'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전날 방송된 마지막 회 시청률은 31, 32회 각각 2.1%, 2.3%를 기록하며 2%대에 겨우 진입했으나 이는 너무나도 아쉬운 성적표였다.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쩐의 전쟁' '동네 변호사 조들호 시즌1'의 이향희 작가, 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브레인'의 유현기 감독이 함께한다고 알려지며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브레인'에서 9년 전 연출을 맡았던 유현기 감독은 당시 주연으로 활약했던 신하균과 재회해 '영혼수선공'을 이끌어간다고 밝혀 더욱 이목을 끌었고 외과적인 수술이 난무하는 기존 의학드라마와 달리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내세우며 보통 의학드라마와 다를 것이라고 소개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인 신하균과 정소민의 연기력 부조화를 비롯해 동시간대 방송되는 쟁쟁한 예능프로그램과의 경쟁,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로맨스라는 뻔한 설정이 부진한 결과의 원인으로 작용된 듯싶다.
주연으로 발탁됐던 신하균은 괴짜 의사 이시준 역을, 정소민은 경계성 장애를 가진 한우주 역을 소화했다. 신하균은 '괴짜'라는 수식어를 지닌 의사였음에도 과하지 않은 안정적인 톤 그리고 차분한 표정연기로 섬세한 감정 변화를 표현하며 깊이 있게 이시준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하지만 상대역인 정소민은 '분노 조절 장애'라는 캐릭터의 특징에만 과몰입한 듯 보였다. 분노를 할 때마다 눈을 부릅뜬다거나, 고개를 내미는 등의 다소 과한 제스처가 그의 주된 분노 연기였다. 이는 한우주라는 캐릭터가 가진 분노의 깊이를 그다지 설득력 있게 느끼게 하지 못했다.
또한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캐릭터의 특성 탓에 화를 내는 장면이 여러 번 노출됐지만 그때마다 정소민은 일관된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고 거친 숨을 쉬는 제스처만으로 한우주의 분노를 표현하려 해 회가 거듭될수록 이런 연기는 식상함까지 자아냈다.
상대역 신하균과의 너무나도 큰 연기 깊이 차였고 이는 부조화를 이뤘다. 서사적 구조가 아닌 매회 다른 에피소드들과 현실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사연들로 공감을 더했지만 두 주연의 연기력 부조화에서 오는 온도 차는 극의 진행의 몰입도를 방해했다. 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도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로맨스라는 설정이 이뤄지자 시청자는 이를 비판하는 청원글을 게시하기도 해 아쉬움을 더했다.
이 밖에 최근 트로트 신드롬이 불고 있는 추세, '영혼수선공'이 수요일 밤 동시간대 방송되는 트로트 예능의 대표 방송인 SBS 예능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와 목요일 밤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던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터'의 뜨거운 인기를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드라마 '영혼수선공'이었지만 실상 일상에서 지친 현대인들, 시청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건 흥겨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씁쓸한 결과였다.
'영혼수선공'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누구나 겪을 법한 사회 속 외로움을 달래줄 '힐링극'이라는 이상적인 메시지를 담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두 달여 시간 동안 '영혼수선공'은 안방극장을 사로잡는데 실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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