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LG 트윈스가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LG는 2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5-8로 졌다.
이로써 6연패에 빠진 LG는 25승19패로 5위 KIA 타이거즈와 한 경기 차인 4위에 머물렀다.
LG는 이날 1회말 터진 김현수, 로베르토 라모스의 1타점 적시타에 6회말 대거 3득점, 차우찬의 호투를 묶어 5-0으로 앞서 나갔다. 이때까지 LG의 승리는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LG는 이후 필승조를 모두 투입했지만 키움의 타선을 제어하지 못했다. 송은범은 7회초 등판해 한 타자도 막지 못한 채 4피안타 4실점으로 물러났다. 이어 등판한 진해수도 두 타자를 잡을 동안 적시타 한 방, 희생플라이와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4-5로 쫓긴 7회초 2사 1,2루에서 등판한 김대현은 8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7회초 올라오자마자 슬라이더 제구의 난조 속에 볼넷을 내줬고 박동원을 잡아낸 공도 높은 코스에 형성되는 위험한 슬라이더였다. 140km 초, 중반대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은 구위에 장점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1점 차 리드를 지켜낸 LG 불펜은 임시 마무리투수로 활약 중인 정우영에게까지 연결됐다. 그러나 정우영은 마무리투수로서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며 9회초 주효상과 서건창을 볼넷으로 허용하며 흔들렸다.
계속된 수비에서 김하성에게 희생번트, 이정후에게 고의4구를 내준 정우영은 박병호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이러한 결과는 LG 불펜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초반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정찬헌, 불펜에서 마당쇠 역할을 맡았던 임찬규가 선발 투수로 보직을 전환해 불펜진에 깊이가 얇아졌다.
또한 팀 내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하며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 그러나 2020시즌 초, 혜성처럼 나타났던 이상규의 클로저 활약, 정우영과 진해수의 분투, 타선의 넉넉한 점수 지원 등으로 이 같은 문제가 가려졌다.
그러나 올 시즌 전까지 1군 경험이 1경기에 불과했던 이상규는 시즌이 거듭되자 구위가 하락하며 마무리투수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2군에서 재조정을 거쳤지만 이날 키움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0.2이닝 1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상규의 마무리투수 이탈로 정우영이 뒷문 지킴이로 나섰지만 최근 2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할 동안 7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정우영이 빠진 중간계투진은 더욱 문제다. 필승조로 분류된 송은범이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진해수 만이 고군분투 중이다.
LG의 이러한 불펜 문제는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로 연결될 수 있다. 야구계의 속설 중 하나인 DTD는 특히 LG를 짓누르고 있는 단어 중 하나였다. LG는 시즌 초반 좋은 페이스를 보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처진 경우가 많아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의미를 가진 'DTD'의 저주를 두려워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LG의 'DTD'는 불펜진이 무너졌을 때 발동됐었다. LG는 2011년, 당시 '당찬 신인'이었던 임찬규와 빅5 외야진(이병규, 박용택, 이대형, 이진영, 이택근)의 활약으로 6월 초까지 2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150km를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마무리 역할을 맡았던 임찬규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불펜진의 얇은 깊이가 드러났고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팀 내 거포 유망주 박병호를 내주고 넥센(현 키움)의 불펜투수 송신영을 데려와 클로저 역할을 맡겼지만 불펜 보수에 실패하며 최종 순위 6위를 마크했다.
뼈아픈 경험을 한 LG는 이듬해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봉중근을 마무리투수로 전환시키며 불펜을 강화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에 강점이 있는 유원상(현 kt wiz), 이동현으로 구성된 단단한 불펜진으로 2012시즌 6월 초, 중순까지 2,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2012년 6월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후 소화전을 내리친 사건으로 부상을 당했고 이후 LG는 내리막길을 걷다가 시즌 7위로 마감했다.
불펜진이 무너져 LG가 DTD를 당했던 사례는 최근에도 있다. 2018년 LG는 6월 중순 3위, 7월 말까지 4위를 달리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그러나 불펜의 핵심 투수 김지용이 7월28일 등판을 마지막으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팀 불펜진에 균열이 생겼다.
LG는 이후 150km 패스트볼을 넘나드는 구위를 지닌 고우석을 중용했다. 그러나 고우석은 2018시즌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하며 '믿을맨'이 되지 못했다. 좌완투수 진해수와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도 기복을 나타내며 각각 평균자책점 7.21, 5.63을 마크했다. 누구도 LG의 불펜에서 필승조가 되지 못한 셈이었다.
마무리투수 정찬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8시즌 27세이브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 4.85로 아쉬운 모습을 나타냈다. 결국 LG는 2018시즌 추락을 거듭한 끝에 8위로 마감했다.
그리고 2020시즌 LG의 불펜진이 시즌 중반을 향해가는 시점에 흔들리고 있다. 불펜이 무너졌을 때 'DTD'의 길을 걸었던 LG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재 기록 중인 4위는 물론, 가을야구도 위태로울 수 있다.
LG가 2020시즌 불펜진을 보수하고 'DTD' 대신 상위권 싸움을 펼칠 수 있을까. LG의 남은 시즌 행보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